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가입 부담스럽다”
  • 브뤼셀.진철수 유럽지국장 ()
  • 승인 1991.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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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초에 EC와 EFTA가 합쳐져 EEA라는 거대한 자유무역 블록을 형성하게 되면 자유무역에 타격을 줄 것인가. 보호주의에 대한 EC의 입장은 무엇인가. EC가 시장 단일화에 만족하지 않고 정치 통합과 통화 통합까지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EA 통합 발표가 난 직후 EC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의 대외경제 관계위원회 위원장인 윌리드 클레르크 의원(64)을 만나 EC의 현재와 진로에 관해 의견을 물었다. 경제에 밝은 벨기에 정치가인 그는 부총리 겸 예산장관, 재무장관 등 벨기에 정부의 요직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1985년에서 1989년까지 대외관계와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EC 집행위원으로 활약했다.

EEA 결성과 병행해서 GATT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성공하지 못하면 미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도 별도 무역블록을 형성할 것이며, 세계 무역은 타격을 입게 되리라고 걱정하는 소리도 들리다. 
 이른바 ‘유럽의 요새화??방향으로 나갈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EEA 결성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EC와 EFTA간의 장벽을 허무는 작업은 1985년부터 계속 진행돼왔다. 보호주의로 말하자면 일본이나 한국은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보호주의국가이며, 더구나 미국은 보호주의를 배워줄 선생이 필요없는 나라인데, 이런 나라들이 EC의 유럽 요새화를 우려한다는 식의 말을 할 때 내 답변은 항상 똑같다. EC 자체만으로도 세계에서 무역규모가 가장 큰 그룹인데, EFTA가 합치면 더욱 큰 그룹이 된다. 덩치가 그렇게 커지면 보호주의를 펼래야 펼 수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수출 규모를 가진자는 감히 해외시장을 잘라내는 짓은 못하는 법이다. 잘못했다가는 보복 조치를 당할 것을 뻔이 알면서 어떻게 보호주의자가 될 수 있는가. ??유럽 요새화??라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 이 신화는 보호주의자들이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발상에 따라 만들어낸 것이다. 만약 일본이 그런 소릴 한다면 정말 가당치 않다. 세상에 일본처럼 심한 보호주의자는 없기 때문이다. EC가 보호주의자가 안되고자 하는 동기는 뚜렷하다. 잘못해서 스스로의 이익을 해치기 싫기 때문이다.

EEA 결성은 EFTA 국가들의 EC 가입 전주곡같이 생각되는데 앞으로 동유럽 국가들도 EC 회원국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
동유럽 국가들은 EFTA 국가들에 비해 경제수준이나 사회발전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EC의 경제체제는 자유시장경제 하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도록 되어 있다. 동유럽의 취약한 기업들을 그런 경쟁 속에 끌어넣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EC로서는 동유럽이 경제적으로 강화되기도 전에 맞아들인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다. 그러나 때가 되면 이들을 맞아들이겠다는 신호는 정치적으로 의미가 크다. 또 EC는 동유럽 국가들이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힘든 과정을 겪어나갈 때 협조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EC가 안으로는 정치 통합과 경제ㆍ통화 통합을 추구하는가 하면 밖으로는 EFTA 국가들과 자유무역 블록을 형성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EC의 장래는 낙관적인가?
 EC의 정치통합과 경제통합 원칙에 대해서는 앞으로 합의가 예상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내부장벽을 없애고 단일 시장을 완성한 다음에는 경제ㆍ통화 통합을 해야만 시장을 능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금융 안정을 위해서는 단일 통화가 바람직스럽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입장이 정치적으로 미묘하므로 완전한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 통합에 대해서 외교와 안보 문제에 공동 대처하는 것은 정부간의 협조 체제만으로 가능하다는 제안이 나와 있다. 룩셈부르크 안이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문제, 걸프 사태, 최근의 유고슬라비아 사태 등을 통해 정부간의 협조만으로는 일이 안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공동체(EC)의 장래뿐 아니라 ‘유럽一家??까지 운위되는 시기가 아닌가. 위대한 유럽을 기대하려면 결속력이 강한 공동체적 기초가 되어야만 가능하다. 공동체의 확대를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공동체 구조의 深化가 있어야겠다. 그렇지 않고서는 강력한 공동체는커녕 강력한 공동체에 대한 전망도 논할 수 없다고 본다.

많은 한국기업이 EC에 진출하고자 한다. 유럽시장에 한국 제품이 자리를 잡게 되면 반감 같은 것은 없는가?
 반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정치ㆍ사회조직의 지도자급은 적극 환영하는 자세이다. 다만 일본이나 한국의 기업들이 미국의 투자자들처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 투자는 역사가 긴 것이 사실이지만, 여하튼 현지(유럽)사회의 일부로 완전히 융합되어 있으므로 유럽의 일부로 간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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