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넘어 애틀랜타 점령“
  • 강용석 기자 ()
  • 승인 199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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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8백m에 출전하는 이진일(21·경희대 4학년)은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이 확실하다. 신중하기로 소문난 김복주 코치도 이진일의 금메달 획득 확률을 80% 이상으로 본다.

 우선 그의 기록(1분44초14)은 세계 수준급의 아시아 최고 기록이다. 93~94년 기록을 종합하더라도 세계 3위권이다. 93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케냐 루토의 기록은 이진일에 0.57초 뒤진다. 8백m는 한국 육상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종목이다. 86년 서울 대회에서는 김복주가, 90년 북경 대회에서는 김봉유가 각각 금을 캤다.

 이진일의 목표는 히로시마가 아니라 애틀랜타이다. 올해 말까지 1분43초대에 진입하고, 내년에는 유럽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해 시차 적응과 외국 선수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예정이다.

 1백84m, 69kg으로 중거리 선수로는 이상적인 체격에 하지장과 상지장의 균형이 잘잡힌 이진일의 장점은 폭발적인 스피드이다. 무산소 지구 능력을 보강하면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은 결코 꿈이 아니다.

 김복주 코치는 이 꿈이 가능하다고 본다. “체계적인 훈련이 재대로 먹혀들고 있고, 본인이 꼭 해내겠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어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 색깔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어려 2000년 시드니올림픽까지도 선수생활이 가능해 한국 육상계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작년까지 이진일의 기록은 1분46초대여서 단지 가능성 있는 선수로 알려졌으나, 지난 5월18일 만에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뒤 다시 34일 만에 신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아시아권에서는 상대가 없다. 또 한국체육과학연구원과 김복주 코치가 과학적으로 조련해 올해 들어 빠른 기록 단축을 보이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신기록 작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라톤 외에 한국 육상이 올림픽에서 세계 8강에 오른 경우는 84년 로스엔젤레스올림픽때 멀리뛰기에 출전했던 김종일뿐이다.

 800m 세계 기록은 81년 영국의 중거리 스타 세바스찬 코가 세운 1분41초73으로 13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예선 탈락했을 때 세계의 벽이 높아보이기만 했는데 이제는 끝이 보이는 것 같아요. 아시안게임은 애틀랜타를 향한 디딤돌일 뿐입니다.” 이진일의 출사표는 다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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