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로 가는 세 갈래 길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5.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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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민왕릉·박연폭포·영통사 관광코스 준비…개성 시내 유적지와 연계
 
11월 1일 아침 7시, 임진각 자유의 다리 검문소 앞에는 북으로 향하는 차량 행렬이 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주로 개성공단으로 출근하는 근로자들과 각종 건축자재, 조경수 등을가득 실은 트럭 행렬이다.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 7대에 나눠 탄 3백 여명의 개성 시범 관광단이 남북 양측 비무장지대 입구에 각각 설치된 출입경 사무소에서 심사를 받고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30분 남짓.  
 
고려 왕궁터 만월대 최초로 공개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 땅에 도착하자 버스마다 북측 안내요원이 2명씩 올라탔다. 북방한계선 너머에 바로 펼쳐지는 약 1천만평의 광활한 개성공단 부지에서는 남측이 제공한 각종 중장비로 공단 터닦이 공사가 한창이었다. 차로 10여분을 달려 철망으로 담을 두른 개성공단 북단을 빠져나가자 개성시 외곽의 북한 마을들이 나타났다. 출근길 개성 시민들은 낯선 남측 관광버스 행렬이 지나가자 아직은 어색함이 가지지 않은 표정들이었지만 더러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날 시범 관광단이 개성 시에 있는 고려박물관과 선죽교, 왕건릉을 거쳐 고려 왕궁터인 만월대와 개성 시가지에 있는 남대문을 차례로 둘러보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북측은 가는 곳마다 우리 민족사에서 ‘온전한 통일국가’를 세운 최초의 왕조가 고려라는 점을 강조하며 ‘역사 강의’에 여념이 없었다. 

버스가 들른 관광지마다 천막을 두른 간이 매점들이 늘어서서 남측 일행을 상대로 각종 북한산 특산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관광 코스 중 특히 고려 왕궁 터인 만월대는 그동안 북측이 남쪽 현대 아산 시범관광단에게도 개방하지 않다가 영통사 낙성식을 기념해 최초로 이날 우리 일행에게만 개방했다고 한다. 송악산 자락 40만평 부지에 장엄하게 펼쳐진 만월대는 14세기 오랑캐의 침입으로 불에 탄 뒤 지금은 옛 터와 함께 수백 개의 화감암 초석과 돌계단들만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그 위에 나무기둥만 올리면 훌륭하게 복원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북측 관계자 만월대 복원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한국돈으로 1천6백억원이 소요되는 공사비 때문에 남측에 협조요청을 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 지시로 개성을 관광 및 공업 특구로 지정한 뒤 이미 3가지 관광코스를 짜놓은 상태였다. 공민왕릉 코스와 박연폭포 코스, 그리고 영통사 코스이다. 세곳 모두 개성시에서 다른 방향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각각을 개성 시내관광 유적지와 묶어서 남측 주민을 위한 3가지 관광 상품으로 내놓기로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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