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차린 밥상 하나 열 보약 부럽지 않다
  • 한영실(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 승인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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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지친 몸, 어떤 음식으로 보양할까




더위가 마냥 게으름을 피우게 하지만 절기로는 이미 입추가 지나 가을로 접어들었다.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무래도 건강 관리일 것이다. 이맘때면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하고 겨울 추위에 대비하는 식품을 먹어야 한다.


우리 속담에 '밥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는 말이 있다. '먹는 것이 바르지 못하면 병이 생기고, 병이 생겨도 식(食)을 바르게 하면 병이 낫는다'는 약식동원(藥食同原) 원리에서 볼 수 있듯이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매일 먹는 음식이 가장 중요하다.


단백질이 풍부한 추어탕·갈치 등으로 단백질을 공급하고 제철 식품인 아욱·우엉·밤·늙은 호박·버섯류로 여름철 소홀했던 영양을 보충한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때에 챙겨 먹으면 도움이 되는 식품들의 영양에 대해 알아보자.


■ 추어탕



미꾸라지는 겨울잠을 자기 전 살이 많이 올라 있어 가을철에 가장 맛이 좋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필수 아미노산 조성이 뛰어나다. 칼슘, 철분, 비타민 A·B2·D가 풍부한 반면 지방질 함량은 적어 칼로리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미끈미끈한 점액 성분은 뮤신이라는 점액다당류인데, 단백질 흡수와 합성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뼈와 내장까지 함께 끓여 조리하는 추어탕은 성장기 어린이뿐 아니라 칼슘이 부족해 골다공증이 염려되는 중년 여성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추어탕 한 그릇이면 하루에 필요한 칼슘을 다 섭취할 수 있다.


■ 갈치



갈치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가 제철이다. 갈치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알맞게 들어 있으며 비타민 B1·B2·B6 함량이 높다. 생선 단백질은 타우린·메치오닌·시스테인 등 함황아미노산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이들 함황아미노산은 간의 활동을 강화해 해독 작용을 촉진한다. 우리 몸에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질의 함량을 낮추는 반면에 이로운 HDL 콜레스테롤 함량을 늘린다. 따라서 동맥경화·고혈압·심근경색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치는 너무 굵고 큰 것보다는 잔 것이 뼈째 먹을 수 있어 좋다.


■ 표고버섯



버섯은 채소와 육류의 장점을 골고루 갖춘 식품이다. 채소와 과일류만큼이나 무기질이 풍부하고 육류처럼 단백질이 적절히 함유되어 있다. 1960년 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팀은 표고버섯의 렌티난 성분이 면역 체계 기능을 높이는 항바이러스 물질임을 밝혔다. 그 뒤 일본 학자들은 렌티난이 항암 효과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표고는 혈중 콜레스테롤 치를 낮추고 포화 지방을 지나치게 섭취해서 생기는 부작용을 줄여준다고 한다. 표고버섯이 혈압 강하에 좋은 이유는 에리타데닌이라는 성분이 혈액 순환을 활발하게 해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에리타데닌은 신장병과 담석에도 효과가 있다.


■ 아욱



아욱은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 필요한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칼슘이 많은 채소로 알려진 시금치보다도 더 많이 들어 있다. 칼슘이 부족하면 어린이들의 골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성격도 신경질적으로 되기 쉽다. 침착성이 없고 끈기 있게 공부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성격을 교정하는 데에는 칼슘이 가장 필요한 영양분이다. 줄기가 연하고 잎이 부드러워 국이나 죽을 끓이거나 데쳐서 쌈을 싸 먹어도 좋다.


■ 우엉



당질이 주성분인데 대부분이 녹말이고, 섬유질과 칼슘·철분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예로부터 우엉은 이뇨(利尿)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눌린이라는 성분이 이뇨 작용을 한다. 채 썰면 우엉 속의 폴리페놀계 화합물이 산화해 갈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식초물에 담가 두면 변색을 막을 수 있다. 또 우엉을 삶으면 파랗게 변하는 것은 우엉 속의 무기질이 녹아 나와 색소와 반응하여 변색되는 것이다. 해로운 물질이 아니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 늙은 호박



늙은 호박은 예로부터 산후 회복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왔으며, 동지에 호박을 먹으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호박 속에 많은 비타민A·C·B2의 효과 때문이다. 호박에는 황색을 나타내는 천연 색소인 카로티노이드계 화합물이 다량 존재하는데, 이것이 분해되면 비타민A가 된다.


최근에는 카로틴이 암을 예방한다는 연구 보고에 관심이 많이 쏠리고 있다. 진한 적황색 호박은 여러 가지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행해진 역학 조사에 따르면, 황색 채소는 폐암·식도암·위암·방광암·후두암·전립선암의 위험을 줄인다고 한다. 아울러 카로티노이드류 섭취량이 적은 지역에서는 악성 종양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이 밝혀졌다.


■ 밤



과일을 제외한 나무 열매 중에서 비타민C 함량이 가장 높다. 생밤 10개 정도를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를 모두 얻을 수 있다. 밤에 들어 있는 당질은 소화가 잘 되므로 병을 앓고 난 사람이나 성장기 어린이·유아에게 적합하다. 밤암죽은 전통 이유식이다. 이 죽을 먹은 아기는 토실토실 살이 오른다 하여 밤토실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밤의 속껍질은 탄닌산 때문에 떫은맛이 나는데 알이 작은 밤이 속껍질도 잘 벗겨지고 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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