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벗고 자면 건강해진다”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1.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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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통·변비·무좀에 좋다” 일본서 인기…과학적 근거 있으나 지나치게 과장

 당신은 어떤 옷차림으로 잠자리에 드는가. 최근 일본에서는 팬티를 벗고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다소 ‘외설적인’ 건강법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건강잡지에 ‘脫팬티건강법’이라는 이름으로 앞다투어 소개된 이 별난 건강법은 효과가 좋다는 내용의 독자투고가 하루에 수십통씩 쏟아질 만큼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잠자리에서 팬티를 벗고 자는 것이 어깨결림과 요통은 물론 피부미용, 변비 심지어 무좀에까지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이 건강법이 인기를 끌자 <마이니치 신문>에서도 자세한 내용을 싣는 등 일본에서는 최근 이 건강법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일본에서 탈팬티바람이 불게 된 것은 삿포로의 산부인과 의사 마루야마 준시(丸山淳土)씨가 라디오 방송의 건강상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탈팬티건강법을 역설하면서부터였다. 청취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마루야마씨는 아예 이 프로그램의 고정출연자가 되었고 이것이 주간지에 소개되면서 더욱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 건강법 기사를 보도하면서 “요통을 앓는 환자를 조사했더니 대부분의 환자가 팬티 고무줄로 허리를지나치게 졸라맨 탓이었다”는 한 정형외과 의사의 조사결과를 인용, 새로운 건강법이 전혀 근거없는 것이 아님을 덧붙였다.

피부호흡에 도움돼 간접치료 효과
 탈팬티건강법이 요통이나 그밖의 질병 치료에 과연 얼마나 효력이 있을까. 물론 벌거벗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다. 대체로 옷을 입고 자게 되면 눌림이나 꼬임으로 인해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신체에 불편함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팬티건강법으로 요통은 물론 심지어 무좀까지 치료한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일 것”이라는 것이 의학계의 얘기다. 서울의대의 모교수는 “그런 근거없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겠느냐”며 아예 언급을 피했다.

 연세대 의대 全世一(재활의학) 교수는 “물론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자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습니다. 공기유통을 원활히 함으로써 피부호흡에도 도움이 되고 불편함을 가져다 주는 장애요인도 저절로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때문에 요통이나 그밖의 질병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교수는 별난 건강법으로 병을 치료하겠다는 생각 대신 알맞은 적절한 질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적으로 보통 하루에 6~8시간의 수면과 질적으로 2시간30분 정도의 숙면을 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람은 숙면 상태에 빠지면 누구나 꿈을 꾸게 되고 뇌파의 변화로 인해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이 상태를 꿈을 꾸기 때문에 ‘꿈잠’이라고 부르거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는 영문 약자를 따서 ‘램슬리핑’이라고 하는데, 대개 이런 숙면 상태를 거치지 않으면 아무리 잠을 오래 잤더라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 전교수의 설명이다. 자연적인 숙면 상태가 아니라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잔 경우도 꿈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잠의 효과는 떨어진다고 한다.

 바람직한 수면을 위해서는 스트레스 공포감 등 심리적인 방해요인 뿐 아니라 습관, 식생활에서 오는 방해요인도 제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밤늦도록 텔레비전을 보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지속적인 뇌세포의 흥분으로 불면증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텔레비전 습관시청을 바꿔야 한다. 또한 짜거나 단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은 혈압, 혈당량의 증가로 인한 신체불균형으로 역시 불면증에 걸릴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잠자기 전에 피해야 할 음식물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 콜라 초콜릿 등이 있다.

 전교수는 얼마전 편안한 잠을 자기 위한 베개의 올바른 사용법을 발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베개를 베는 가장 좋은 상태는 해군병사가 구명대를 둘러멘 자세와 유사하다. 낮고 넓은 베개로 머리를 감싼 듯한 자세가 좋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베개는 두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탈팬티’는 건강수면법의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다. 전교수는 이렇게 덧붙인다. “물론 수면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건강한 심리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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