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한나라당 야당파괴저지투쟁위원장 “야당 깨뜨리기는 독재의 징표”
  • 吳民秀 기자 ()
  • 승인 1998.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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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서울 출생. 용산고·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동아투위 대변인. 전민련 상임의장. 14·15대 국회의원. 민주당 부총재. 한나라당 부총재.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이 ‘야당 파괴 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언론은 요즘 그를 ‘투사’로 변신한 이회창 총재를 막후에서 움직이는 인물로 지목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아마추어 야당에서 프로 야당으로 변모하는 길목에서, 재야 출신 이의원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파행으로 끝난 정기국회 개회식날, 의원회관에서 이의원을 만났다.

현정권의 정치권 사정을 ‘야당 파괴’라고 규정한 근거가 무엇입니까?

지난 8월31일 전당대회 때 이회창 신임 총재는 취임사에서‘이 국난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야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야 대화를 제안하자마자 돌아온 게 야당 파괴입니다. 이는 김대중 정권이 이회창 총재 체제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야당을 파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가 대화하자고 손을 내밀었는데 여당이 냉혹하게 뿌리친 상황에서, 우리 한나라당이 선택할 폭은 극히 좁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세풍(稅風) 사건’ 등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발표를 보면, 명백한 물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알려진 사실과 다릅니다. 서상목 의원 건도 언론을 통해 검찰이 발표한 것과 실제 사실은 다릅니다. 서의원은 국세청에 그런 부탁을 한 적이 없답니다. 개인적인 관계 때문에 임채주 청장과 이석희 차장이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이회창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DJ에게 밀리고, 공무원도 대단히 중립적이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탈당했고 이회창 후보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 여당의 프리미엄을 포기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우리가 요구한다고 해서 움직일 상황이 아니었어요. 선거 자금은 김대중씨가 훨씬 풍족했습니다.

정치권 사정 자체를 반대하시는 겁니까?

현역 의원이 소환당하거나 조사도 받지 않았는데, 청와대나 국민회의가 피의 사실을 미리 공표해 버린단 말입니다. 검찰이 그러는 경우도 있고요. 이것은 명백히 여론 재판이고 마녀 사냥이에요. 그리고 청와대나 국민회의가 누구누구는 사법 처리되고, 누구는 언제 체포동의안을 낼 것이고, 이렇게 검찰 수사를 지시하고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 한나라당이 검찰 수사를 믿으면서 거기에 응할 수가 있겠느냐 이겁니다.

그래도 한나라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한 야당의 태도가 아니라는 여론이 많습니다. 꼭 연계해야 합니까?

예를 들어 오늘이 정기국회 개회식인데, 우리가 국회에 앉아 있는데 의원들이 계속 저쪽 좌석으로 넘어간다고 상상해 봐요. 그러고 어떻게 의사당에 앉아서 의사 처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일을 계속하면서 국회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야당에게 굴종하라는 겁니다. 야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겁니다. 솔직히 의원 빼내기가 끝났으니까 대화하자, 여소 야대 구도가 여대 야소로 바뀌었으니까 이제는 대화하자고 하면 억지로라도 대화할 수 있겠죠.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여당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니까 앞으로도 계속 의원 빼가기를 하겠다고 그럽디다. 그리고 그것과 병행해서 체포동의안 처리라든지, 의원들 표적 사정을 계속하겠다 그럽니다.

서상목 의원에 대한 당의 방침은 무엇입니까?

서상목 의원은 정책위 의장 직을 사임하면서 당과 이총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랬다, 그리고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한다고 약속하면 조사에 불응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조만간 여·야 간에, 그리고 검찰과 얘기가 있을 겁니다. 뭐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체포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이의원은 평소 여·야를 막론하고 부패 정치인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해 왔습니다. 그런 소신이 바뀐 것은 아닙니까?

검찰의 정치권 사정과 수사가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나라당에서 옮겨간 자민련 중진 의원의 경우, 검찰에서도 모 건설 회사로부터 2억 받았다고 하는데 그 분이 정계 개편 스타트를 끊었어요. 그래서 노골적으로 그 분은 사정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합니다. 기준이 없어요. 국가형벌권, 특히 검찰의 소추권이 공정성을 잃으면 개인이 휘두르는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낳습니다. 국가형벌권을 권력의 편의대로 휘두르기 시작하면 사회는 형평이 깨지면서 혼란이 옵니다.

투쟁위원회의 향후 프로그램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하루빨리 투위 활동이 끝나기를 정말로 바랍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이 계속 의원들을 빼가고, 또 이쪽 의원들 주장과는 다른 논리로 의원들을 잡아가겠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만약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지역으로 다니면서 야당 파괴 규탄 대회를 열고, 좀 지나면 야당 파괴 저지 투쟁위원회 현판식을 시·도 지부 별로 할 겁니다. 그것보다 수위가 높은 투쟁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의원직 사퇴까지 포함하는 것입니까?

그건 맨 마지막 수단이죠.

여·야 대립을 푸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야당 의원 빼가기 그만하고, 여·야 영수회담 하면 됩니다. 내년 봄에 위기가 온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내년 5~6월까지 구조 조정·실업·대북 문제 등 큰 틀에 여·야가 대타협하고, 내년 6월부터 여·야가 경쟁해서 내후년 총선 치르면 되잖아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진작에 이런 큰 틀을 제시했어야 합니다.

김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야당에게 협조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죠. 그런데 그게 립 서비스로 끝났습니다.

야당 파괴라는 주장인데, 김대통령이 왜 그런다고 보십니까?

여소 야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죠. 특히 국민회의 의석을 백 석 이상으로 끌어올려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려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목적을 달성했는데도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의도가 다른 데 있다고 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밝혀 주시죠.

4년 뒤 정권 재창출을 위한 기초를 지금부터 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근본적으로 야당이 존립할 기초를 제거하려는 작업이 아닌가 봅니다. 국난이 닥치고 올 겨울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는데도 이러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어요. 내년 어려운 국면을 예상해서 신권위주의, 즉 김대중 독재로 나아가려는 징표라고 봅니다. 위기를 빙자한 독재입니다.

흔히 ‘평생 여당만 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대로 대여 투쟁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합니다. 목소리만 높았지 결국 지리 멸렬하게 끝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죠.

보니까 요즘 잘 합디다. 우리 당 의원들은 심리적으로 점차 준비가 되어 가고 있어요. 훈련이 잘되고 있습니다. 물론 속으로는 불편한 사람도 있겠죠. 오늘도 뙤약볕에 백명 이상이 나왔어요. 저는 굉장한 진전이라고 봅니다.

이회창 총재의 내각제 시사 발언은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전혀 그렇지 않아요. 대통령제 폐해를 지적한 것을 언론이 바로 내각제로 연결한 겁니다. 제가 현장에 있었어요. 우리가 대통령을 뽑았지 황제를 뽑은 것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너무 권력을 휘두르니까 우리가 대통령제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검토해 봐야겠다 이런 말이었습니다. 내각제라는 표현을 안 했어요. 대통령제의 폐단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취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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