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뜬 ‘시민의 언론’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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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인디텔’, 지역 여론 담는 뉴 미디어로 각광

 명색이 2백50만명을 거느린 직할시지만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그늘에 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인천이, 지역 정보통신 하나가 등장함으로써 뉴 미디어 시대 정치의 특징인 참여 민주주의 실현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뎠다. 재단법인 인천정보통신센터(이사장 민자당 조영장 의원)가 운영하는 인디텔이 그 견인차이다. 하이텔이나 천리안이 전국 규모의 컴퓨터 통신망이라면, 인디텔은 인천 지역의 산업 문화 행정 교육 생활 정보 등 ‘인천의 모든 문제’를 취급한다. 지난해 7월19일 개통하여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2만3천여 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했다. 통신업계가 깜짝 놀란 급성장이다. 처음부터 ‘지역적 특성을 강조한다’는 차별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지역 민방 하나 따내지 못하고 그 흔한 라디오 방송국조차 없이, 지역 문제를 여론화할 통로라고는 안 팔리는 지역 신문 몇 개가 고작이었다.

 인디텔은 자체 개발한 통신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인하대 전산학과 배해영 교수(46)가 동료 교수ㆍ대학원생들과 함께 몇 달 동안 밤샘 작업을 하다시피 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냈고, 지역 지도자들과 기업인들이 돈을 거두어 인디텔을 세웠다. 정보의 양도 만만치 않다. 배교수의 전공이 본래 데이터 베이스인 데다가 항만청ㆍ경찰청ㆍ시청ㆍ구청 등 지역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있어 항만 입출항 현황이나 민원 접수까지 대행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네트를 통해 세계의 도서 정보도 제공한다. 하이텔이나 천리안 같은 전국 네트워크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 인디텔은 강원도와 마산시에 1억원씩 받고 통신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인천 사람들의 소망은 대부분 성공해서 서울로 진출하는 겁니다. 지역적으로 너무 가까운 데다 문화ㆍ예술ㆍ교육ㆍ환경 어느 것 하나 서울과 비교할 바가 못되죠. 그러니 아무리 노력해봐야 인천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줄 수 없습니다. 그러면 돌파구가 뭐냐. 바로 정보통신이죠. 특히 청소년들에게 인천도 하면 된다는 생각을 심어줬다고 자부합니다.” 배교수의 말이다. 인디텔은 인천 시민의 욕구를 반영함으로써 이제 어엿한 언론 구실을 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방통행식인 기존 언론을 뛰어넘어 명실공히 쌍방통행식 뉴 미디어로서 완벽하게 자리잡았다.

‘참여 민주주의’ 새 장 열어
 예를 들어 인천시 남동구청은 인디텔과 연결된 단말기 50대를 각 부처마다 배치하고 △구청장에게 바란다 △구정 홍보 △공지사항 △민원 신청 △민원서류 발급을 통신으로 처리하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인디텔에 고소ㆍ고발 신고란을 마련해 통신에 올라오는 민원을 받고 있다. 내년에는 인천시의 △예산 △사업계획 △시정도 인디텔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인천에서는 지금까지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참여가 가능했습니다. 언론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제는 컴퓨터 통신을 통해 모든게 사전에 드러납니다. 참여가 민주주의의 본령이라면, 이제야 비로소 참여 민주주의가 가능해진 겁니다.”

 인디텔의 명성은 인천 지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현재 인디텔 이용자의 약21.3%는 전국에 흩어져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천 지역 출신이다. 이들은 인디텔을 통해 고향의 돌아가는 소식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아직 인천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인디텔에 코너를 마련해 정치에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디텔은 이미 신문ㆍ방송의 영향력을 능가하는 뉴 미디어로 자리잡았다. 어쩌면 인디텔은 한국에서 정치적 지형과 정치 관행을 뒤바꾸는 뉴 미디어의 첫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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