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 노리는 14대 출마자들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1.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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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9선' '여당 서울 5선' '하숙생 청빈의원 재선'에 관심 쏠려

 넉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14대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파란과 이변의 장이 될 것이 확실하다. 정치권 전체가 불신대상이 되어있는 만큼 물갈이를 원하는 유권자들도 많고 세대교체론도 많은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출마자들의 성향도 이전에 비해 매우 다채로울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로열 패밀리'들이나 전직 대통령의 아들, 전직 안기부장들의 출사표는 과거 선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양상이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은 출발신호가 울리기 훨씬 이전부터 많은 화제거리를 내놓고 있다. 한국판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는 갖가지 기록들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전직 안기부장 출마 처음
 우선 민자당의 金泳三 대표가 최다선 의원의 영예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 첫번째 주목의 대상이다. 그는 3대 국회에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한 이후 지역구 출마로만 8선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가 처음으로 전국구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에 있다. 3당 합당 직후 그가 지역구(부산 서구)를 민정계의 郭正出 위원장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물론 그의 거취는 민자당내 후계구도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민자당이 서로 갈라서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백의종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대표 측근들은 실제로 김대표가 모든 것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는 말도 하고 있다. 갈라서지 않더라도 김대표가 원내 진출을 포기함으로써 대통령 후보를 향한 일종의 배수진을 마련함과 동시에 민주계의 의지를 굳건히 다진다는 설명이다. 이는 또한 청와대에서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는 내각제 개헌에 대해 추호도 타협할 의사가 없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서울 지역은 전통적으로 야당 성향이 짙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의 계속 당선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서울에서 장수를 누리는 것만 해도 하나의 영예로 대접받는다. 현재 이 부분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사람은 南載熙 의원(강서 을)으로 4선을 기록하고 있다. 남의원은 李鍾贊 의원(종로·3선)과 함께 서울 지역 여당 의원의 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남의원은 주목받는 또 한가지 이유는 그가 민정계 의원들 중에서 이른바 ‘YS 대세론??을 가장 정정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3당 합당을 한 이상 김대표도 민자당의 한 자산??이라면서 ??민주당의 金大中 대표와 맞설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순리??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의 대세론이 지역구에서 표와 어떻게 연결될지 주목된다.

 민자당의 姜三載 의원(마산 을) 은 30대에 벌써 3선에 도전하는 특별한 경우이다. 만약 그가 14대에서도 당선된다면 김영삼 대표에 이어 두번째로 30대 3선 의원의 영예를 얻는 셈이다. 김대표는 38세에 3선 의원의 ‘훈장??을 땄다. 강의원은 이에 대해 ??남들이 보기에는 30대 3선 도전이 대단하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그것 자체가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민을 주는지 모를 것??이라고 말한다. 강의원은 12대에 처음 국회에 입성한 이후 3년 동안 ??포니 2??를 끌고 다니면서 여의도에서 매월25만원짜리 하숙을 했다. 그는 재선이 되고 서울에 전셋집을 겨우 마련한 뒤에야 가족들과 실질적인 ??동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젊은 세대의 의식을 기성 세대에 접목시키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는 말로 자신의 역할을 설명한다.

30대 나이에 3선 도전도
 민주당의 金民錫(과천·시흥·의왕·군포)씨는 28세이므로 정당 공천에 의한 최연소 주자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통합 민주당으로서는 개혁 지향의 참신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도 김씨와 같은 젊은 세대를 적극 내세워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점은 그의 기용 여부가 통합 민주당의, 나아가서는 정치권 전체의 세대교체를 선도하는 하나의 잣대가 된다는 사실이다. 김씨는 85년에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자 ‘전대협?? 전신인??전학련??의 의장을 지낸 골수 운동권 출신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미문화원 점거사건의 배후 조종자이기도 하다.

 13대 국회는 그 이전 어느 때보다도 이른바 운동권 및 재야 인사의 제도권 진입이 활발했다. 李海瓚(서울 관악 을) 李相洙(서울 중랑 갑) 金光一(부산 중) 盧武鉉(부산 동) 의원들로 대표되는 이들은 권위주의 통치 시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의정활동을 보여주었다. 14대 총선에서도 굵직한 재야 인사들의 제도권 진입이 활기찰 전망이다. 민주당의 李富榮 최고위원(서울 강동 갑), 徐京錫 경실련 사무총장, 빈민운동가 諸廷坵씨, 安東洙 변호사(서울 서초 을), 金富謙(서울 동작 갑), 朴啓東(서울 강서 갑), 林正男(부산 서) 등이 관심을 끄는 인물들이다. 민주당의 李佑宰(서울 마포 을), 張琪杓(서울 동작 갑) 李在五(서울 은평 을)씨도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성공적인 변신이 기대되는 인물들이다.

 현직 의원 중 최고령자는 전국구의 경우 尹吉重(75) 민자당 상임고문이고 지역구는 민주당 洪英基(73, 임실·순창) 의원이다. 2백98명 중에서 70세를 넘어서는 사람은 민주당의 文東煥(70) 의원을 포함해 이들 3명밖에 없다. 홍의원은 이번에도 민주당 조직책 신청을 내놓아 노익장을 과시했다.

