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파손… 천왕봉 1천9백15미터에 ‘왕파리’떼 극성
  • 글 · 박중환 기획특집부장대우 사진 · 백승기 기자 ()
  • 승인 199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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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에서 한라까지‘오염강산’신음소리

요즘 다람쥐는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등산객 주변을 맴돌며 버려진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먹기 바쁘다. 내설악 수렴동산장 계곡에서 만난 다람쥐에게 초콜릿 한 조각을 던져주었더니 잽싸게 물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뒤쫓아가보았더니 가까운 쓰레기장에는 다람쥐 5~6마리가 빈 깡통에 남아 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뒤지기에 정신이 없었다. 인기척을 들은 다람쥐들은 사람을 한동안 빤히 쳐다보았다.

깡통음식 맛들린 다람쥐, 도토리 외면
이같은 다람쥐의 행동을 보고 인간과 야생동물은 그동안의 자연보호 덕택에 사이가 좋아진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일면 그렇다. 10여년 전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다람쥐까지 마구 잡아 외화를 벌어들일 때만 해도 볼 수 없던 광경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 생태계를 뒤트는 무서운 징후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인간이 만든 온갖 가공식품 맛을 알게 된 다람쥐는 도토리를 먹지 않으려 한다. 여기에 심각성이 있다.

미국 지리학회가 펴내는 권위지《내셔널 지오그래픽》 1991년 8월호는 ‘미국 국립공원 정책전환’이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옐로스톤 공원에 있는 노천 야구장에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더미가 한 무더기 쌓였다. 관광객들은 은빛 곰들이 이곳의 음식물을 먹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이곳은 폐쇄됐고 쓰레기더미는 치워졌다. 그런 뒤에야 곰은 건강해졌다.” 이곳의 야생동물들은 쓰레기더미를 뒤져 갖가지 음식물 찌꺼기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 뒤 심하게 비대해지면서 갖가지 질병에 걸렸고, 때로는 생식불능 현상까지 나타냈다고 한다. 당국은 뒤늦게 그 원인이 쓰레기 속에 있는 가공식품 찌꺼기와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있는 것으로 밝혀내고 관광객들의 ‘음식물 반입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사정이 우리와 꼭같으라는 법은 없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흔히 볼 수 있던 많은 야생 동식물이 급속히 사라져가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남의 일이 아님이 분명하다.

우리 국립공원의 현실은 어떠한가.
《시사저널》 취재진은 10월1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주요 국립공원을 현장취재했다. 이대로 10년을 더 두면 자연경관과 생태계는 회생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것이 분명했다. 그 때문에 국립공원 관리정책의 획기적인 전환과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지속적인 추진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3대 靈山중 하나로 꼽히는 지리산부터 가보자. 노고단(해발 1천5백7m) 일대는 88년 12월 전남 구례군 천은사 입구에서 전북 남원군 육모정과 반선을 ㅅ자 모양으로 이은 총연장 60여㎞의 관통도로가 2차선으로 포장, 개통되는 바람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요즘 같은 관광시즌이면 주말마다 1만여명의 인파와 수천대의 차량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이 때문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5월 노고단 정상과 불과 2㎞ 떨어진 성삼재(해발 1천4백50m)의 정수리를 중장비로 밀어내고 그 자리에 대형 주차장을 만들었다(사진). 이 일대의 산야 주인인 천은사측은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면서 성삼재 바로 아래에 있는 시암재 주차장 옆 산허리 1천7백㎡를 다시 깎아내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휴게소를 짓고 있다. 개발 바람은 노고단 아래 깊숙한 계곡에 위치해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던 심원부락에까지 미쳐, 민물고기 양식장과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산골부락의 자연미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말았다.

마구잡이 개발로 지리산은 ‘누더기’
이것으로도 모자라는 듯 개발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잇다. 경남 하동군 쌍계사 앞 계곡을 끝까지 따라가다 의신부락에서 벽소령을 넘어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음정부락을 잇는 16㎞를 2차선으로 포장하는 도로공사도 진행중이다(39쪽 사진 아래). 현장 공사 관계자들은 “지금 공사는 92년까지 쌍계사~의신부락, 마천 실덕~음정부락 사이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기존 비포장도로를 확장, 포장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관통도로는 연차적으로 추진돼 오는 96년까지 개통시킬 계획이 세워져 있다.

