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제로’ 목표로 표주박 들고 뛰다
  • 김상익 편집위원 ()
  • 승인 2002.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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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이지만, 2002 한·일 월드컵 대회 개막식과 개막 경기가 벌어지는 서울 상암경기장 근처 주민들은 무더운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했다. 서울시민이 내다버린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난지도에서 풍겨오는 지독한 악취 때문이었다. 그 쓰레기 산이 지금은 아름다운 숲으로 변했다. 사람이 인공적으로 ‘산림 녹화’를 한 것이 아니라, 씨앗들이 스스로 날아와 쓰레기 땅에 뿌리를 내려 가지를 치고 푸른 잎사귀를 무성하게 드리움으로써 생태를 복원하는 자연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5월19일 난지도 월드컵공원에서 제1회 환경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참가자가 1만명 규모(하프 5천명, 10km 5천명)인 마라톤 대회가 한 번 치러질 때 발생하는 쓰레기는 30t 가량. 선수들이 물을 마시고 내던지는 페트병과 1회용 컵이 4만개, 머리 위에 물을 짜내고 버리는 스펀지가 2만개에 이른다. 달리는 도중에 영양 보충식으로 먹는 바나나 껍질 따위도 만만치 않다. 마라톤 대회 뒤끝에는 으레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그렇게 본다면 환경마라톤대회를 주최한 환경운동연합(사무총장 최 열·맨 오른쪽)과 서울환경월드컵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김윤신)는 ‘무모한 기록’에 도전한 셈이다. 세계 최초로 쓰레기 없는 마라톤대회를 내건 이 대회에서 하프·10km·5km 달리기에 참가한 시민 5천5백여 명은 물을 마시기 위해 표주박을 손에 들고 뛰어야 했다(이 표주박은 자연 분해되는 합성 수지로 만들어졌다). ‘쓰레기 제로’ 기록 달성에는 2002 월드컵 대회를 ‘환경 월드컵’으로 치르겠다는 월드컵대회조직위원회(위원장 정몽준)의 의지도 큰 보탬이 되었다.


이 날 대회에는 한국 마라톤의 희망 이봉주(오른쪽에서 두 번째), 경기도 고양시장 선거에 시민 후보로 입후보한 이치범(세 번째), 김명자 환경부장관(다섯 번째) 등이 참가해 5km를 완주했다. 살빼기로 더욱 유명해진 탤런트 박 철은 10km를 거뜬히 달려 다이어트의 지름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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