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침묵 휴가’ 5박6일의 속뜻
  • 무주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1.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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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정 · 유엔동행 모양 갖추기 골몰

金大中 신민당 총제가 5박6일간의 ‘침묵 휴가’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했다. 보도진의 접근이 일절 금지된 가운데 전북 덕유산의 무주리조트에서만 머무른 김총제는 식사 때를 제외하소는 대부분의 시간을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숙소에서 보냈다. 휴가 기간에는 조승형 비서실장이 김총제를 수행했고, 허만기 이상옥 오탄이협 의원 등만이 인사차 덕유산을 다녀갔다.

 다만 김총제가 설립한 미국 ‘한국인권위원회’ 회장이 이역작 박사가 주말인 10일에 모습을 나타내 김총재의 유엔행과 관련해 미국 체류 일정 등 모종의 숙의가 있은 것이 아닌가 눈길을 모았다. 그러나 이박사는 “오비이락이다. 미국에서 휴가를 얻어 잠시 한국에 들렀을 분이며, 김총재와 별다른 얘기를 나눈 것은 없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김총재는 무주리조트 간부의 안내를 받으며 스키리프트를 타고 안개 덮인 해발 1천2백50m의 휴게소에 올라가 주말 피서객들과 잠시 어울렸다. 한 피서객은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은 바다(제주)로 휴가를 가더니 김대중 총재는 산으로 휴가를 왔다”면서 두 김씨를 비교하기도 했다.

 김총재는 휴가를 떠나기 앞서 기자들에게 “이번에는 따라올 생각하지 말라”고 단단히 ‘경고’까지 하고 서울을 떠났다. 김총재의 여름휴가는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이 제주도에서 보여준 ‘정치 휴가’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조용한 휴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김총재의 ‘무주 침묵’은 김대표가 제주도에서 행한 정치적 발언 못지않은 무게를 지니고 있다.

 16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김총재는 노대통령과의 유엔동행 여부 및 야권통합안을 발표하게 되어 있다. 김총재의 유엔행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 · 북관계에서 ‘김대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이라는 점을 확인시키는 동시에 김총재 개인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야당의 선명성에 흠집을 낼 수도 있다는 부담 역시 안고 있다. 신민당 내 비주류 계보인 정치발전연구회에 좋은 공격거리를 줄 수도 있다. 유엔행에서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야 말로 김총재의 무주 구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또 총선 전에 어떤 방법으로든 매듭을 짓지 않을 수 없는 야권통합도 피서지의 김총재를 괴롭혔을 부분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김총재의 ‘무주 구상’ 중에서 가장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6공화국후반기의 정치일정에 대한 자신의 정치구상일 수밖에 없다. 김총재의 평소 정치형태로 보아 완벽한 사전계획을 자기보다는 여권, 특히 노대통령의 의중 탐색과 그에 따른 자신의 대응 방안이 중요한 사색거리가 되었을 듯싶다.

 덕유산에 머무르는 김총재의 가방 속에는 경제학자 갈브레이드의 일어판《신현실시대》와 대하소설《백정》등 몇 권의 책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김총재가 책을 얼마나 펼쳐보았을지는 의문이다.

 소용돌이가 예상되는 올 하반기는 정국에 대한 구상이 김총재의 머리 속에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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