관통도로 공사로 아름다운 지리능선이 누더기처럼 망가지는 것은 경관훼손뿐이 아니다. 이에 못지 않게 속으로 멍들어가는 것이 심각한 생태계 파손이다.

노고단 일대를 관할하는 지리산남부관리사무소장 鄭權燮씨는“구례와 남원을 잇는 기존 국도가 있는 만큼 성삼재 관통도로는 애당초 만들지 않았어야 했다. 노고단 옆까지 도로가 뚫리니 관광객과 차량이 몰려 어쩔 수 없이 주차장을 만들게 됐고 휴게소도 마련하려는 것이다”라고 항변한다. 그는 또 “노고단의 폐해를 보더라도 벽소령 관통도로개설은 재고돼야 한다”고 전제하며 “꼭 관광시설을 해야 한다면 도로개설 예산의 10분의 1 정도로 설치 가능하면서도 자연파괴나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케이블카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지리산에 관통도로가 생기기 전에도 이미 숲이 동강동강나 구획되는 이른바 ‘섬’현상이 생겨 생태계는 파손돼왔다. 연간 1백만명 안팎의 등산객과 관광객이 지리연봉의 능선을 쉴새 없이 밟으면서 등산로는 한길처럼 닦인 데다가 비탈길 곳곳이 무너져내렸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동서로 뻗은 47㎞의 이 등산로를 경계로 남과 북 양쪽은 사실상 생태계의 ‘섬’을 이루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뱀사골산장을 관리하고 있는 강성구씨는 “등산로 주변에서는 다람쥐 산까치와 같은 흔한 동물 외에는 보기 어렵고, 80년대초만 해도 능선 곳곳을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엿던 원추리 군락지는 오래 전부터 찾아볼 수도 없게 됐다”며 아쉬워한다. 李昌福씨(서울대 명예교수 · 식물학)는 “고산성 식물인 흰참꽃 구름병아리 땃두릅 구상나무 가문비나무들도 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런 동식물은 급속히 사라지는 반면 산에서 볼 수 없던 곤충들이 생겨 생태계의 뒤틀림도 확인됐다. 그 대표적 예는 해발 1천9백15m인 천왕봉에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왕파리. 어른 엄지손톱 크기만한 이 왕파리는 흔히 ‘똥파리’라고 불리는 파리와 흡사하다. 이 파리떼가 언제 어떻게 지리산 꼭대기까지 와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서도 겨울나기를 해왔고, 해를 넘길수록 더욱 번성하며 몸통과 체질이 커지고 강해지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인근 장터목산장의 한 관리인은 등산객들이 버린 배설물에 의해 옮겨진 뒤, 버려진 음식물에 기생 · 적응해오면서 변종된 것 같다고 막연히 설명한다. 지리산을 20년간 다녔다는 강하영씨(54 · 경남 진주시 상평동)는 “82년께 천왕봉에서 처음 보고 웬 집파리들이 산꼭대기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해마다 늘어났고 몸통도 커지는 듯하더니 지난해부터는 천왕봉 근처에서 음식을 펴놓지 못할 정도로 많아졌다”면서 “사람과 산림을 해치는 파리로 변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한다.

“전문 산악인이 산을 더 망친다”
사계절 내내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명산 설악산은 어떠한가. 연중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쉴새 없이 몰려드는 등산객과 관광객에 짓밟혀 신음하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청~중청~대청에 이르는 주능선의 등산로가 신작로처럼 넓혀지면서 인접한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 희귀식물인 눈잦나무 군락지는 마구 파손돼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설악산관리사무소는 이곳에 철제 울타리를 쳐 등산로가 더이상 넓혀지지 않도록 했으나 주말이면 구름처럼 밀려오는 인파를 감당 못해 짓밟히기는 마찬가지다(사진 위). 특히 주말이면 관광업체가 인솔하는 이른바 ‘올빼미’ 등산객들이 야간에까지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산을 혹사시켜 대책이 시급하다.

설악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청~화채봉~권금산성 사이와 대청~희운각 사이의 등산로는 곳곳이 심하게 패이고 무너져 통행을 금지시킨 형편이다. 그러나 ‘등산로폐쇄’라는 푯말이 설치돼 있는데도 이곳을 다니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설악산관리사무소 李鉉雨 운영과장은 “산이 좋아 산을 찾는다는 전문 등산객들이 등산로가 아닌 길을 찾아다녀 산을 더 망치고, 모범을 보여야 할 대학산악인들이 취사 · 야영을 멋대로 해 뒤따라다니며 청소를 해야 할 판”이라고 개탄한다.

