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제 공격 땐 2주만에 평양 함락”
  • 김당 기자 ()
  • 승인 199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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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 미연합사 작전계획 ‘ OPLAN 5027'최초 확인

최근 들어 북한 핵과 관련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과 서울방어선 붕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한반도 위기설이 끊임없이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위기설은 미 국방성의 비밀 자료와 국방 관계자들의 발언을 토대로 한 다소 허황된 가상 시나리오 형태에서부터, 최근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에서 보도한 한 · 미연합사 작전계획을 토대로 한 정교한 분석 보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한반도 위기설이 한결같이 미국측 시가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이같은 위기설이 한국의 주식시장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주가는 오히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 상승중이다(12월16일에 이어 17일에도 종합주가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상 시나리오 보도, 대부분 과장 또는 오보
 이 모순된 현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단순히 ‘안보의식이 해이’때문이라는 진단만으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쨌건 미국 언론들은 이 ‘모순된 현상’까지를 불만에 찬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지인 <윌스트리트 저널>은 12월14일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에서는 큰 외교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정작 북한의 사정권 안에 있는 한국에서는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한국 관리들과 국회의원들은 미국측이 평양측의 동기를 잘못 읽고 있으며 북한의 군사력에 과잉반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북한이 당장 핵폭탄을 생산하거나 재래식 공격을 해오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고 보도했다.

 과연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한국의 방어선은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아니면 미국이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한국이 무딘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런 상반된 현상은 어디서 비롯하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그러한 ‘한반도 위기설’을 검증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한 · 미연합사 작전계획 5027(CFC OPLAN 5027 · OPLAN은 Operation Plan의 합성어) 관련 자료와 정보, 군 관계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그간 보도된 가상 시나리오나 전쟁 발발 가능성은 대부분 과장되었거나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다.

 《시사저널》은 우선 ‘작계 5027’(‘작계’는 작전계획을 줄인 군사용어임) 관련 정보와 북한의 실정 그리고 도발 가능성을 ‘한국의 목소리’로 공식 확인하기 위해 합참 정보본부장에게 면담 및 인터뷰를 신청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방부는 이에 대해 완곡히 거절했다. 국방부는 ‘미군측 시간만 일방적으로 유포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불안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자’라는 기획취지에는 동의했으나 미국과의 외교적 고려를 이유로 지금 당장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인터뷰 연기가 곧 미국측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 대신 합참 작전국장, 육본 작전처장을 역임해 한 · 미연합사 작계에 정통한 민주당 나병선 의원(육사 14기 · 30~32쪽 인터뷰 기사 참조)과 주한미군 군사전략에 정통한 핵전문가 피터 헤이즈씨(미국 노틸러스 퍼시픽 연구소 소장 · 28~29쪽 기고문 참조)그리고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관계자 등을 통해 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한 · 미연합사 작계의 기본틀은 《뉴스위크》(12월1일자)와 <워싱턴 포스트>(12월12일자)가 인용 보도한 미 국방부 ‘비밀 보고서’ 및 ‘전쟁 시나리오’와 같고도 다르다. 같은 점은 두가지 공략 루트(서울 및 동해안)와 2주일이라는 기간이다. 그리고 틀린 점은 북한군의 선제 공격으로 서울과 동해안(부산 · 김해)이 2주일만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한 · 미연합군의 응전과 종심공격 전략으로 북한의 수도(평양)과 동해안(원산)이 2주일 만에 함락되는 것이다.

 피터 헤이즈는 미군 내부 문서(88년)를 토대로 ‘한 · 미연합사 작전계획 5027’에 포함된 응전의 얼개를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한 · 미연합사는 전쟁 발발 즉시 특수부대를 북한 지역에 투입한다. 비무장지대(DMZ)주변에서 방어전이 5~6일 계속된 뒤 한국 해병대가 평양 · 원산 부근의 해안 방어선을 점거하고, 이어 한국군 제7군단이 비무장지대의 북한측 경계선을 넘어 평양으로 진격한다. 미군 계산으로는 2주일 만에 평양에 도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공격적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에 배치한 핵전쟁용 전력을 강화했으나 이와 관련한 정보는 거의 다 미공개되고 있다.”

