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손찌검' 특종이 유죄?
  • 정기수 기자 ()
  • 승인 199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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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KBS 姜澈求씨 사이비기자로 구속…동료들은 “보도에 대한 보복” 주장

지난 5월30일 수요일 오전 10시30분. 동래경찰서에서 취재중이던 KBS 부산방송본부 보도국 姜澈求기자(33)의 무선호출기(삐삐)가 요란하게 울렸다. 호출기에 나타난 송신자 전화번호는 부산지검 특수부의 것. “출입기자에게 급하게 알려줄 만한 사건이 터졌나???하는 생각으로 부산지검에 응답전화를 한 강기자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술집에서 사소한 시비가 있었다는데 참고인으로 물어볼 게 있으니 들어와서 차나 한잔하자??는 것이었다.

 강기자는 출두에 앞서 보도국의 동료·선배들에게 이 문제를 상의했다. KBS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부산위원장 장동범기자 등 강기자의 선배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대책을 토의했다. 술집에서의 시비라는데 형사부가 아니고 특수부에서 조사한다는 시실, 또 특수부는 사이비기자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는 부서라는 점등을 생각할 때 예삿일이 아닌 것으로 판단됐던 것이다.

 취재활동비 명목으로 2백만원 갈취했다

 동료들이 더욱 긴장했던 것은 지난 1월 부산 시내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던 부산지검 소속 검사 일행이 업태위반 단속차 나온 경찰관에게 폭언과 폭행을 해 물의를 빚은 사건을 생생한 화면과 함께 특종보도한 기자가 바로 강기자이기 때문이다. 혹시 잘못한 게 없느냐면서 있을 수도 있는 ‘실수' 여부를 재삼 확인하는 동료?선배들에게 강기자는 ??떳떳하다.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다??며 오후 3시30분쯤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특수부 李 成검사실에 참고인 자격으로 들어간 강기자는 쉽사리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미 "차나 한잔 하자"고 했던 시간을 훨씬 넘기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조사가 끝나지 않자 부산KBS 보도국에는 ??강기자에게 영장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검찰청사에 모여든 보도국의 일선 취재기자들은 이날 밤 11시30분쯤 강철구기자의 구속영장을 확인했다. 그의 혐의내용은 금품갈취와 폭력행사. 다시 말해 사이비기자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영장에서 강기자의 ??사이비행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피의자 강철구는 … 90년 1월23일 …경남 양산군 …에 위치한 대영맨선에 대해 진입도로가 개설되지 않았고 어린이놀이터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입주자들의 불평이 고조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는데 … 시공업자인 피해자 한××이 이를 두고 고심중인 것을 탐지하고 90년 2월20일 밤 9시30분경에 … 동관광호텔 앞 대화장식당에서 한××와 만나 ??나에게 취재활동비 명목으로 인사를 하지 않으면 계속하여 대영맨션에 관한 보도를 해 사업을 더 이상 못하게 하겠다??고 하면서 금전을 요구하여 …??

 “…이에 외포된 위 피해자로부터 즉석에서 현금 2백만원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고,  …21일 0시30분경(위 식당에서 나와 술을 마시던) 대흥주점에서 위 피해자가 피의자에게 술대접 받는 자세가 너무 거만하다고 힐난하자 위험이 물건인 깨어진 양주병을 양손에 들고 위 피해자의 얼굴에 겨누고 휘두르는 등 폭력을 가한 자로서 …??

 강기자의 구속과 함께 보도국동료들은 즉각 ‘또다른 언론탄압을 규탄한다??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강기자 석방추진위원회??를 결성, 검찰 주장에 대한 반증자료를 수립하고 있다.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강기자는 금품수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구치소에서 주는 음식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 또한 혐의내용을 확신한다는 입장이어서 그에 대한 구속기소는 거의 확정적이다.

 석방추진위는 자체조사 결과 검찰이 밝힌 혐의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전후사정이 왜곡되고 생략됐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대영맨션 관련 보도내용. 강기자가 이날 보도했던 기사원고를 보면 시공업체인 대영건설이 착공 당시 84가구분을 허가받았으나 12가구를 초과한 96가구를 지어 분양했으며, 당초 20평형으로 분양고시됐던 것은 23평형으로 계약해 3백여만원의 웃돈을 강요했고, 진입도로와 어린이놀이터도 허가받을 때보다 좁아진 것 등 여러 위반사실이 있는데도 양산군이 준공검사를 내줬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진입도로와 어린이놀이터 언급부분만을 발췌, 보도의 주내용으로 명시한 것을 보면 강기자가 악의를 갖고 돈을 뜯어내려고 획책했다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추진위의 주장이다. 동료기자들이 무엇보다 주목하고 있는 것은 구속영장의 “피해자가 이를 두고 고심중인 것을 탐지하고??하는 대목이다.

