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된 날치기 신기록들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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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틀어막기 · 통과 저지 · 보좌관 연설 싸움 등

12월2일 국회 농수산위 · 재무위 · 예결위 날치기 처리와 본회의 날치기 시도는 갖가진 진풍경과 함께 새로운 기록도 만들어냈다. 상임위원장이나 국회 부의장의 입을 틀어막는 것으로 통과를 저지하는 방법은 처음 등장했다. 이는 사회자가 입으로 의사진행을 하거나 의사봉 대신 손바닥으로 두들겨도 적법성을 인정받도록 돼 있는 현행 법 때문이다. 그 날 밤 11시10분께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 날치기 처리 작전을 감행할 때 국회 사무처가 본회의장 출입문을 모두 폐쇄해 민주당 의원과 출입기자 들의 출입을 막은 것도 처음 발생한 사건이다. 국회 사무처 경위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서야 겨우 출입문을 열었는데, 본회의장 기자 취재석의 출입문은 계속 잠가 놓았다가 기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고 문을 여는 촌극을 벌였다. 민주당 朴智元 대변인이 불과 10여분 사이에 모두 여섯 차례나 강도 높은 비난 성명을 낸것도 첫 기록이다.

박대변인은 이 날 저녁 7시28분께 농수산위의 추곡수매안 날치기 처리를‘개혁 날치기’라고 비난하는 것으로 첫 성명의 테이프를 끊고 1~2분 간격으로 점점 강도를 높인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성명을 보면 △두번째 성명:김영삼 정권은 문민 정부가 아니라 군사 정권의연장임을 입증됐다 △세번째 성명:김영삼 정권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네번째 성명:김영삼 정부는 과거 군사 정권과 다름 없는 살농정책의 충실한 집행자다 △다섯변째 성명:드디어 김영삼 정권의 조종(弔鐘)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섯번째 성명:우리나라는 어째서 대통령만 되면 독재자의 길로 가는 기구한 운명의 나라인가 하는내용이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낱말을 사용해 현정권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 특징이다. 박대변인은 예결위에서 예산안에 날치기 통과된 직후에는“날치기를 반대했던 김영삼 대통령은 노태우 정권의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으로서 습득한 군사 독재 정권의 날치기를 위한 특허 방법을 유감없이 실력발휘했다”하고 논평했다.

특히 맨 마지막 성명에서는 ‘신기록 발표’라는 무기 상항을 넣어 △처음으로 국회의사당 안에서 의원들로부터 대통령에게 ‘독재정권 물러가라’라는 구호가 나왔다 △역대 정권이 날치기 처리하려는 것을 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민주당 의원들의 전과를 자랑하기도 했다. 우스꽝스런 설전을 벌인 것도 기록감이라 할 수 있다.‘필리버스터’를‘필리보이스’로 말해 이름을 날린 민자당 朴熙富 의원은 이번에도 육탄 저지조의 선봉을 서는 용맹성을 과시했는데, 민주당 趙洪奎 의원이 “필리보이스는 나가 !”라고 고함치자, 박의원은 조의원의 키가 의원 중에서 제일 작은 것을 빗대“앉으나 서나 똑같은 사람이 나가 !”라고 맞 대응했다. 이에 조의원은“들어오나 나가나 똑같은 사람이나 나가 !”라고 대응해  박의원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한편 예결위의 소란이 끝난 뒤에 국회 중앙로비 로툰다 홀의 받침돌에 민주당 보좌관협의회장과 민자당 협의회장이 차례로 올라가 5분에서 10분에 걸친 연설로 싸움을 벌인 것도 국회 개원 이후 처음 등장한 모습이다.
趙瑢俊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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