 이같은 역습 계획은 헤이즈의 기고문에서 알 수 있듯이 투입군과 방어기간(4~6일)등이 부분적으로 바뀌었으나 핵전력을 제외한 기본 얼개는 지금도 유효하다. 91년 주한미군의 핵 철수가 이뤄진 상황에서 기존 작계에 포함되었던 ‘유연 예비전력’으로서의 핵무기 사용계획이 빠진 것은 당연해 보인다. 물론 피터 헤이즈는 만일의 경우 제7함대나 미국 본토의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핵전력이 없어도 기존의 공지전(에어-랜드 배틀) 및 종심공격 전략으로 전쟁 억제력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 한 · 미 양국 사이에 검토되는 신속전개억제전력(FDO) 패키지 구성이 완료되어 작계에 구체화하면 역습 계획은 훨씬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작전계획 5027’의 5단계 전략
 확인된 바로는 한 · 미연합사 작전계획 5027은 5단계 작전을 기본틀로 삼고 있다. 이는 제1 · 2단계 ??작전을 거쳐 3단계(격멸작전), 4단계(고립화), 5단계(종전 이후 단계)순으로 전개된다. 중요한 것은 한 · 미연합사 작계 5027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선제 공격’을 전제 조건으로 하여 발동한다는 점이다.

 앞서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기존 주한 미군의 ‘한국방어계획’이 78년 한 · 미연합사 창설 이후 그 명칭이 ‘OPLAN 5027'로 바뀐 것이다. 한 · 미연합사 작계는 다른 나라의 작계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개발 · 발전되는 새로운 전략 · 작전 개념을 도상훈련(CPX)과 실병기동훈련(FTX)또는 실전 운용 등을 거쳐 이를 수용해 변화해 왔다.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한 · 미 연합 팀 스피리트 훈련은 그것의 가장 유용한 ’실험‘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5027 작계가 북한의 선제 공격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사실상 실지 회복차원을 넘어선 수복 계획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앞서의 소식통은 “북한이 팀 스피리트 훈련에 대해 북침을 전제로 한 공격훈련이라고 강력히 비난하는 것은 상투적인 트집이라기보다는 그만큼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작계 5027의 핵심 전략은 공지전 전술과 종심공격 계획이다. 공지전은 80년대 초에 미 육군이 개발한 전략으로, 기존의 ‘일시 후퇴후 반격’차원을 넘어서 적의 후방을 타격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복 위협을 줄 ‘공세적 방어전술’이다. 공지전 전술은 83년 팀 스피리트에서 처음 시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전술에 의해 신속기동력을 전제로 북한 공격력의 후방 지원 부대. 병참 · 보급선 및 중요 시설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는 종심공격 계획이 도입되었다. 피터 헤이즈는 한반도에서의 ‘봉쇄 전략’이 핵무기와 결합된 이같은 ‘유동적 · 공격적 방어전략’으로 전화되어 작계 5027에 정식으로 포함된 때를 87년으로 본다.

 이 전략은 핵무기 사용을 제외하고는 현재도 유효할 뿐만 아니라 신속전개억제군 구성으로 더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할 때 ‘북한이 남침해 올 경우’격퇴 수준이 아닌 북한 정권의 무력화를 상정한 공격을 의미하게 된다. 즉 북한이 선제 공격으로 남침해올 경우 단순히 전방 저지 또는 후퇴후 격퇴(휴전상태 유지)수준이 아닌 수복작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병선 의원은 53년 휴전 이후 존속돼온 휴전협정 규정에 따라 ‘선제 공격=전범’인 상황에서 이같은 ‘공격적 방어전략’은 “전쟁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엔 휴전협정 정신을 지키고 상대방 공격에 대한 타격력도 보완한 최선의 전략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휴전협정 체제내 최선의 전략’은 92년부터 미 의회 청문회에서 내비친 적은 있으나 정식으로 확인된 적은 한번도 없다.

