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 “정상회담에 도움되는 역할 하고 싶다”
  • 金鍾民 기자 ()
  • 승인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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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출생. 서강대 전자공학과 졸업. 걸스카우트 명예총재. 정수장학회·한국문화재단 이사장. 15대 국회의원.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를 남북 정상회담 정당 대표단에 참여시키는 것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와 이목을 끌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상징성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의도로 보이는데, 일단 한나라당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부총재를 만나 이 문제를 보는 개인의 의견과 당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남북 정상회담 대표단 참여 문제는 당론을 따르겠다고 했는데, 개인적인 의견은 어떻습니까?

만일 공식 제의가 있다면 당과 상의해야 하겠지만 일단 개인적인 입장은 국민들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에 화해의 물꼬가 터지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저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야를 떠나 맡겨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일 박부총재께서 참여하게 된다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도 7·4 남북공동성명이나 6·23 선언 등 남북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습니다. 1974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것도 어찌 보면 남북 분단이 빚어낸 비극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남북 관계는 저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지만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민족 차원의 큰 일입니다. 제 개인의 상처에 연연하지 않고 거기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만일 제가 참여하게 된다면 회담을 준비하는 쪽에서 요구가 있을 것이므로 거기에 따라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여권이 상의 없이 얘기를 흘린 것에 불만을 나타냈고, 정당 대표의 참여는 자칫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는데요.

만일 정당 대표가 참여하게 된다면 여당이 우리 당에 특정인을 지명해서 통고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단지 희망 사항 수준에서 누구를 거명했다면 그런 정도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또한 얼마 전 여야 영수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자고 합의한 것도 있고 하니 정당 대표 참여 문제도 그런 기조 위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총재 경선에 나선 손학규 당선자는 최근에 이회창 총재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너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북 정상회담 같은 기회는 항상 오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모처럼 온 기회입니다. 물론 이런저런 문제가 걱정되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남북 문제에서는 문제점을 걱정하는 쪽으로 생각하면 될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단 남북 정상회담을 잘 성사시키고 남북 관계의 전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 위에서 우리가 줄 수 있는 것과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여야가 서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꼴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당내 문제에 대해서 얘기해 보죠. 이회창 총재의 당 운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이 총재 위주로 이루어졌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저도 당을 위해서 총재단 회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반영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당무회의에서 또 얘기를 하게 되는데 역시 변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당권을 잡은 사람들 뜻대로 진행됩니다.

부총재 경선에 출마했는데, 정치인 박근혜의 주된 주장은 무엇입니까?

한나라당이 수권 정당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입니다. 첫째, 민주적인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이견이 수렴되고 반영될 때 당이 활력을 갖게 됩니다. 둘째는, 대여 관계에서 여당을 견제하거나 압박할 때 정책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당이 정책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더 강화해야 합니다. 셋째는 우리 당이 계파와 지역을 뛰어넘어 전국적으로 지지 받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경선에서도 대의원들을 지역 별로 줄세우고 어느 지역 대표로 누가 나오고 하는 식의 행태가 계속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 당이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고 거기에 제가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이번 경선에서 공정성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문제는 지도부의 자세라고 봅니다. 언론 보도를 보니까 대구 지역 의원 간담회에서 어떤 분이 대구에서 부총재 후보를 단일화하자면서, 이총재를 지지하는 후보를 밀고 그렇지 않은 후보는 밀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발언이 당 지도부와 얘기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큰 문제입니다. 이런 식이면 전당대회는 하나마나 아닌가요?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경선의 공정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경선에서 줄세우기나 사당화 징후가 나타난다면 우리 당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총재 경선에 나선 비주류 후보와 연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특히 김덕룡 부총재 쪽이 기대를 하고 있는데요.

김덕룡 부총재하고는 요즘 같은 목소리 낼 때가 많습니다. 그 분도 원리 원칙에 입각해서 얘기하고,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과 경선에서 연대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번 경선은 미국의 정·부통령 선거처럼 러닝 메이트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연대 문제를 고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봅니다. 아직 연대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없고,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인 박정희를 평가할 때 정치인 박근혜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극복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아버지에게 사심 없이 나라를 위해 일하는 큰 정치를 배웠습니다. 그 의미는 시대가 바뀌어도 퇴색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버지가 100% 잘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변화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다만 그 시절 그 여건에서 맡으셨기 때문에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철학을 가진 분이 지금 그런 자리에 있었다면 방법이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늘에 묻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제가 정치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를 특별히 강조하거나 후광을 이용하려고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아버지 문제로 얘기한 것은 지난해 기념관 얘기가 나왔을 때뿐입니다. 저와 관계없이 쟁점이 된 것인데, 그런 문제에 대해서까지 얘기를 안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외에는 아버지와 관련해서 현실을 왜곡하거나 아버지를 의식해서 다른 목소리를 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의 현실에 충실해서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제 자신의 의정 활동을 통해 평가받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는데 관심이 있는지요?

저는 어떤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로 정치를 하지 않습니다. 자리를 생각하게 되면 유·불리를 따져 잔 계산을 하게 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이면 국회의원으로서, 부총재면 부총재로서 할 얘기를 하고 충실하게 일하겠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많은데 결국 국민이 무엇을 원하느냐는 것이 문제 아닙니까? 제가 본분을 다하다가 국민의 뜻에 맞으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국민의 뜻에 더 맞는 분이 있으면 그 분을 대통령으로 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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