斗山 또 물난리 이번엔 맥주 시비
  • 글 문정우 · 사진 김봉규 기자 ()
  • 승인 1992.08.0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간지 “오염”보도에 OB “사실무근” 발끈


 지난 7월22일 ㄱ신문 5면에는 매우 눈길을 끄는 광고가 하나 실렸다. 월간 《시사한국》(발행인 우동철) 8월호에 실릴 내용 중 읽을 만한 기사를 간추려 소개한 것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OB맥주, 10만 인구 분뇨처리장 배출 오수 정화(?) 맥주 만든다’였다. 그 같은 큰 제목 밑에는 ‘OB맥주 취수장, 분뇨처리장 바로 밑에 있다’는 부제까지 붙어 있었다. 요컨대 OB맥주 이천공장이 분뇨처리장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물을 길어다 맥주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오줌 · 똥이 섞인 물을 걸러 만든 맥주를 마셔왔다는 경악스러운 얘기가 된다.

 하지만 이 광고는 그 날 이후 어느 신문이나 매체에서도 발견 할 수 없게 됐다. 잡지도 지난 26일 시중에 배포될 예정이었으나 29일 현재까지 발매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잡지가 발매되지 않는 까닭에 대해서만 구구한 억측이 난무할 뿐이다.

 “《시사한국》이 잡지 전량을 OB에 팔기로 했다더라” “OB직원들이 잡지를 찍은 인쇄소 앞에 진을 치고 잡지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지킨다더라” “기사가 다른 신문에 나는 것을 막기 위해 OB가 총력을 기울여 로비를 하고 있다” “《시사한국》측이 단가를 높이기 위해 계속 흥정을 하고 있다” 등등.

 OB측과 《시사한국》측의 주장도 엇갈리고 있다.

  “본래는 24일 ㄱ신문을 비롯한 4개 일간지에 광고가 나가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ㄱ신문만 사정이 있어 광고를 이틀 앞당겨 냈는데 그것이 OB의 간섭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OB는 발빠르게 손을 써서 다른 일간지에 광고가 게재되는 것을 막은 다음 현재 우리 회사의 상층부와 계속 교섭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시사한국》의 한 기자는 잡지 발간이 늦어지는 까닭은 OB의 압력 때문이며 기사 내용은 “거의 모두 어김없는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시사한국》측의 이옥룡 업무국장은 “잡지가 발간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기사 내용 중 몇 가지만 보완되면 곧장 발간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OB의 윤영준 홍보부장은 “엄중히 항의한 적은 있지만 기사나 광고가 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로비를 한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기사 내용이 하도 허무맹랑해 처음에는 아예 상대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행여 회사 이미지가 손상될까봐 그들에게 기사를 내는 것은 자유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시사한국》에서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그들은 처음에는 완강했으나 최근 갑자기 태도를 바꿔 잡지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부장은 《시사한국》 발행인이 직접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잡지를 발매하지 않겠다고 말한 만큼 잡지는 시중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 사이에 현재 어떤 말들이 오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문제는 양사가 주판알을 튀기며 해결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는 사람들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취재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OB의 취수장은 분명히 여주군 분뇨처리장의 하류에 있다. 하루 4.5t트럭 4대 분의 분뇨를 처리하는 여주군 분뇨처리장은 남한강변 왕대1리에 있고 그로부터 하류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하루 약 7천t의 물을 퍼올리는 OB의 취수장이 있다.

 문제는 그 물이 얼마나 오염돼 있으며 OB가 과연 그 물로 맥주를 만드는가 하는 것인데 이 점에서 《시사한국》의 기사는 사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OB 취수장의 현장관리인 ㅇ씨는 “만약 흐르는 강물, 즉 건상수를 퍼 올린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우리는 강바닥에서 7m 정도깊이에 있는 지하수를 퍼 올리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ㅇ씨의 설명에 따르면 OB의 취수방식은 강바닥에 우물을 파서 물을 퍼 올리는 것과 같다. 즉 강바닥을 파서 맨홀을 만들고 맨홀 밑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린 관을 연결한 다음 그 주변을 자갈과 모래로 겹겹이 싸서 여과된 물을 퍼 올린다는 것이다.

 혹시 OB측에서 갈수기에는 건상수도 퍼 올리는 것이 아닐까 하여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에게 물어보았으나 그런 ‘혐의’는 발견할 수 없었다. 공사를 할 때 인부로 참여했다는 주민 ㅂ씨는 “건상수는 아무리 퍼 올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단언했다.

 OB측은 남한강에서 퍼 올린 물로 맥주를 만드는가 하는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한다. OB맥주 이천공장 환경부 박순규 차장은 “현재 이천공장에서는 하루 3백만명 정도의 맥주를 생산하는데 거기에 필요한 원수 1천5백t 모두를 공장 내부에서 퍼 올리는 깨끗한 지하수로 충당한다”고 말했다. 박차장은 또 “맥주 1t을 생산하려면 7~8t의 물이 따로 필요하다”면서 “남한강에서 끌어온 물은 모두 공장 바닥을 청소하거나 물탱크를 닦는 데 쓴다”고 밝혔다. OB는 현재 지하 취수시설을 내방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결국 “OB맥주가 분뇨처리장에서 나온 오수를 정화해 맥주를 만들고 있다”는 《시사한국》의 기사는 상당히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혹이 완전히 가시는 것은 아니다.

 우선 OB측이 퍼 올리는 지하수가 수질에 있어서 건상수와 과연 얼마나 차이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OB측이 취수하고 있는 여주군 남한강변은 상수원 보호 구역이 아닌데다가 강물 오염의 주범인 축산농가가 밀집돼 있는 지역이다. 또 이천 지역이 본래 물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점을 들어 OB측이 갈수기에는 남한강에서 퍼 올리는 물로 맥주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뭔가 있기 때문에 OB측에서 저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게 아니냐”하는 것이다.

 물론 OB측의 입장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대구 페놀 오염 사건 때 워낙 여론재판에 혼이 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막후에서만 일을 해결하려 한다고 해도 결백을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