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터지자 세무조사 떨어졌다
  • 서명숙 기자 ()
  • 승인 199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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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체성, 통일교 재단 2개 법인 조사 …<세계일보> 수서 보도 ‘앙갚음’ 의혹

‘수서사건’과 관련한 보복성 탄압인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인가. 이런 의문이 (주)일화와 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정계와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세무조사를 놓고 말이 많은 이유는 단 한가지. 대상이 된 두 법인이 지난 2월3일 한보의 수서 택지공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내용의 청와대비서실과 평민당의 공문을 특종보도해 수서사건을 정치사건으로 비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세계일보>와 같은 통일교 재단이기 때문이다.

(주)일화가 중부지방 국세청으로부터 “수입금액 탈루혐의가 있고 제3자 명의 부동산이 많다는 정보가 있으므로 45일간에 걸쳐 일반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 2월11일. 한보 관련 검찰수사가 한창 진행중인 때였다. 열흘 뒤인 2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은 국세청 서울지청으로부터 “올해부터 상속세 등 세법 개정으로 공익재단에 대한 세무관리가 강화됨에 따라 표본조사 형식의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국세청 관계자 “세무조사 이유 있다”
민주당 수서진상조사단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광일 의원은 “수서사건이 터져나온 직후, 세계일보와 관련된 두 기업이 잇따라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압력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노태우대통령이 언론의 수서 보도태도와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토로한 사실을 떠올리면 그 배경이 분명해진다”고 주장한다. <세계일보> 편집국의 한 간부는 “일화의 경우는 차치하고라도, 전국의 3천개 공익재단 중 3곳을 표본선정하는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로 완곡하게 탄압의 가능성을 비쳤다.

그러나 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 조사를 맡은 국세청 서울지청 법인세과의 한 관계자는 “신문을 보고서야 일화의 세무조사 사실을 알았다”며, 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이 표본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를 “공익재단 중 비교적 규모가 큰 재단이므로 선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일화의 세무조사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중부지방 국세청이 李相 조사국장은 “만일 일화가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면 그 이유는 일화가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한다. 지속적인 매출액 신장에도 불구하고 적자신고를 계속하는 등 세금의 탈루 혐의가 있는 데다가 제3자 명의의 부동산이 많은 점 등으로 미뤄 ‘먼지가 잔뜩 낀 구석’이 확실히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일화의 한 고위 간부는 “기업 입장에선 비록 부당하게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무어라 말할 형편이 못된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한보건설과 관련, 형평성에 문제”
이들 기업에 대한 셈조사와 표본조사가 ‘관행’을 넘어설 만큼 강도높게 진행되는 점도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일화의 한 관계자는 11일 밤 본사와 공장으로 들이닥친 조사반원들은 회사 주요 간부들의 방을 수색해 관계 장부를 압수하는 등 예상외의 강도 높은 조사를 펴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세무조사에서는 대게 자료 제출을 먼저 요구받는 게 상례인데도 “특별 세무조사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표본조사’에 불과하다는 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의 경우도 사무실 수색과 함께 이 법인이 가진 모든 재산내역ㆍ사업내용 제출을 요구받았다고 전해진다.

한보그룹에 대한 전면적인 세무조사를 요구해 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측은 “한보에 대한 세무조사 기피와 통일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정치적 자의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범아세무회계사무소의 심현천 사무장도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현행세법이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자의성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며 “일화에 대한 세무조사가 적법하다 하더라도, 한보와 관련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끈질긴 수서사건 보도로 정치권을 곤혹스럽게 만든 <세계일보>와 통일교 재단 두 법인이 겪고 있는 일련이 세무사찰. 이 상관관계가 오비이락인지 아닌지는 입증할 수 없다. 다만 국세청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오해가 불식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기업의 생사가 정치적 판단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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