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40만원 받으면 양반이죠”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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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급 연구자 보수 ‘쥐꼬리’…다수 가 비정규직으로 고용 불안 시달려

 
피츠버그 대학에 파견돼 있는 박을순 연구원이 한국에 복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추측 보도가 한창일 때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서는 한 달에 40만원밖에 못 받았는데 미국은 얼마나 다르겠냐.”(<조선일보> 2005년 12월5일).

이를 보고 ‘황교수팀 연구원들이 어떻게 저런 낮은 임금을 받았느냐’라며 일반인들이 안타까워할 때 젊은 과학자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40만원이나? 부럽다” “황교수나 되니까 그 정도 주지”(jjb0)라는 식이었다.

실제로 일반 대학 이공계에서 박씨 같은 석사급 연구원들은 월 10만~20만원을 용돈으로 받는 것이 고작이라고 ‘생명공학 비정규직 연구원 모임’(cafe.daum.net/bioworker) 운영자 김현종씨(가명)는 말했다. 그나마 박을순씨는 생명과학 분야 전체 국가 예산의 1% 가까이를 독식하는 황교수 연구실에 있었기에 등록금까지 전액 지원받는 혜택을 추가로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씨 같은 석사 학위자의 경우 평균 월급은 1백20만원. 김씨가 보여준 통장에는 이번 달 월급으로 이체된 금액 1백14만7천2백원이 찍혀 있었다. 이 월급이면 아기 우유값 대기도 빠듯하다는 것이 최근 아빠가 된 김씨의 말이다.

급여뿐만이 아니다. 이번 황우석 파동이 전개되는 동안 젊은 과학자들은 일반인과는 약간 다른 지점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연구원의 난자 기증 문제나 ‘월화수목금금금’ 신화 등이 대표적이었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은 이런 것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바탕에 대학원생이 연구의 주체로 여겨지지 않고 일개 ‘일손’으로 여겨지는 집단주의식 연구실 문화, 개발 독재 시대의 잔재로 수단을 불문하고 개인의 영웅적 희생을 강요하는 풍토가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연구원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김현종씨의 말이다. 불안정한 고용 관계에 놓인 연구원들로서는 점점 더 생사 여탈권을 쥔 교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5년 상반기 자체 취업 사이트에 등록된 생물학 분야 구인 데이터 3천여 건을 분석한 브릭은 정규직 모집이 33%인 데 반해 비정규직(계약직·일용직) 모집은 67%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들 비정규직 중 4대 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생명공학 비정규직 모임’은 당장 이들을 정규직화할 수 없다 해도 연구 프로젝트 기간에 연구원 해고를 금지하는 등 이들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교수 파동을 과학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면 ‘사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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