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씨 측근도 고문 당했다”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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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원 사건 속보/연예계 ‘폭로’ 봇물…“이 참에 명예 되찾자”
 
<시사저널> 제820호를 통해 개그맨 서세원씨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매니저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자신의 비리 혐의를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일제 시대 순사가 하던 고문을 검찰이 아직도 하고 있다’ ‘검찰 공권력이 약자인 연예인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았다’ 등 검찰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더구나 서씨의 매니저에게 가혹 행위를 했다고 지목된 수사관들이 고문으로 사람을 숨지게 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비난의 수위는 높아졌다.

이에 반해 ‘방송에 나오려고 서세원이 쇼를 한다’ ‘서세원이 검찰을 상대로 연기력을 시험하고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또 무조건 서씨를 욕하는 네티즌도 없지 않았다. 서씨는 “일부 네티즌의 근거 없는 음해와 비방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지검 강력부장으로서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고검 김규헌 검사는 “서씨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하씨는 피의자 신분이 아니어서 무리하게 수사할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김검사는 “서씨의 주장은 일고할 가치도 없다. 가혹 행위가 사실이라면 이제서야 고발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세원씨는 “재판에서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계속 주장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구속하겠다는 검사들의 협박뿐이었다. 검찰이 태도를 바꾸지 않아 하는 수 없이 고발하게 된 것이다. 김규헌 검사는 사과부터 하는 게 인간 된 도리이며 자신의 행위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에 배당했다. 형사 1부는 기록 검토가 끝나는 대로 서씨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하고, 하씨를 소환해 고문 내용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측, “터무니 없다” 반발 속 조사 착수

서세원씨가 2002년 불거진 연예 비리 수사가 고문에 의해 조작되었다고 폭로하자 숨을 죽이고 있던 연예계에서는 명예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3~2004년 연예계에는 연예 비리의 진실을 밝히자는 몇몇 인사의 모의가 있었다. 한 연예기획사 투자자는 온몸에 멍든 사진을 증거로 검찰을 고소하려다 주변의 제지로 그만두었다고 한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2002년 2월 시민단체인 문화연대의 제보로 시작된 연예 비리 수사는 싸이더스·GM기획·예당·SM엔터테인먼트 등 메이저 회사의 비리에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어떠한 힘에 의해 연예인과 PD 그리고 군소 기획사로 방향을 틀었다”라고 말했다. 한 전직 방송국 PD는 “수사가 전혀 실체에 접근하지 못하자 몇 명을 구속하고 서둘러 덮었다. 검찰에 약점을 잡힌 한두 명이 거의 모든 혐의를 뒤집어썼다”라고 말했다.
연예계에서 검찰에게 가혹 행위를 당한 사람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한 연예부 기자는 “연예 비리 당시 잡혀간 사람 가운데 대단한 거물이 아니면 거의 대부분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룹 ‘HOT’ ‘신화’ ‘동방신기’ 그리고 가수 보아 등이 소속되어 있는 SM엔터테인먼트 전 대표이사 김 아무개씨(37)도 그 가운데 하나다.
김씨는 지인을 통해 자신이 당한 가혹 행위 부분을 이렇게 밝혔다. “몸이 아파 병원에 누워 있는데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연행을 시도하며 막무가내로 링거 주사를 빼 침대에 피가 튀었다. 간호사가 응급 처치를 하고 나서야 수사관의 차에 올라탔다. 검찰청에 가는 30여 분 동안 수사관들은 질문을 하고는 대답을 할 때마다 얼굴에 침을 뱉었다. 수사 도중에는 벽을 보고 서 있게 한 후 뒤통수를 주먹으로 때리고 모욕적인 언사로 모멸감을 주었다.”
김씨는 재판에서 “조사계장한테 주먹으로 얼굴들을 맞는 등 폭행을 당해 건강이 극도로 좋지 않다. 검찰에서 증언한 내용은 수사관들이 임의로 작성한 내용이다”라는 증언을 수 차례 했다고 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김씨의 재판 자료 곳곳에서 고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김씨는 검찰이 위법한 행위로 정보를 수집했다며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김씨의 상고 이유서에도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원심이 증거로 제시한 수사기록 상의 피고인 진술은 영장실질심사 이래 법정에서 줄곧 주장하여 온 바와 같이 피고인이 수사관으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상태에서 피고인의 어떤 진술도 조서를 작성하는 검찰 계장이 조서에 기재해 주지 아니하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입니다. 이러한 구타 사실에 대하여는 지금까지는 피고인이 회사에 끼칠 영향 등을 고려하여 법정에서 주장만 하여 왔으나 이제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서 작성된 검찰 조서에 의하여 유죄 판결을 받게 될 운명에 처하여 검찰에서 구타를 당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씨를 변호했던 백종일 변호사는 “1심부터 줄곧 검찰의 가혹 행위 때문에 진술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호소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백씨는 “SM의 실질적 소유주인 이수만씨가 귀국하지 못한 것도 검찰의 고문에 겁을 먹었기 때문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서씨의 매니저 하씨도 법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내용을 알렸다. 하씨와 백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판사들이 검찰의 고문을 방관한 셈이 된다.

검찰 수사 당시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사람은 더 있다. PD 이 아무개씨는 “수갑을 채우고 아이들 앞에서 끌고 다니겠다는 협박과 함께 얼굴을 수 차례 주먹으로 맞았다”라고 말했다. 톱가수 이 아무개씨의 매니저 이 아무개씨는 “온몸을 얻어맞아 검찰 조사 직후 두 달 넘게 서울시 용산구 순천향병원에 입원했다”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ㅂ 기획사 백 아무개씨, ㅇ 기획사 재무담당 이 아무개씨가 검찰로부터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벽을 보고 서 있게 한 후 수사관들이 뺨과 뒤통수를 때리고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는 고문 당사자들이 공통으로 증언하는 내용들이다.
200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예 비리 사건 수사는 그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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