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이 임금 높였다.
  • 이종걸 (한국외국어대 교수ㆍ경제학) ()
  • 승인 199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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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도 저물어간다. 저무는 한해와 함께, 3년 전 서울올림픽 당시 사람들이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서 품었던 장밋빛 청사진은 이제 깊은 우려로 변해가고 있다.

 금년초만 해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인 무역수지 1백20억달러 적자가 예상되고, 고금리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으니 이제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기우 아닌 현실로 닥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현상으로 나타나는 고금리ㆍ고물가와 큰폭의 무역수지 적자는 한편으로는 서로가 원인인 동시에 결과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제3의 요인이 세가지 현상으로 동시에 발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후자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때 그러면 제3의 요인은 무엇이겠는가.

 문제는 우리나라의 높은 단위노동비용에 있다. 즉 제품 1단위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노동비용이 경쟁국에 비해서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89~90년도 한국의 명목임금 상승률은 22%,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9.5%였다. 따라서 단위노동비용은 1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경쟁국인 대만의 경우는 어떤가. 대만은 명목임금 증가율 7.*%, 노동생산성 증가율 7.7%였다. 제품 1단위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노동비용이 전혀 상승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단위 노동비용 상승비율이 0%이다. 우리는 여기서 대만이 왜 우리의 무역수지 적자폭만큼 흑자를 볼 수 있었는지 실마리를 풀 수 있다. 높은 생산비 때문에 제품가격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고금리를 초래한다. 가격경쟁력 하락이 수출증가율 둔화 원인이고, 그 결과가 무역수지 적자인 셈이다.

건설노임 상승과 인플레 기대심리가 임금 상승시켜
 그렇다면 정작 중요한 질문은 89~90년도의 높은 임금상승률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높은 임금상승률의 배경 요인을 먼저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명목임금의 상승원인은 88년말부터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한 주택 및 전세 가격의 폭등현상과 이에 대처하는 주택정책의 부산물이라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는 89년 4월 신도시계획을 발표하고 단기간 내에 5개 신도시에 약 25만 가구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계획을 실천해왔다. 그러나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오히려 예상자본이득을 노리는 투기수요를 촉발시킴으로써 기존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무리한 일정 때문에 건설노임 및 건설원자재 가격을 앙등시켜서 사회 전반적으로 인플레 기대심리를 유발했다. 임금상승률 22%는 인플레 기대심리와 건설노임 상승이 제조업 분야에까지 파급된 결과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높은 임금상승률에 따른 결과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1백2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적자인 것이다. 물론 신도시정책의 효과는 금년 5월을 고비로 아주 느린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주택가격만 두고 볼 때 그 목표를 달성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 한국경제가 치르고 있는 대가와 희생을 보면서, 우리는 정책대안의 失機와 장기적인 계획 부재가 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가구2주택 이상 장기보유 양도소득세율 높여야
 그러면 주택가격 상승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금과 같은 희생을 가져오지 않는 정책이란 어떤 것이가. 서울 등 6대 도시와 경기도 일원에 대한 주택자료전산화로 전체 주택보유자의 14.6%인 44만9천9백명이 집을 2채 이상 소유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물론 장기적으로 바른 정책처방은 정부가 취해온 신규 공급증가 정책이라 할 수 있지만 단기적인 처방은 기존주택의 매물공급 증가정책이다. 장기적인 정책과 단기적인 처방을 함께 병용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심각한 경제문제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존주택의 매물공급을 늘리자면 1가구1주택을 초과하는 추가보유. 주택의 기대수익률을 낮추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우선 재사세 과표액 현실화 및 세율인상 등의 정책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주택을 장기보유할수록 낮아지게 되어 있는 양도소득세율 체계를 역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즉 1가구1주택을 초과하는 주택분에 대해서 부과하는 양도세율을 장기간 보유할수록 현행 단기세율보다 높아지게 만들면 기존 주택보유자들은 추가보유주택을 팔려고 내놓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택가격은 하락한다. 이 정책은 아직도 활용할 수 있다. 인플레 기대심리는 속히 불식시켜야만 한다. 더욱이 네차례 선거가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주고 있는 현시점에서 인플레 기대심리를 방지할 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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