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후보’ 구경 힘들 듯
  • 서명숙 기자 ()
  • 승인 199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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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연대회의 ‘어른들’ 기초의회 출마 “없던 일”

“30년만에 실시되는 지자제가 주권재민을 확인시키는, 시민주권을 확립하는 중대한 계기라고 판단하고 진정한 시민의 대표가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연대 회의(약칭 시민회의)가 지난 4일 발기인대회에서 이렇게 선언함으로써,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국민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시민회의 공동대표인 姜汶 YMCA 총무, 權朽 공해추방운동연합 고문, 徐英勳 홍사단 공의회장, 李?再 한국여성단체연합회장, 李世中 변호사 등 5명 중 한두 대표라도 스스로 자신의 ‘키를 낮춰’기초의회선거후보로 나서서 새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거론됐었다. 이 때문에 기성 정당들을 신경쓰이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이런 기대와는 달리 이번 기초의회선거에서 시민회의는 유명인사는 물론 웬마큼 참신한 얼굴조차 내보내기 힘들 듯하다. 당초 시민회의가 준배해왔던 5~6월 도시선거 대책이 정부의 3ㆍ6월 분리선거 강행으로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盧宗鎬 시민회의 대변인은 “정부가 조기선거를 강행하는 바람에 우리는 내부 조직정비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기초의회선거를 맞게 됐다. 그래서 기초의회선거가 더 중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광역의회에 주력할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밝혔다. 후보 대상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李珏節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서울지역에서 시민회의의 ‘도덕적 지원’을 받아 뛰게 될 ‘시민후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단체 등에서 활동해온 5~6명선에 불과하다고 털어놓았다. 지역사회운동의 뿌리가 깊고 단체간 연대가 활발한 대구ㆍ대전 등에서는 시민후보의 출마가 비교적 활발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런 기대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데 그치는 것 같다.

그동안 시민회의 안팎에서 거론됐던, 전국적 인물이 기초의회에 출마하는 것은 가능성없는 일이 되고 만 셈이다. 시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공동대표 가운데 일부 ‘어른들’께 기초의회선거 출마를 권유해왔고 당사자들도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게 사실이지만, 일정이 워낙 촉박하고 선거준비가 전혀 안된 상황이라 불가능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기껏 ‘키를 낮춰’ 출마하더라도 지역 연고에 크게 좌우될 기초의회선거에서 당선을 보장받을 수 없는 명분과 현실 사이의 갈등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민회의측은 조직이 정비될 즈음인 6월중 치르게 될 광역의회선거에서는 시민후보의 전력을 보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선 현행 지자제선거법 중 정당이외의 공천배제조항 등 시민후보에게 불리한 선거법을 개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전국에 걸쳐 참신하고 유능한 시민후보를 발굴해 내세우는 양명작전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시민회의측은 광역권에서 서울지역만 1백여명의 후보를 출마시킬 계획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서 기초선거에 거론됐던 일부 원로들과 발기인들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기초의회선거의 조기ㆍ분리선거 강행은 참신한 시민후보의 참여 기회를 앗았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시민회의의 “시간이 촉박해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해명도 그다지 명쾌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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