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작’ 위한 미국 방문인가
  • 워싱턴 .김승웅 특파원 ()
  • 승인 199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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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프레스클럽 회견에 관심…과거 이미지 살릴지는 의문

김대중씨의 워싱턴 방문에 대해 워싱턴 한국대사관은 공식 반응을 일절 삼가고 있다. 야당 대표나 민간 VIP에게 관행이 돼온 대사관 리무진의 편의제공도 없고, 공항 영접은 한승수 대사 대신 반기문 정무공사가 개인 차원을 출영을 맡았다. 서울 외무부 본부로부터 아무런 훈령도 없었고, 김씨 측근이나 현지 교민들로부터 편의요청을 받은 바도 없기 때문이다. 비정치인 김대중씨의 방미는 이처럼 철저히 비정치적으로 치러진다.

 김대중씨는 12월 오찬 회견을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갖는다. 내셔널프레스클럽 사무처에 접수된 오찬회견 신청은 워싱턴에 상주하는 아ㆍ태평화재단 워싱턴지부장 스티븐 카스텔로씨 이름으로 되어 있다.

 이번 내셔널프레스클럽 회견에 보도진이 얼마나 밀려올지가 큰 관심사다. 서울에 소개된 바로는 방송기자 2백명에 4천2백개의 케이블 텔레비전 취재팀이 몰릴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내셔널프레스클럽 건물엔 《시사저널》을 비롯한 서울의 유수 언론매체 특파원들이 상주하고 있어 이 보도가 허황된 것임이 즉각 밝혀졌다. 텔레비전 취재팀 4천여 개가 모일 장소가 내셔널프레스클럽 건물 안에는 어느 곳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를 카스텔로씨한테 따진즉 “녹화 전문 방송인 C-SPAN을 통해 방송되면 미 전국의 4천여 도시에서 시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하다. 그의 오찬회견 티켓은 25달러(2만원)에 팔리고 있다. 서울 아ㆍ태재단측에 따르면 이미 4백여 명의 외신기자와 저명인사가 내셔널프레스클럽 회견 참석을 신청했다고 한다.

 김씨는 내셔널프레스클럽 회견말고도 카네기재단이 주최하는 만찬(9일)과 저명한 학술단체인 AEI가 주최하는 오찬(11일)에서 연설할 예정이어서 미국에 심어온 ‘DJ 인권’의 거재를 만끽할 것이 틀림없다. 다만 정치와 결별을 선언했으니만큼, 이번 방미가 과거의 ‘김대중 이미지’를 미국 내에 살릴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이번 방미와 유관한 뉴욕 소재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한 전직 간부는 “일단 대권을 포기한 이상 DJ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 ‘포기’된 걸로 봐야 한다”라고 현실을 강조한다. 그런가하면 카스텔로씨는 김대중씨가 차원 높은 정치인(elder statesman)이었으므로 정치 결별과 관계 없이“미국의 관심은 더 커져 있다”라고 다른 해석을 내린다.

 김씨의 이번 방미는 19일 유니언 신학대학에서 인권운동가에게 수여하는 유니언메달을 받기 위해서라는 게 공식 이유이나, 실제로는 그의 저서 이름대로 뭔가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한가지 옥에 티는, 이곳 아ㆍ태평화재단 지부에서 돌리는 영어로 된 기사 유인물의 아ㆍ태평화재단 원로고문 명단(한국측)에 조계종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이름이 그대로 끼여 있어 ‘시작’치고는 다져지지 못한 시작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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