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빅뱅’은 필연인가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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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방선거 패하면 분화 가능성…이명박 창당설도 나와
 
정동영 의장의 운명은 이제 지방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 선전하면 대권 가도의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하겠지만 패배하는 순간 그는 책임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내로라하는 정치 컨설턴트나, 각 대권주자 캠프의 기획통들은 그에 대한 책임론이 정치권 ‘빅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열린우리당이 지각 변동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예상은 ‘내인론’과 ‘외인론’에 기대어 있다. 먼저 내인론은 낮은 투표율과 좀처럼 오르지 않는 정당 지지율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패배하면, 정의장을 향한 책임론이 일 것이고, 이는  대권 위기론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데서 시작한다.
물론 정의장이 지방선거 패배에서 비롯된 위기론을 무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산 너머 산. 5월31일 지방선거 이후 곧바로 치러지는 7월16일 재·보궐 선거에서도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창당한 2004년 1월부터 지금까지 열린우리당은 재·보궐 선거에서 27전 27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전패해 문희상 체제가 출범 6개월 만에 막을 내린 적도 있다.

이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정의장 쪽에서 꺼낼 카드는 많지 않다. 가장 유력한 카드는 바로 민주당과의 통합이다. 정의장과 가까운 염동연 사무총장 등이 평소 지론대로 ‘민주당과 통합 없이 재집권 가능성이 없다’며 팔을 걷어붙일 수 있다.
이럴 경우 친노 직계나, 유시민 장관· 김두관 최고위원이 주축인 참여정치실천연대 등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의 합당을 ‘낡은 난닝구를 입는 꼴’이라며 반대해온 이들이 ‘노무현 정신’을 주장하며 탈당할 경우, 열린우리당은 분화하게 된다.

외인론의 근거는 고 건 신당론에 기대고 있다. 5월 지방선거, 7월 재·보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연이어 참패할 경우,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과 중도 성향 의원들이 동요할 공산이 크다. 고 건 싱크탱크인 ‘미래와 경제포럼’ 인사들과 이들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신당 깃발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지방선거 이후에도 고 건 전 총리가 지지율에서 고공 행진을 벌인다면, 흔들릴 의원들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열린우리당이 분화하면, 정치권 전체가 빅뱅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 쪽에서는 분화의 진원지가 이명박 시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온다. 한 당직자는 “7월에 있을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분화 여부를 가릴 고비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7월 전당대회를 통해 관리형 대표를 뽑는다. 공정 경선을 위해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등 ‘잠룡’들은 상임고문으로 물러나고, 관리형 대표 체제가 들어선다. 이 경우전당대회는 대권주자들의 대리전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새로 뽑힌 대표 체제에서 대권 주자를 선출하기 때문이다. 이때 박심(朴心)이 실린 대표가 뽑힐 경우, 이명박 시장 쪽은 당의 체질을 바꾸자며 목소리를 높일 공산이 크다. 당의 근본적인 혁신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시장은 창당을 택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돌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먼저 분화한 뒤 창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전 분열이라는 부담감을 덜 수 있다는 것이 ‘이명박 신당설’의 근거이다.

이런 모든 시나리오의 전제는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패배할 경우이다. 그런데 전제가 흔들린다면? 성추행 파문의 장본인 최연희 의원이 버티기로 일관하고, 한나라당이 공천 잡음에 휩싸일 경우 ‘한나라당 우세, 열린우리당 열세’라는 예상이 어긋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열린우리당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정치권 빅뱅설도 힘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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