휴식년제는 심하게 파손된 등산로를 대상으로 지정되어 올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3년의 휴식기간 동안 과연 얼마나 복원될지 크게 의심스럽다. 대청~화채봉~권금산성 사이와 오세암~마등령간 등산로에는 통제되기 이전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대청~회운각 사이의 뭉개진 등산로도 흙되메우기나 복구작업이 전혀 안된 채 버려져 있다. 대부분의 쓰레기가 썩지 않는 화학제품이어서 3년이 지난다고 해도 지저분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 틀림없다. 뭉개진 등산로는 폭우 때면 급류의 물길로 변해 더욱 패일 것이 분명하므로 휴식년제라기보다는 ‘방치년제’라고 봐야 할 듯하다.

도봉산에서 파손된 등산로에 흙되메우기 운동을 펴고 있는 ‘자연보호를 위한 시민의 모임’ 황인철 회장은 “휴식년제를 제대로 하려면 파손된 곳과 뿌리가 드러난 곳에 흙을 메워준 뒤 풀씨를 뿌려 휴식년 동안 풀이 돋아나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10년 새 등산인구가 급증하면서 너나 없이 산을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고함치는 곳으로 잘못 인식한 탓에 이런 크나큰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지정장소 외의 취사 · 야영 금지조처가 내려진 이후 국립공원내 주요 등산로 주변과 계곡은 놀라울 정도로 깨끗해졌다. 그러나 조금만 외진 곳을 들여다 보면 지저분하기는 마찬가지다. 쓰레기보다 심각한 것은 산에 견딜 수 없을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리는 데 있다. 권금산장 관리인이면서 ‘유털보’로 더 잘 알려진 유창서씨는 “지난 10년 새 이 모양이 됐으니 이 상태로 10년만 더 두면 대청~중청~소청 능선인들 버티겠느냐”며 걱정한다.

백두산 지리산과 함께 3대 영봉인 한라산은 이미 그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 80년대초만 해도 눈이 아릴 만큼 깊푸렀던 백록담의 물이 원인 모르게 말라가고 있다(45쪽 사진 아래). 수많은 관광객의 구둣발과 산자락에 들어선 관광시설의 마구잡이 지하수 개발 때문일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도 없이 한라산 허리에 펼쳐져 있는 광활한 목초지를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며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철제 안전시설 설치는 시대착오적 발상
북한산과 도봉산은 서울을 끼고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전국 20개 국립공원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주말이면 두 산은 항상 시장바닥을 방불케 한다. 산꼭대기마다 발디딜 틈조차 없을 지경인데 젖먹이를 업고 오르는 주부가 있는가 하면 자식을 무등 태우고 오르는 아버지들도 보인다. 이들은 모두 가파른 암벽등산로에 설치된 안전용 쇠사슬을 의지해 오른다(45쪽 사진 위).

한국산악회 김원모 총무이사는 “해발 4천m 이상의 모든 산이 정복된 80년대 들어 세계의 등산 추세는 산꼭대기까지 오르는 데에서 산과 더불어 자연을 즐기며 보호하는 행태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산에 가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조건 정상을 오르려는 우리의 풍조는 이제 바뀌어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러한 뒤진 등산 풍조도 골칫거리지만 인파에 산이 견딜 수 없을 지경인데도 행락객을 정상까지 끌어올리는 철제 안전신설을 자꾸만 늘리는 관리정책은 시대착오라고 지적되고 있다. 이런 시설보다 산자락에서 좀더 많은 시민이 휴일을 자연과 함께 편안히 보낼 수 있는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김원모씨는 말한다.

백두대간이 태백준령을 타고 남쪽으로 흐르다 호남 무주 땅에 끊어지는 듯 이어져 장대한 모습을 드러내는 덕유산은 개발이란 이름 아래 합법적으로 파괴된 대표적인 곳이다.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해발 1천6백13m) 북쪽 기슭의 아름답던 자연경관은 멀지 않아 볼 수 없게 된다. 이 지역 출신의 재벌급 기업인 쌍방울그룹의 계열사 쌍방울개발이 향적봉 코밑인 해발 1천5백20m 지점부터 국제대회 규격의 스키 슬로프를 건설하기 때문이다. 향적봉에서 빤히 내려다 보이는 만석봉(해발 1천2백15m) 기슭에는 스키장 시설과 각종 위락 · 숙박시설을 갖춘 대규모 단지가 1차로 지난해 연말 완공돼 문을 열었다(44쪽 사진).