 92년 3월 미 하원 외교위 해외군사 지원에 관한 청문회에서 당시 콜린 파월 합참의장은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와 관련한 주한미군 지상군의 역할을 묻는 솔라즈 의원의 질문에 북한이 남침할 경우 미국이 단순히 방어를 넘어선 ‘완전 축출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고 이를 물리치기 위해 지상과 해상에 배치한 미국의 공군력만으로도 충분하기를 바라고 있다…(중략) …그러나 우리의 계획에서 우리는 적의 침략을 억제하거나 방어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우리는 다시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없도록 북한을 내몰아붙이는 데도 관심이 있다.

전쟁 시나리오 한 · 미 작계와 정반대
 그렇지만 최근 연일 쏟아져 나오는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는 이같은 미 합참의장의 ‘관심’과 앞에서 확인된 한 · 미연합사 작전계획과 완전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29쪽 상자기사 참조). 우선 지적되어야 할 것은 미국 언론이 ㅗ도하는 미 국방부 전쟁 시나리오의 기본틀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그것은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인 최악의 시나리오일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 · 경제제재를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다”라고 지적한다. 즉 그같은 제재를 가하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럴 경우 북한은 서울과 동해안을 동시에 때리는 작전을 전개할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서울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일 뿐 북한에 대한 군사제재라는 전제 조건이 없으면 시나리오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뉴스위크》와 <워싱턴 포스트>(둘 다 워싱턴 포스터 컴패니의 계열사이다)가 인용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모두 91년 미 국방부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삼고 있다. 《뉴스위크》가 보도한 ‘한국군 방어선은 신판 마지노선’이라는 끔찍한 제목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북한 공격에 대비한 한 · 미 연합군의 방위체제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미 국방부의 연구보고서 내용이 밝혀졌다. 91년 봄 작성한 뒤 기밀로 분류된 이 보고서 내용은 《뉴스위크》가 그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는 미국 관리들을 인터뷰한 결과 드러났다. 한 관리가 전하는 ’끔직한 결론‘은 이렇다. “북한의 기습은 2주 안에 한국의 방어선을 돌파한다. 설성가상으로 후방지원 체계도 혼란해 미 증원군은 6~8주 뒤에나 도착한다. 그동안 한 · 미연합 공군이 북한군 진격을 늦츨 수는 있지만 저지할 수는 없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12월 10일 당시 애스핀 국방장관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한 ‘USFK 5027’이라는 제목의 한반도 전쟁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근거로 삼아 북한과 핵 협상에 실패해 유엔이 제재 조처를 취하거나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폭격했을 경우 북한이 남침을 감행한다는 상황 설정 아래 좀더 신중한 시나리오를 전개하고 있다.

 ‘지금은 북한이 경제 제재를 받을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추측하기 어려운 아주 불확실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평가 보고서는 미군사력을 등에 업은 한국군이 결국(RRODNJFENL)에는 북한의 남침을 물리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일부 반대론도 있다. 91년 3월에 나온 ’한국의 군사력 균형에 관한 분석‘이라는 비밀 보고서는, 북한이 군사력의 절반을 서울 쪽으로 투입하고 나머지 절반을 동해안으로 보내 부산과 김해를 점령하는 이른바 서양장기의 ’외통 장군 전략‘을 사용할 경우 승리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렇지만 국방부는 정작 《뉴스위크》의 전쟁 게임 시나리오가 나올 때만 해도 터무니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할 뿐 근거 있는 논평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두 매체가 공동으로 인용한 문제의 91년 보고서는 작성 시기나 내용으로 보아 <뉴욕 타임스>가 12월2일 1면 머리 기사로 다룬 ‘클린턴, 주한미군 증강계획 검토’기사에서 지적한 91년 미 국방부 비밀보고서와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부분을 인용하면 이렇다.

