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수 KTF 사장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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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수 사장(49)은 ‘굿타임(좋은 시간) 전도사’다. 2003년 1월 취임한 이래, 그저 남보다 나은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의 절대 기준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자는 굿타임 경영을 외치고 있다. 스스로 최고
고객·주주·직원에게 ‘행복’ 선사…모바일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한 금맥

내얘기할 것은 많이 없고 주로 일하는 분야인 정보 기술(IT) 산업이 발전해온 과정을 말하겠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것이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비즈니스 아닌가.

잠깐 내 소개를 하면, 아들딸이 하나씩이고 아내도 하나다(웃음). 가장 영향을 받은 책은 중학생 때 읽은 <도덕경>이다. 학창 시절 별명이 ‘잠’일 정도로 잠이 많았다. 게으르고 둔감했다. 이런 나를 요즘 아침형 CEO라고 거론하니 재미있다. 습관이 되고 보니 아침 한두 시간의 가치가 굉장히 크다. 진검 승부로 유명한 일본 전국 시대의 한 무사는 새벽 4시에 일어나 40리 길을 가며 전략을 구상하고 돌아올 때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굳이 좌우명을 꼽는다면 신뢰와 역지사지이며 취미는 집 주변 ‘어슬렁거리기’이다.

IT의 세계로 가보자. 모바일 정보 매체가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또 우리 생활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왔는지 보자. 지난 천년 동안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10인을 거꾸로 보자. 10위가 갈릴레이였고, 코페르니쿠스·아인슈타인·마르크스·콜럼버스·셰익스피어·다윈·루터·뉴턴·구텐베르크 순서였다. 금속 활자를 개발한 구텐베르크가 1위였다. 우리는 <직지심경>이 앞섰다고 믿고 있는데, 어쨌든 한민족은 정보화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부모님 세대는 창호지 문을 뚫어 신혼 부부의 첫날밤을 지켜보았다. 정보를 습득하려면 현장에 가야 했다. 학생 때 (선정적) 만화나 (도색) 잡지를 구하려고 애썼던 것도 다른 ‘현장’이 없어서였다. 그런데 인터넷이 출현하면서 어떻게 되었는가. 한국에서 인터넷이 왜 그렇게 빨리 발전했는지 아는가. ‘ㅇ양 비디오’ 덕이다(선정적인 동영상을 보여주자 ‘우와’ 소리가 터졌다). 한 음료 회사가 마흔 넘은 몸짱 아줌마 정다연씨를 3천만원 주고 모델로 기용한 일도 인터넷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바일은 가히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대학 내에서도 모든 학사 행정이 휴대전화 하나로 가능해졌다. 삼성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는 차트가 없어지고 있다. (016의 경우) K-뱅크라고 해서 휴대전화 하나로 모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세계가 놀란다.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중학교 1학년인 내 아들은 게임을 엄청나게 한다. 상상하고 꿈꾸면 현실(서비스)이 되는 세상, 휴대전화 하나로 열리는 신나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새로 개발될 것이 무궁무진한 게 모바일 비즈니스다.

IT는 한국의 대표 산업이 되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IT 산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1990년만 해도 4.5%였는데 이제는 40%나 된다. IT는 무역 흑자의 71.7%, 수출의 28.6%를 차지한다.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음’에 하루 만 개씩 카페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불로그가 천만 개나 생기는 등 한국의 IT 활용도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한 사람은 알렉산더도,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아니다. 칭기즈칸이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 오직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것이라는 얘기가 칭기즈칸을 다룬 책에 나온다.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 정보 유목민 시대다. 이에 적응한 사람과 기업과 국가가 21세기를 지배한다.

무게가 700g, 4백만원이나 하는 벽돌 단말기(최초 휴대전화기)가 부의 상징으로 치부되던 시절이 불과 20여 년 전이다. 198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한 이래 1996년 제2 사업자인 신세기통신(017)이 생겼고 1997년 KTF 등 PCS 3사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는 3천3백59만명이다. 휴대전화 제조 회사 톱 10에 한국 회사 3개(삼성전자·LG전자·팬텍앤큐리텔)가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하면서 제조 산업도 부흥했다.
모바일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성장은 끝나지 않았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2003년 말 한국의 모바일 보급률은 70%이지만 선진국은 80~99%다. 더 중요한 것은 연령별 보급률이다. 25~34세는 98%이지만, 10~12세는 9%, 13~18세는 36%, 60세 이상은 23%에 그친다(19~24세 89%, 35~59세 76%). 새로운 시장도 열리고 있다. 이미 여러분이 많이 쓰고 있는 무선 데이터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 중심의 컨버전스(융합)는 텔레메틱스, 인텔리전스 홈(홈 네트워킹)으로 발전하고 있다. 장소, 시간, 어떤 콘텐츠, 어떤 단말기, 어떤 기반에도 불구하고 통신이 가능해지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IT는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공통 언어다.

KTF는 7년밖에 안된 젊은 회사다. KTF는 지난 3월 생산성본부·조선일보·미시간 대학이 공동 선정한 국가고객만족도(NCSI) 이동통신 서비스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SK텔레콤이 1등했는데 이번에 공동 1위를 한 것이다.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지난 1년간 고객 요구에 가장 혁신적으로 대응한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신세계에 이어 KTF를 꼽았다. 통신 부문에서는 1등이다. 이런 결과들을, 고객에게 굿타임 경영을 펼친 성과라고 여기고 싶다.

KTF는 고객·주주·내부 고객(직원)이라는 3대 주인에게 굿타임을 선사하려고 한다. 굿타임의 기본 철학은 역지사지다. 굿타임 광고를 하는 또 하나의 배경이 있다. 이동통신 시장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심하게 얘기하면 잠깐 한눈 팔면 코 베어 간다. 비방 광고도 많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비방 광고를 일절 못하게 하고 우리 메시지만을 정확하게 전달하자고 하니까 사내 반발이 엄청났다. 시장 뺏기고 고객 다 뺏기면 어쩔 거냐, KTF가 사장 개인 회사냐 하는 직원들의 항의 e메일이 빗발쳤다. 단기간은 어려울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고객 만족 경영을 하면 시장이, 고객이 제대로 평가해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KTF는 굿타임 경영을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 주주들이 투자하고 싶어하는 회사, 구성원이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일하는 편견 없는 회사를 지향한다.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이상한’ 화면 보여준다고 걱정하기에 다시 ‘위(we)’가 아니라 ‘유(you)’의 처지에서 생각해봤다. 특강 와서 졸리는 얘기만 한참 하고 가면 남는 것도 없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도록 ‘야한’ 그림을 좀 넣었다. 그런데 KTF 사장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는 얘기 들을까 봐 좋아하는 시 한편을 얘기하고 끝내겠다(랄프 왈도 에머슨의 <성공>이라는 시가 존 레논의 <이메진>에 실려나왔다. 그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성공입니다’라는 마지막 구절을 특히 전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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