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 인상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1.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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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을 기해 공공요금이 일제히 인상되면서 택시요금도 들먹거리고 있다. 업계는 불황타개를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은 서비스의 질을 생각하면 지금도 비싸다고



장명순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 도로교통안전협회 연구소장. 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왜 택시요금을 인상해야 하는가.
 택시요금을 인상한다는 말만 나오면 무조건 거부감을 갖고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문제는 좀더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이제까지 택시문제에 대해 정부와 시민이 갖고 있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지난 80년대초와 비교해볼 때, 현재의 택시 기본요금은 불과 1백원이 올랐을 뿐이다. 이것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악화된 교통환경,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른 소비성향까지 감안한다면 택시요금의 재조정 필요성은 명확해질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택시요금 문제를 말할 때 ‘인상’이라는 용어보다 ‘재조정’이라는 용어가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택시요금의 결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택시요금은 물가상승률, 운수업체의 경영난, 운전기사의 열악한 근로조건이라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물가억제에 실패한 정부가 택시요금 인상만 막으려 한다면 억지이다. 또한 택시요금의 산정방식도 잘못되어 있어 개선해야 한다.

●택시요금의 산정이 어떻게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요금과 거리가산요금의 비율이 10대 4라는 것이다. 따라서 멀리 간 만큼 요금이 올라가지 않아 택시기사의 장거리 운행거부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우선 거리가산 요금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교통체증이 심각하므로 시간·거리병산제를 확대해야 한다. 여럿이 함께 타고 짧은 거리를 갈 경우 택시요금이 좌석버스 요금보다 싸게 나오는 불합리함이 발생하므로 이때는 일정한 기준을 세워 기본요금을 더 물게 해야 한다.

●89년 1월에 정부는 택시를 중형화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현재 실행중이다. 택시 중형화는 실질적인 요금인상이 아닌가.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택시요금을 포함한 공공요금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매우 낮다는 데 있다. 여기에서 택시에 대한 수요 공급의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요금이 싸고 편리하므로 수요과잉 현상을 빚는다. 이것이야말로 택시의 승차난과 택시기사의 불친절을 초래하는 주범이다.

●정부는 택시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서비스수준의 개선을 내세웠지만 요금이 인상된 뒤에도 서비스는 여전히 나쁘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많은데….
 요금은 조금이라도 적게 내려 하면서 높은 질의 서비스를 기대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또한 서비스 개선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외국처럼 서비스수준을 높이려면 이용자들도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 아닌가.

●외국의 경우 택시요금이 높은 것은 그만큼 국민소득수준이나 생활수준이 높기 때문이 아닌가.
 꼭 그렇게 볼 수많은 없다. 선진국의 국민소득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소득수준을 감안한 물가는 우리가 오히려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유독 공공요금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공공요금이 낮으면 과소비를 조장하고 소비와 생산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공공요금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생산부문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공공요금체계가 정비돼야 한다고 본다.

●택시의 위상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택시는 불특정다수가 함께 이용한다는 의미에서 대중교통수단이지만 동시에 승하차의 위치 시간 통행경로 승차공간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급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택시가 갖는 고유의 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 앞으로 우리 택시도 외국의 경우처럼 고급화해야 한다. 택시를 고급화함으로써 택시에 대한 과잉수요를 줄이고 부분적으로는 택시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택시의 수송분담률은 지하철의 그것과 맞먹을 정도이다. 다른 교통수단이 확보되지 않는 한 택시요금을 올린다고 해서 승객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지하철에 대해서는 막대한 국민의 세금과 외채를 투입했다. 그러나 수송분담률이 지하철과 맞먹는 택시에 대해서는 한푼의 정부지원도 없었다. 장기적으로 지하철을 증설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정부가 택시운수업체와 운전기사를 건실하게 육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머지는 시민의 과제다. 급하지 않을 때는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는 게 바람직하다.



오경자 한국공익문제연구원 부원장.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81~85년)

●왜 택시요금인상에 반대하는가.
 택시업자와 운전자에게는 적절한 수입과 소득의 증가률, 승객에게는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줄 때 택시요금의 인상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 상황은 양자가 동시에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길이 구조적으로 봉쇄돼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대도시의 교통제증이다. 택시업계가 고전하는 이유는 요금이 낮아서가 아니라 교통체증 때문이다. 요금을 인상한다고 해서 승객에 대한 서비스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고 운전자의수입이 느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요금을 우선 올려놓고 보자는 생각은 택시기사에게도 승객에게도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 안이한 발상이며 교통체증의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다. 가장 시급한 것은 택시 기사들의 소득을 올려주고 교통체계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택시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택시업계가 불황을 겪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인 것이겠지만 우선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교통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택시업계 내부의 방만한 경영방식에 있다고 본다. 또한 정부는 택시사업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여 업계의 방만한 경영을 방치해왔다. 한시택시 콜택시 관광택시 등 그동안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봤지만 모두 실패하지 않았는가. 택시업계가 불황을 겪는다는데 그러면 왜 아직도 개인택시에 값비싼 프리미엄이 붙는가. 회사택시도 지입제(회사가 차를 소유한 것처럼 하고 개인에게 차를 판 뒤, 매달 일정금액을 받는 방식)를 통해서 개인소유가 성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쪽에서는 택시업계가 도산하고 또 어느 한쪽에서는 택시를 사지 못해 안달이다. 정부는 우선 업계의 왜곡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교통체증 때문에 갈수록 악화되는 택시업계의 경영난을 덜기 위해서 시간·거리병산제를 확대실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으로 택시는 지하철의 연계수송수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에따라 택시요금도 기본요금을 위주로 산정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장거리 승객의 수송은 지하철이 맡고 도심지의 단거리 승객의 수송은 택시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단 장기적인 교통행정이 제자리를 잡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현실적으로 택시가 정차함으로써 낭비되는 비용만큼은 요금산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교통체증으로 인한 손해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며 교통체증 그 자체를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택시의 고급화를 통해서 현재의 택시운행 문제점과 서비스 개선을 이루어보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반대 입장이다. 개인택시를 한번 살펴보자. 현재 개인택시는 전체 택시의 절반을 넘는다. 회사택시 기사들은 자기들보다 개인택시기사들의 횡포가 훨씬 극심하다고 말한다. 현재 개인택시는 중형이 대부분이고 이들의 수입은 회사택시기사보다 많지만 서비스는 회사택시와 같거나 그만 못하다. 이렇게 보면 택시고급화가 반드시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본다. 요금을 올리기 전에 우선 택시운전자들의 자격요건을 강화함으로써 이들의 자질향상에 힘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택시요금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결코 싼 요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정부는 택시 중형화를 추진함으로써 택시요금을 실질적으로 인상했다. 요즘은 소형택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중형택시가 일반화되어 있다. 서민들의 월급수준이나 택시가 갖고 있는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성격으로 볼 때 현행 택시요금수준이 낮다고 볼수는 없다.

●요금이 비싸면 안타면 그만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불필요하게 택시를 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수단의 교통인구 수송능력은 이미 오래 전에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현재 상태보다 교통사정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시민들은 계속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택시의 위상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현재 우리나라의 비대한 교통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중교통수단의 수송능력을 고려해보면 택시는 역시 대중교통 수단으로 남아야 한다. 택시요금을 올리면 시민이 택시를 타기보다는 승용차를 선호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도시의 교통난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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