 ‘91년 비밀 보고서는 (현재의 북한 공격에 대한 방어 및 격퇴 가능성보다)더 염려스런 견해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공격해올 경우 미군의 적절한 병참 지원이 어려우며, 미 공군이 제공권과 한국 육군의 전투력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러나 딕 체니 전 국방장관과 애스핀 국방장관은 이 보고서가 북한군의 능력을 과대평가했으며 미 공군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며 이같은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 현직 국방장관이 받아들이지 않은 91년 보고서를 가지고 언론은 호들갑을 떤 셈이다. 그러나 전쟁 게임이나 시나리오는 논의로 치더라도 전시 지원계획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작계는 전쟁 놀음(워 게임)이나 가상 시나리오와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아무리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개발 · 발전된 전술 · 전략 개념을 도상훈련과 실병기동훈련 등을 통해 구체화한 작계일지라도 지원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속전개억제군의 경우, 기존의 전시 증원군과는 달리 전쟁 위기상황이 조성되는 단계에서 이미 신속전재함으로써 전쟁을 억제하려는 전략개념임에 비추어, 일부 언론의 지적은 한국방위전략 자체를 뒤흔드는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91년 이후 한반도 방위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반도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 신속전개억제전력을 사전 전개하는 등 다양한 억제 대책을 발전시킨 바 있고, 걸프전 이후 대폭 증가된 미 증원 전력을 한국방위계획에 반영하였으며, 최근에는 한국군에 기동군단을 추가 · 창설하는 등 일련의 대비태세 보완으로 한 · 미연합방위태세는 더 확고히 정착되어 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측 발언 및 보도와 관련하여 “사실과는 다르지만 거기에는 여러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국측의 공식 입장을 밝히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위기설 근원지는 미국 군 · 산복합체?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일은 병가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전쟁 시나리오에도 지는 것이 있으면 이기는 것이 있다. 문제는 한반도 시나리오에는 지는 것만 있다는 점이다. 12월16일 관훈토론에서 레이니 주한 미국대사가 지적했듯 겨우 11월초 한 · 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 · 미 양국 국방장관들이 합의한 완벽한 한국 방위태세가 갑작스레 허점투성이로 바뀔 수는 없는 것이다. 레이니 대사는 “한 · 미 연합군의 대응력은 충분하다. 문제는 언론의 추측보도에도 있지만 그보다는 잘못된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 사람이 더 문제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한 · 미 군사 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위기설의 진원을, 한국에 대한 미 국방부의 전시주둔지원협정(WHNS)이행 요구 및 군 · 산복합체의 무기판매 압려긍로 해석한다. 이것은 나아가 클린턴 행정부의 국방예산 감축계획에 대한 거대한 군 · 산복합체의 테스트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갑작스레 애스핀 국방장관이 사임한 것도 이런 사각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전통적인 채찍(군사적 제재 위협)과 당근 정책의 일환이자 북한 핵 위협을 최대한 활용한 미국 군 · 산복합체의 위기감 조성을 통한 대 클린턴 및 대 한국 압력이라는 두가지 배경으로 해석한다. 청와대의 한 국방담당 비서관은 “그쪽은 호들갑을 떨지만 우리는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있을지 모를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한 · 미 양국의 공동 목표이다. 그러나 국익과 관련된 방법론의 차이는 있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연 것은 12월14일부터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해병대 청룡부대와 미군 오산기지를 잇달아 방문해 국민의 안보의식 해이에 대해 걱정함과 동시에 북한 도발에 대한 격퇴 자신감을 표명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국방부도 같은 날 <워싱턴 포스트>보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국 정부로서는 ‘실제적 위협’보다는 ‘늑대와 양치기’같은 안보의식의 해이가 더 염려되는 상황이었는지 모른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샬리카시빌리 합참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남침해도 서울 방어는 자신있다고 발언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날의 발언은 그동안 미국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한 · 미 연합 방위체제의 허술함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으로, 자칫 언론이 전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2월20일 현재 한국에 <워싱턴 포스트> 12월12일자(일요판)가 1부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 크다. 《시사저널》이 북한을 자극할 수도, 또는 다독거릴 수도 있는 작계의 일부 내용을 보도하는 것도, 그것이 정작 시나리오의 무대인 한반도에 살면서도 아무것도 알 길이 없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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