 석방추진위에 따르면 보도가 나간 이후 후속보도를 염려한 애영건설의 한사장측에서 전화로 강기자에게 여러차례 만나줄 것을 요구했으나 강기자는 이를 매번 거절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된 당일에는 변전무라는 사람이 방송국에 직접 찾아와 “한사장이 인간적으로 얘기하고 싶어한다??며 간청, 강기자가 ??좋다. 그럼 한번 만나자??고 해 술을 마시게 됐다고 한다. 한사장쪽에서 먼저 만나기를 요구했다는 시실은 검찰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만나지 않으려고 피해다니던 사람이 금품까지 갈취했을까? 동료기자들은 이 부분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간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2백만원수수에 대해 강기자가 꼼짝못할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한사장측이 장부에서 당일 3백만원이 지출된 사실이 있는데, 이것이 “1백만원은 이날 식사와 술값으로 썼고 2백만원은 강기자에게 주었다??는 한사장의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재판해보면 알게 될 것"

 그러나 대흥룸살롱에서 확인한 결과 당일 술값 41만9천원은 싸움이 일어나는 바람에 외상으로 처리됐는데 강기자가 구속되기 며칠전까지 3회에 걸쳐 이 돈을 모두 갚은 것으로 발겨졌다.이 룸살롱의 종업원에 따르면 한사장과 장기자가 벌인 싸움의 양상은 검찰이 밝힌 내옹과 어느정도 일치하고 있다. 이날 소란이 일자 방안에 들어가 보았다는 한 종업원은 “깨진 술병과 술잔이 어지러운 가운데 한사장이 장기자를 향해 삿대질과 함께 욕설을 하고 있었으며 강기자도 흥분돼 장식용 백자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측이 만나게 된 경위, 싸움의 발단을 떠나 강기자가 한사장에게 대영맨션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 즉 “위반사실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제2보가 아니라 3보, 4보도 내겠다??고 ??위협??한 사실이 있다며 그 자체는 법적으로 공갈죄가 성립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석방추진위는 이같은 검찰의 시각에 대해 ??처음부터 구속을 목적으로 한 수사와 법적용??이라며 이번 사건이 지난 1월에 있었던 강기자의 특종보도와 모종의 관련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기자의 카메라기자는 1월10일 밤 취재차를 타고 시내를 돌던 중 마침 남구 광안리 일대에서 유흥업소의 심야영업과 업태위반을 단속하던 부산시경 형사기동대 차량을 발견, 따라붙기 시작했다. 이날 밤 11시30분쯤 들이닥친 경찰관들이 대중음식점인데도 밀실 6개와 15명의 접대부를 갖추고 룸살롱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사실을 들어 이 카페주인에게 업태위반에 대한 자인서를 받고 있는 순간이다.

 “재가 해결하겠소??하며 나선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 한명은 단속경찰관에게 ??나 부산지검 김아무개검사인데 날 모르시오? 당신 신분증 좀 봅시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신분증 제시 요구를 듣지 않자 검사들은 20여분간 실랑이를 벌인 뒤 ??건방진 새끼들??이라는 폭언과 함께 한 경찰관의 목언저리를 때리고 술집을 나갔다. 옆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며 카메라에 담은 강기자 일행은 이를 다음날 아침 뉴스에 내보냈다.

 이 보도가 나간 지 일주일 뒤인 1월17일 검찰총장은 해당검사 3명에게 경고서한을 보낸 바 있다. 보도 직후 검찰은 자체보고서에서 “경찰이 단속을 한 시점에서 초록카페에는 KBS직원이 술을 마시고 있었으며 종업원의 서비스 미흡에 불만을 품고 KBS당직기자와 촬영팀을 불러 현장취재를 시켰다??고 취재경위를 밝혔다. 당시 부산의 한 신문은 이 사건과 관련 ??경찰이 KBS와 짜고 검찰과 파워게임을 벌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석방추진위는 강기자가 이 보도 이후 검찰의 표적이 돼왔으며 이번 구속은 따라서 보복수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사장이 강기자를 만나게 된 경위, 또 그가 카메라까지 가져왔다는 당시 술집에서의 목격자들의 증언 등으로 미루어 이날 술자리와 시비는 사전에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강기자는 그동안 기획취재해왔던 ‘양산군 군유지 불법 불하서건??을 6월4일 보도할 예정이었는데 이와 관련된 양산군 부동산업자들이 이미 강기자의 보도로 피해를 입은 한사장과 짜고 일을 벌여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부산KBS기자들이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이번건은 부산?경남지역 일부 기자들의 비리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사이비기자들에 대한 일제단속을 벌이던 중 인지된 것이며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자의 진술이 시간대별로 맞아 구속하게 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면서 ??재판을 해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혐의 내용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강기자의 동료기자들 또한 모금을 하는 등 법정투쟁을 준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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