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 양성반응”은 불확실한 자료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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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테스트 정성분석만으로는 성관계 입증 못해

 오대양 집단변사의 타살의혹을 가장 크게 증폭시킨 것은 정액 양성반응이였다. 朴 子씨를 비롯한 12명이 양성반응을 보였으며 그중 3명은 미혼이었다는 것, 또 “오대양교는 성관계를 엄격히 금지했다”는 생각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가 성폭행한 후 타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오대양 사건의 최종수사 결과 보고서에서 “SM 테스트에 의한 정액반응검사를 정밀 검토한 결과, 그 發色 정도가 희미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한 물질의 형상이 精子인지의 여부가 불분명하며, 부검한 의사들도 서로 의견이 엇갈려 정액 검출여부를 단정키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정자는 체외로 배출되었을 때 48시간에서 72시간 사이에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다. 이때 사용되는 방법이 SM 테스트인데 여성의 질액을 검사해 정액의 유무를 판단하는 ‘예비검사’의 한 종류이다. 즉 정액 내에 있는 AP(Acid Phosphatase)라는 효소는 SM시약을 넣을 경우 1~2초 내에 진한 자주색으로, 10~20초 사이에는 옅게, 1분이 지나면 아주 옅게 변한다. 그러니까 검찰 발표에서 보듯이 “(처음부터)발색정도가 희미하였다”는 것은 정액이 아닌 다른 물질에서 반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래 AP는 포유류의 조직과 분비액에서 쉽게 발견되는 효소이다. 성관계를 갖지 않은 여성의 질액에도 존재하고, 심지어 오줌 배변 등도 SM 시약에 양성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한계에 보고돼 있다. 그러므로 SM테스트 결과 양성반응이 나타났다고 해서 그것이 곧 성관계가 있었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비단계의 검사’일 뿐이다. 다만 강간사건 수사에 이 테스트가 사용되는 이유는 남성의 정액에서 월등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SM 테스트는 AP, 즉 정액과 같은 성분(정액과 질액에 공히 존재하는)의 유무를 알아보기 위한 定性分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정성분석 후에 그것이 정확히 정액인지 아니면 질액 등 다른 물질인지를 식별할 수 있는 定性分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AP의 양이 50unit 이상이 되어야만 비로서 정액이 라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대양사건을 수사할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팀은 정량분석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정자로 추정되는 물질과 정액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는 성관계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매우 불확실한 자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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