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자 인터뷰에 대한 MBC의 반론
  • 송요훈 (MBC 보도제작국 기자) ()
  • 승인 200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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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집 못 버리면 몰락”
<시사저널> 제757호(4월29일자) ‘MBC·조선일보 총선 장외혈전’ 기사와 관련하여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반론을 보내왔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이한우 기자의 인터뷰 ‘방송은 힘만 센 미숙아’에 대한 반박 글이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의 이한우 기자는 ‘방송은 힘만 센 미숙아’라며 ‘더 오만해지면 몰락할 것’이라고 조선일보의 입장을 밝혔다. 나는 거꾸로 ‘조선일보는 오만함을 넘어 아집의 자아 도취에 빠져 있으며 이제라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곧 몰락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조선일보(이한우 기자의 인터뷰가 조선일보를 대표한 것으로 보고 이기자 대신 조선일보라고 쓴다)는 “‘노풍 발언’ 파문이 있던 날의 ‘웃는 박근혜 사진’과 ‘찡그린 정동영 사진’만을 놓고 <시사매거진 2580>이 조선일보가 또 선거에 개입했다고 ‘단정’했다”라고 밝혔다. <시사매거진2580>이 문제 삼은 사진은 그날만의 것이 아니다. 며칠 간의 사진을 비교해 보니 조선일보가 특정 후보에게 독자들이 호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이미지 조작을 하고 있다는 사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조선일보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꾸짖었을 뿐이다.

조선일보는 방송사들을 ‘지적 미숙’이라고 혹평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근거 가운데 하나가 방송사들이 대통령 탄핵 프로그램을 과하게 편성해 여론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국민들에겐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날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국민들의 굳은 표정을 조선일보는 보지 못했는가 보다. 탄핵안 가결 장면을 보고 박수를 치든 분노를 하든 그것은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조선일보는 또 방송사 시사 프로가 조선일보를 자주 다룬다면서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방송 기자들은 공공 의식과 기자 의식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조선일보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일등 신문’답게 언론의 정도를 걷는다면 방송사 시사 프로들이 조선일보를 다룰 하등의 이유가 없다. 조선일보는 왜 선거에 개입하면서까지 ‘언론 권력’을 꿈꿀까. 친일 전력이 있는 부끄러운 과거를 감추기 위해서, 사주의 족벌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조선일보사가 발행한 <조선일보 역사 단숨에 읽기>라는 책에는 ‘식민지 암흑을 밝힌 민족의 빛 조선일보’가 신년호에 일장기와 일왕 부부의 사진을 실었지만 그것은 당시의 모든 신문들도 마찬가지였으며 그래도 ‘(조선일보의) 행간에는 민족정신이 살아 있었다’고 적혀 있다. ‘행간에는…’이란 말은 당당하게 할 말을 못했다는 의미다. 과연 ‘할 말은 하는 신문’다운 궤변이다.

방송에 감시 시스템이 없다고?

방송은 신문보다 공공재 성격이 더 강한데도 방송은 신문보다 감시 시스템이 정비되어 있지 않다고 조선일보는 말한다. MBC에는 노조가 있고 내부 감시 장치도 있으며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시청자위원회도 있다. 기자들이 눈치를 봐야 할 ‘오너 사장님’도 없다. 기자 총회도 수시로 열린다. 공정 방송을 지키기 위해 몇 차례 파업한 적도 있다. 우리는 조선일보에 노조는 있으나 파업은커녕 편집국장 물러나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는 말조차 들은 적이 없다.

최근 조선일보의 독자 수가 ‘뚝’ 떨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 그런지 조선일보는 돌아보아야 한다. 조선일보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생각해보라고? MBC 시사 프로의 힘은 ‘순응을 거부’하는 기자들에게서 나온다. 조선일보의 힘은 혹시 ‘기자들을 장악’한 사주에게서 나오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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