덕유산 파괴한 ‘쌍방울’ 돈방석에
향적봉 슬로프와 인근 골프장까지 완공되면 덕유산 북쪽 자락은 한 기업의 돈방석으로 바뀌게 된다. 이곳 국립공원관리사무소 金鍾達 운영과장은 허가되기까지의 과정과 주민의 반응을 설명해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립되기 훨씬 전인 70년대말 전북도청이 덕유산국립공원을 위임관리하고 있을 당시, 지역 발전을 위해 덕유산을 관광지로 개발하기로 하고 민자를 유치한 끝에 (주)쌍방울이 맡아 83년께 착공한 것이다. 쌍방울은 그들이 소유한 다른 땅과 이 땅을 바꾸는 대토 형태로 매입했다. 이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 상당수의 주민들은 잔뜩 기대하고 있지만, 이곳의 진입도로가 쌍방 2차선 외길뿐이어서 교통사정을 걱정하거나 돈 많은 도시사람들이 들락거리면 민심이 흉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주민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과연 전북도민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덕유산 정상의 북쪽 기슭을 특정 기업에게 통째로 내줘, 자연경관을 뭉개고 돈벌이를 하도록 해주는 것이 지역발전이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이처럼 엄청난 시설이 들어서면 전북도의 지방세 수입이나 일부 주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다소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울창한 숲이 베어져 나가고 잔디가 깔린 슬로프 자리를 보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쌍방울개발 관계자들은 “우리나라도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만한 스키장 시설이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렇지만 그들이 만든 선전책자에 자매 스키장으로 소개된 미국 일본 등의 유명한 스키장 슬로프는 한결같이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 기슭에 세워져 있다. 문제는 국립공원 정상의 한쪽 자락을 송두리째 깎아내면서까지 설치한 데 있다.

그래도 이런 국립공원 인근에는 자연보호를 외치는 주민과 단체라도 있어 나은 편이다. 여기에 비해 이른바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남해안과 서해안의 무인도는 관광지 개발이나 암석 채취 등으로 파손되고 또 되어도 속수무책인 형편이다.

‘최소 개발 최대 보호’정책 펴야
《시사저널》 취재진이 이번 현장취재를 통해 확인한 훼손 양상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의해 이뤄지는 대책없는 대규모 개발과, 산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몰려드는 인파에 의한 것 두가지로 크게 나눠진다. 효율적인 자연보호를 위해서는 ‘최소 개발과 최대 보호’를 견지해야 하며, 이런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국립공원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을 갖는 당국이 있어야 한다고 취재에 응한 각계 인사들은 입모아 지적했다. 현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획기적인 체제정비와 관려주의적 체질의 혁신,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 없이는 올바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46쪽 기사 참조).

정부는 국립공원 내의 관통도로 위락시설 광석채취 따위 대규모 개발사업의 허가를 즉시 중지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선행하는 자연보호 의지를 국민 앞에 보여야 할 것이다.

등산 인파로부터 국립공원을 보호하기 위해 각계 인사들이 제시한 방안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관광시즌에 20명 이상의 단체입장객에 한해 입장예약제와 인솔책임자제를 도입하고 무작정 몰려오는 인파는 통제해야 한다. 예약없이 온 개인은 입장료를 무겁게 내게 하고, 예약단체는 할인해주는 할증제의 시행이 바람직하다. 둘째 산을 높이 올라갈수록, 공원 내에서 하루 이상 머물수록 입장료를 더 내는 수혜비례 가중부담제로 바꿔야 한다. 공원 입구에서 조용히 쉬다 가는 관광객의 입장료는 싸게 하고, 산꼭대기까지 오르거나 며칠씩 머무르는 등산객의 요금은 그만큼 많이 물리는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제도는 북한산 한라산 설악산 등 진입로와 등산로 관리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국립공원에서는 내년 봄부터라도 시행이 가능하다고 현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런 제도가 성가시고 번잡하다며 계속 미룰 경우 멀지 않아 우리는 찾아가 쉴 만한 아름다운 산과 계곡을 송두리째 잃게 될지 모른다.

자연은 우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잘 가꾸어 후손에 물려주어야 할 대대의 공유물이다. 금수강산이라 불렸던 우리 국토는 자연파괴와 공해로 어느 한 곳도 성한 데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닌 성싶다. 자연에는 용서란 없다. 우리는 이미 그 응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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