 민자당은 자리 ‘공급??이 그 ??수요??에 훨씬 못미치고 있으므로 윤의원의 거취는 상당히 불확실하다. 그의 지역구였던 서울 은평구는 같은 민자당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전국구로 다시 나서지 않는 한 최고령 의원의 자리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가장 청빈한 의정생활을 전개했던 의원들의 재도전 여부도 일종의 기록이 될 수 있다. 가난하기로 유명한 의원들을 꼽자면 민자당에서 강삼재 朴炅秀 柳昇珪 朴載圭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金正吉 李協 朴錫武 金泳鎭 朴亨午 李相玉 의원이 해당된다. 이들 중 어떤 이는 지역구에 행사는 있는데 내려갈 돈은 없고 해서 중앙당 당직자들에게 ‘손을 벌려?? 여비를 마련할 만큼 돈에 쪼들리는 사람도 있다. 국회가 열리는 동안 박경수 의원이 여관비를 줄이기 위해 의원회관 사무실에 돗자리를 깔고 잔 사실은 유명하다. 이협 의원(이리)은 지난 12대 선거 때 중앙당 지원비 4천만원을 제외하고는 친구들이 모아준 돈 1천만원으로 간신히 선거를 치뤘다고 한다. 광역선거에서도 10억원대의 돈을 쓰는 후보들이 나타나는 판에 이들처럼 돈을 만들지 못하거나 아예 돈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는 의원들의 재당선 여부는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에 충분하다고 보인다.

28세부터 75세까지 연령차 반세기
 全斗煥 전 대통령의 장남 宰國씨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의 2세가 국회의원에 입후보했다는 기록을 세울 것이 거의 확실하다. 전재국씨는 5·6공간의 미묘한 갈등을 고려해 출마 예정지인 합천에는 거의 내려가지 않은 채 사업(출판사)에 몰두하면서 때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全基煥씨가 합천에 사무소(동호실업)를 개설하고 조카를 대신해 표밭을 일구고 있다. 합천 지역은 월계수회원인 金容鈞 체육청소년부차관도 출사표를 던진 곳이어서 5공과 6공 신주류의 상징적인 한판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안기부장 출신들의 출마도 이번 총선에서 처음 나타나는 양상이다. 朴世直씨는 서울과 고향인 구미를 놓고 한동안 저울질을 하다가 구미로 확정, 치열한 물밑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박씨의 활동은 이 지역 朴在鴻 의원이 당 지도부에 교통정리를 호소할 정도로 맹렬하다. 얼마 전 ‘창조적 신당?? 창당 선언으로 관심을 끌었던 張世東 씨는 그후 표면적으로는 별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정계의 원로급 인사들을 포함해 정치 입문을 원하는 인물들과 꾸준히 접촉해 왔다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金東吉씨가 이끄는 ??태평양 시대 위원회??와 장씨의 연결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출마지로는 고향인 전남 고흥과 서울 서초, 강동 갑 등을 놓고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5공에서 6공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보안사령관을 지냈던 高明昇씨도 기록을 하나 남길 듯하다. 고씨의 민주당 입당이 확정될 경우 야당 최초로 정규 육사 출신 4성 장군을 영입하는 셈이다. 고씨는 12·12에서부터 4·13 6·29에 이르기까지 격변 때마다 주요 위치에 있었다는 점 때문에 그가 입을 열기에 따라서는 상당한 반항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金復東씨와 琴震鎬 전 상공장관, 朴哲彦체육청소년 장관 등 대통령 친·인척들이 한꺼번에 출마하는 것 역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진기록이라 할 수 있다.

 단골 출마자들의 낙선 횟수도 빠질 수 없는 기록이다. 야당가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에 몇번씩이나 도전했으나 번번히 고배를 마시는 정당인들을 ‘특무상사??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이들 특무상사들은 20대에 정당 활동을 시작해 오랜 세월 야당가 주변에 머무르면서 결국 지구당 위원장까지 오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이들은 또한 야권통합으로 인해 또 한번의 ??불운??을 맛보고 있는 장본인들이다. 민주당에서 특무상사급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羅二均(서로 구로 을) 李允洙(성남 갑) 崔正澤(광명) 金亨中(논산) 崔銓權(전주 을) 金晩中(광주 광산) 宋在福(군산) 金莊坤(나주) 奇老乙(담양?장성) 씨 등 상당수에 이른다. 이중 어떤 이는 국회의원, 기초의회, 광역의회 선거에 모두 출마했으나 모조리 낙선한 사람도 있다. 이번 공천에서도 떨어진다면 이 사람은 한 해에 세번이나 탈락의 비운을 겪는 셈이다.

 단골 낙선자로서 가장 유명한 여성은 서울 종로구의 韓相弼씨이다. 여성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아왔다는 한씨는 13대 총선에 이어 광역선거에서까지 내리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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