‘빚 많은 사람’의 자궁 예찬론
  • 成耆英 기자 ()
  • 승인 1999.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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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이현씨(40·상당한의원 원장)는 자신을 ‘빚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래저래 마음의 빚을 지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지만 김씨가 말하는 ‘빚’은 좀더 원초적인 것이다. 자신이 남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빚이라는 것이다. 생리 불순·불임 따위 질환으로 고통받는 여성 환자들을 여러 해 접하면서 얻게 된 김씨의 깨달음이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는 자궁 예찬론자이다. 한의사로서 부인병을 평생의 화두로 삼은 김씨에게 자궁은 밭이고, 우주이고, 생명의 샘인 동시에 보물 창고이다.

자연스레 그의 평생 과제는 이 밭을 기름지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쓰레기더미를 치워 버린 뒤 비옥한 거름을 주어 옥토로 만든다면 좋은 열매가 저절로 맺힌다는 것이다.

꽤나 수줍음을 탈 것 같은 귀공자풍의 김씨가 얼마 전에 펴낸 책의 제목은 <여성들이여, 자궁으로 노래하라>. 수많은 부인병 환자들을 접하면서 느낀 점들을 모아 펴낸 책에 이런 ‘원초적인’ 제목을 붙인 것만 보아도, 그에게 ‘자궁’이 어떤 의미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만삭이 되어 부피가 커지는 자궁의 모습은 우주의 모습과 빼닮았다.’

물론 김씨가 문학도가 아닌 이상 자궁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단순한 예찬론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좌궁단’이라는 부인병 약을 개발해 외국으로 수출한 경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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