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평화, 땅에서는 구속
  • 김선엽 기자 ()
  • 승인 199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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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방송 사태 극약처방으로 일단락 ··· 광주대교구 인천교구 등은 노조 측면지원
구속 3, 해고 9, 정직 18, 감봉 7, 견책경고 20명. 개국 초기부터 보도방향을 둘러싸고 극심한 진통(본지 62호 참조)을 겪어온 평화방송이 마침내 ‘노조원 대거 중징계’란 극약처방으로 집안싸움을 마무리지었다.

 회사측의 경찰력 투입 요청, 파업중이던 노조원 전원 강제연행, 3명 구속 26명 불구속입건으로 이어진 막바지 과정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충격 속에서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던진 의문은 한결같은 것이었다. “어떻게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평화방송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

 평화방송은 방송의 성격과 노선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지난 해 4월15일 첫전파를 발사했다. 그 이후 회사측과 보도국은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켰고, 지난 1월21일 안성열 보도국장 등 국장단 3명과 고영재 사회부장이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회사측의 출입봉쇄로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상기 노조위원장(사회부차장)은 “이렇게 불행한 상황까지 벌어진 것은 회사측이 추기경 등 교계 지도자들에게 일방적인 정보(노조측이 가톨릭 이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매도한)만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분개했다.

“어두운 시절엔 가톨릭 나섰지만···“
 노조측은 평화방송이 제 위상을 찾기 위해서는 사태가 올바르게 해결돼야 하면 그러기 위해선 언론사 경영 경험이 없는 조덕현 사장 등 현경영진 퇴진, 구속자 석방, 징계철회 및 원직복귀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번 사태에 대한 교단측의 입장은 예상외로 단호한 것 같다. 명동성당 홍보국의 한 신부는 “모든 결정이 교단내의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며 김수환 추기경은 이 누제에 개입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며 노조에 대한 일련의 대응책이 조사장신부만의 결단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그는 이어 “오죽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했겠느냐”면서 이번 사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어두운 시절 남들이 못할 때는 가톨릭이 나서서 얘기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어느 언론이나)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너무 지나칠 정도이다. 평화방송이 종합방송이긴 하지만 꼭 남의 약점을 끄집어내 비판해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어느 조직에서나 상하관계는 지켜져야 하며 조직원이라면 그곳의 이념을 따라야 한다.”

 그는 또 “우리는 노조원들이 회사에 대한 허위날조 사실을 유포하고 인신공격적인 언행을 일삼고 있는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도방향에 대한 시각차에서 시작된 노사간의 갈등은 사태가 악화되고 쌍방의 유인물을 통해 해명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설마’ 하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노조측은 <평화방송사 태백서> 등을 배포하며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섰으며 회사쪽은 <평화신문>과 전 교구에 배포되는 주보를 통해 노조측이 ‘불행한 사태’를 자초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측이 같은 언론인들의 지원을 받으며 조덕현 사장신부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지적하고 나오자 회사와 교단측에서는 ‘초록은 동색’이라고 판단했는지 전체 기자집단에 대한 불신마저 감추지 않고 있다.

“잘못된 기자 근성 뽑아버리겠다”
 조덕현 사장신부는 최근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삼가고 있으며 교단측에 “잘못된 기자근성을 이 기회에 뽑아놓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평화방송의 박일영 기획부장은 “회사에서는 노조측이 태도변화를 보이면 고소를 취하할 수도 있으며 파업만 하지 않는다면 경징계를 당한 사람들은 언제든지 복귀 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빠른 시일내에 사태가 수습돼 방송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덕현 사장신부의 퇴진’을 원하고 있는 노조측과 노조측의 ‘태도변화 및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회사간에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게다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인천교구 광주대교구 등이 원만한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노조를 측면 지원하고 나서 자칫 평화방송 사태는 교단내 보혁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조상기 노조위원장은 “가톨릭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극적 타협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 수익사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평화방송 보도국은 국장 1명, 부장 2명, 기자 3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평화방송은 개국 이래 지금까지 수십억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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