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센 그녀들
  • 황지희 (PD연합회보 기자) ()
  • 승인 2005.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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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키워드] 드라마 속 여성들, 학벌주의에 울고 저항하고…

 
정치권만 학벌주의로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드라마 속 여성들도 돈과 학벌로 선명하게 갈려 있는 세상에 대해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원조는 SBS <발리에서 생긴 일>의 이수정(하지원 분)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은 기존 트렌디 드라마와 달리 재벌 2세와 달동네 젊은이들 사이의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관심을 모았다. 그 속에서 강인욱(소지섭 분)이 학력과 재능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계급을 뛰어넘으려고 애쓴 반면, 이수정은 남성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녀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강인욱(소지섭 분)에게 마음을 주었줬다가도, “내가 마음을 주지 않는 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야”라고 말하며 재벌 2세 정재민(조인성 분)의 품에 안겼다.

MBC <신입사원>의 이미옥(한가인 분)은 비정규직 여성들의 현실을 대변했다. 집안 형편 때문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취직한 후 최선을 다해 일했던 회사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차가운 부당해고 통보. 이때 그녀는 포기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대신 1인 시위를 하며 회사와 대치한다. 이미옥의 여성 동료도 명대사를 날렸다. “내가 보기에 세상은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 정규직, 그리고 비정규직.”

학력 콤플렉스 벗고 주류사회 진입 노려

MBC <변호사들>의 양하영(한고은 분)은 제2의 이수정이다. 아버지가 퇴직금을 날리는 바람에 연봉 1천5백만원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그녀는 변호사들과 연봉 차이가 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노골적으로 자기가 가진 것은 몸밖에 없다고 말하며 젊은 변호사들을 유혹한다. 로펌 대표가 윤석기(김성수 분)에 대한 성상납과 스파이를 제안하자 양하영은 “딸 같은 여자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되죠. 둘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해야죠”(4회)라고 말한다.  그것은 그녀가 자존심을 지키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돌아서서 그녀는 윤석기를 유혹하고 약혼녀자리를 빼앗으리라 마음먹는다.

그녀는 자존심도 강하다. 전문대 졸업 후 5년 동안 일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녀는 전문직 여성으로 불리기를 바란다. 그녀는 “4년제 대학 나온 여자들이 변호사들과 술 마시고 미팅하다가 시집갈 때 나는 자리를 지켰다”(3회)라며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몸으로 신분 상승을 실현하려는 양하영의 캐릭터는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 커피 타고 전화 받는 것이 전부였던 언니들이 자신들의 속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한 현상은 분명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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