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왕중왕은 나야 나”
  • 김주용(러브월드컵닷컴 대표) ()
  • 승인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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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클럽 대항전 ‘챔피언스 리그’ 8강 진출팀 전력 분석
유럽은 지금 챔피언스 리그 열기에 휩싸여 있다. 대부분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유럽에서 활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챔피언스 리그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클럽 대항전이다.





챔피언스 리그는 1955년에 탄생했다. 유럽 각국 리그의 우승 클럽들만 모아 경기를 하는 ‘유럽 클럽 선수권대회(European Champion Clubs’ Cup)’가 오늘날 챔피언스 리그의 ‘원조’이다.



챔피언스 리그는 전년도 리그 성적과 유럽축구연맹(UEFA)의 국가별 순위를 기준으로 유럽 지역 48개 국가 리그 소속 73개 팀을 네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 별로 예선 1∼3 라운드를 치러 총 32개 팀이 최종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럽축구연맹의 국가별 순위는 지난 5년 간의 성적을 토대로 결정되는데, 그 순위에 따라 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할 수 있는 팀 수가 할당된다.



2002∼2003 시즌에는 오랫동안 유럽축구연맹 랭킹 1위를 고수했던 이탈리아가 2위로 내려앉고, 1998년부터 이어져 온 스페인 프로 팀들의 선전에 힘입어 스페인이 1위에 올랐다. 한동안 유럽 중앙 무대에서 제외되었으나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아가고 있는 잉글랜드가 3위, 지난해까지만 해도 3위였으며 1970∼1980년대 유럽을 호령했던 독일이 4위, 그리고 이른바 빅 리그(스페인·이탈리아·잉글랜드)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각각 5·6위에 올라 있다(터키·그리스·러시아·포르투갈이 차례로 7~10위권을 형성). 1∼3위 나라에는 예선 3라운드로 직행하는 티켓까지 합쳐 출전권이 모두 4장, 4∼6위에는 3장이 주어진다. 순위가 낮을수록 출전권이 줄어드는 것이다.



본선 진출 32개 팀은 모두 8개 조로 나뉘어 1차 조별 예선을 치른다. 성적에 따라 시드 팀이 정해지고, 같은 리그에 속한 팀들은 같은 조에 편성되지 않도록 하는 등 세심하게 조를 편성한다. 한 조에 편성된 4개 팀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모두 여섯 경기를 치러, 각조 상위 2개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이때 각조 3위에 오른 팀들은 챔피언스 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UEFA컵’ 진출권을 따낸다. 이렇게 16개 팀이 가려지면 또다시 4개 조로 나뉘어 2차 조별 예선에 돌입한다. 1차 조별 예선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각 팀이 모두 여섯 경기를 치르고 각 조 상위 2개 팀이 8강, 넉다운 스테이지에 진출한다.



사실 챔피언스 리그는 1999∼2000 시즌에 새롭게 확대되면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서민의 스포츠인 축구가 너무 돈만 좇는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승팀은 5백억원 이상, 골찌팀도 2백억원 벌어






지난 몇년 동안 텔레비전 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스폰서 비용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잉글랜드의 경우, 리그 경기와 몇몇 챔피언스 리그 중계권은 이미 공중파 방송에서 케이블 방송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대중적이고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은 축구조차 돈 없으면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다.



지난 2000∼2001 시즌 우승을 차지한 바이에른 뮌헨은 5백33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벌어들였다. 1차 조별 예선, E조 최하위에 머물러 초반 탈락한 유벤투스조차도 1백96억원이나 벌었다.



챔피언스 리그를 통해 큰 수입을 기대하기 힘든 중위권 나라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포르투갈·네덜란드·벨기에의 명문 팀들은 자기들만의 리그(아틀란틱 리그)를 창설해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 주려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돈을 많이 벌 것이기 때문이다.



스페인·독일·잉글랜드 명문팀들 각축



그렇다면 이번 시즌에는 어떤 팀이 우승할까. 2차 조별 리그가 끝난 지금 여러 해째 슬럼프에 빠져 있는 이탈리아 세리에 A 팀들은 단 한 팀도 8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스페인이 3개 팀, 잉글랜드와 독일이 각각 2개 팀을 8강에 올렸다. 그리고 축구 변방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의 파나티나이코스가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진 추첨 결과 그리스 여행권을 얻게 된 팀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였다. 그러나 파나티나이코스의 전력을 결코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 폴란드의 올리사데베를 비롯해 키프러스 출신의 간판 스트라이커인 콘스탄티누, 크로아티아 출신인 블라오비치, 자국 출신인 리베로풀로스 등이 포진해 있어 공격력에서만큼은 결코 바르셀로나에 뒤지지 않는다. 양팀의 승자는 4강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승자와 만나게 된다. 만약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맞붙는다면 양팀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에서 대결하는 것이 된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대결은 이번 8강전에서 가장 흥미로운 승부처로 분류되고 있다. 두 클럽이 지난 시즌 각자의 리그 챔피언들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두 팀이 챔피언스 리그에서 거두어들인 우승 트로피만 무려 12개. 더욱 주목할 사실은 두 팀이 최근 2년 동안 번갈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점이다. 이 기간에 양팀은 준결승에서 서로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한 뒤 우승컵까지 차지하는 묘한 인연을 맺었다. 현재의 컨디션으로 보면 단연 레알 마드리드의 우세가 점쳐진다. 뮌헨은 지난 시즌과 달리 자국 리그에서나 챔피언스 리그에서 모두 확실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 리그 1, 2차 조별 예선을 모두 조 1위로 통과했으며 현재 자국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페인의 데포르티보가 다시 만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대진이다. 양팀은 이미 1차 조별 예선에서 한 차례 격돌했다. 리아소르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첫 경기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막판 4분여 동안 내리 두 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다 이긴 경기를 놓쳤고, 두 번째 경기에서도 역시 수비진의 잇단 실책 탓에 2 대 3으로 패했다. 재미 있는 것은 당시 데포르티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이외에는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결에서는 어떤 결과가 펼쳐질까? 분명한 것은 당시처럼 데포르티보의 일방적인 승리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력이 당시에 비해 훨씬 좋아진 데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욱 안정된 전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UEFA컵 챔피언인 리버풀은 레버쿠젠을 만났다. 리버풀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무려 네 차례나 우승컵을 차지했던 팀. 반면 레버쿠젠은 우승 경력이 한 차례도 없다. 공통점이라면 두 팀 모두 2차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현재 자국 리그에서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경기가 위의 두 경기에 비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팀 모두 근래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흥미로운 승부가 될 전망이다.



5월15일 결승전이 벌어질 글래스고의 햄튼파크 경기장에는 어떤 팀들이 모습을 드러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8강에 진출한 팀 중 어느 한 팀도 만만한 팀이 없다는 것이고, 또 이 중 어느 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다고 해도 결코 놀랄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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