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얼굴들] 인물부재론 속 걸러지는 ‘거물’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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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노3김 틀 깨져야 윤곽 드러날 듯

 1盧3金 이후를 예측하기란 현재로서는 무리다. 우선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인물부재론’에 부딛히는 데다가, 현재의 정치상황이 1노3김 중심으로 짜여 있는 한 제도적으로 그 틀을 깨지 않고는 한 사람의 새로운 리더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空論이라는 ‘상황론’이 앞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기 대권의 향방과 정계 물갈이를 통한 제2정계개편설까지 가세하게 되면 1노3김 이후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 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극히 조심스럽지만 차세대 인물이 하나둘씩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대통령의 집권 후반기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자당은 아직까지 차기 권력구도에 대한 뚜렷한 정치설계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마디로 불투명하다. 현재로선 金泳三 대표최고위원이 가장 근접해 있는 듯이 보이지만 안정권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대표는 여전히 3김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여권에선 뜻밖의 인물 나올 수도

 민정계를 이끄는 朴泰後 최고위원의 거취도 주목거리다. 그가 단순한 계보관리자의 입장에서 탈피, 과감한 변신을 시도해 대권 고지를 노릴 경우도 일단 고려의 대상에 넣을 수 있다.

 金潤煥 정무장관도 버티고 있다. 김장관 자신이 대권을 겨냥한다는 얘기를 흘린 적은 없지만, 6공에 들어와 그가 발휘한 정치력을 감안해볼 때 김장관을 뉴리더의 범주에 집어넣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다. 언론인 출신으로 원만한 대인관계가 장점으로 꼽히는 데다 그런 평에 걸맞게 당내 3계파와 당ㆍ청와대 사이의 교량역할을 너끈히 해내고 있다.

 민정계 비주류의 李鍾贊의원은 이제 ‘만년차세대’라는 꼬리표를 떼고 출사표를 낼 때가 되었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으고 있으나, 정작 이의원 자신의 언동은 아직까지 조심스럽기만 하다.

 민정당 초대 원내총무와 정무장관ㆍ사무총장 등 중진급이 거칠 만한 코스는 다 밟은 이상 이제 남은 것은 대권밖에 없지 않느냐는게 주위의 평이다.

 김장관과 이의원을 포함한 민정계의 이른바 ‘6인의원’그룹도 차세대 지도자급으로 거명된다. 우선, 모나지 않은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3계파가 모인 민자당의 안살림을 맡아 ‘며느리’ 노릇을 하고 있는 朴俊炳사무총장이 가끔씩 정치성 짙은 발언을 구사해 자신의 존재를 꾸준히 확인시키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沈明輔 의원도 구민정당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적이 있는 만큼 차분하게 자리를 다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朴哲彦 의원쪽에 접근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정계의 충청세를 대표하는 李春九 전사무총장과, 경기 출신으로 원내총무와 사무총장을 지낸 바 있는 李漢東 의원도 민정계의 6인 중진그룹에 속해 비중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민주계에서 차세대 인물을 꼽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崔炯佑 朴容萬 黃珞周 辛相佑 의원 등 중진과, 徐淸源 朴寬用 의원등 정책 브레인으로 손꼽혔던 인물이 3당합당 이후에는 거명되는 빈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이 사실이며, 金東英 원내총무와 金德龍 비서실장 정도의 이름만이 김영삼 대표와 더불어 거론될 뿐이다.

 최형우 의원 등 중진들은 4당체제였던 지난해말 소장파 의원들과 더불어 평민ㆍ민주당의 통합 추진에 앞장섰다. 이들 중진이 당시 양당 통합을 추진했던 배경의 하나로 중진의원의 위기의식을 꼽는 이들이 있다. 즉, 야권이 나뉘어 있는 한 양김씨의 퇴진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양김씨 그늘에 가려 있던 중진들이 정치력을 발휘해보지도 못한 채 자칫 양김씨와 더불어 퇴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공화계 역시 민주계와 사정이 비슷하다. 金龍煥 정책의장이 당3역의 하나로 버티고 있긴 하나 대부분의 의원들이 金鍾必 최고위원의 그늘에 가린 탓인지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김대중 “후계자감 있다”

 평민당의 뉴리더로 지목되는 인물은 종종 ‘김대중 후계자’로 지칭되곤 한다. 이들 중에는 자신이 특정인의 ‘후계자’라고 표현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도 있고,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 그 후계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김총재 자신이 “후계자감으로 당 안팎의 유능한 후배 정치인 두세명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발언을 했을 뿐이다.

 김총재의 이런 발언은 과거에 비해 훨씬 진전된 것으로, 애당초 김총재는 “정치지도자는 자신이 혼자 커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혼자 힘으로 대통령후보가 되었던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후배 정치인 두세명’을 조심스럽게 거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총재 주변의 인물 중에서 그 ‘두세명’중에 끼일 만한 사람을 헤아려보기는 어렵지 않다. 정치특보를 맡고 있는 金元基 의원(3선)이 그중 한사람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13대국회 초반에 원내총무를 맏아 여권을 상대하는 데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았고, 지금도 對與 막후접촉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현 원내총무인 3선의 金令培 의원도 야권에서 잔뼈가 자란 골수 야당인사로 김총재를 탄탄하게 보좌하고 있다.

 정책위의장으로 당3역인 趙世衡 의원도 물망에 오르는 인물 중의 한사람. 2선이라는 점과 동교동 직계가 아니라는 점이 간혹 지적되고 있지만 평민당내에서 보기드문 정책브레인중의 한명으로 성실한 의정활동을 인정받고 있다. 韓光玉 비서실장과 3선의 鄭大哲 柳相 의원도 평민당의 중간실력자군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평민당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趙尹衡 부총재다. 5대 때 국회에 첫 진출한 5선의원으로 民韓黨 총재까지 지낸 바 있는 정치 이력에 비해 평민당에서의 역할이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지만, 김대중 ‘이후’를 얘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이다.

 야권통합이나 김총재의 2선 후퇴 주장 등 평민당에 ‘바람’이 불때마다 늘 주목받는 인물이 바로 조부총재이며, 그럴 때마다 김총재의 요청으로 김총재와 마주앉는 사람이기도 하다.

 3당 합당 직후 야당통합 바람이 거셀 때 평민당내 중진 및 소장 통합파의원들이 조부총재 집에 모여 따로 모임을 가진 것만 미뤄봐도 당내에서의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으나, 주위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민주당은 차세대 인물의 집합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李基澤 총재를 비롯해 金鉉圭 朴燦鍾 洪思德 부총재 등 지도부와, 金正吉 李哲 의원(2선), 金光一 張石和 盧武鉉 의원 등 초선의원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원내외 인사가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스타’들이다.

 그러나 이들 민주당 인사 개개인의 정치력을 낮게 평가하는 시각도 없지 않아, 이 스타들이 독자적으로 얼마나 빛을 발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기택 총재는 동기야 어쨌든 이미 야권을 떠받치는 한 기둥이 됨으로써 차세대 그룹의 실력자로 발돋움한 셈이 되었지만, 야권통합이 어그러질 경우 누구보다도 큰 부담을 안지 않을 수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홍부총재의 경우는 서울시장 자리를 눈앞의 목표로 삼아 힘을 축적해가고 있다.

 재야의 제도정치권 진입이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李富榮 張琪杓씨 등도 차세대 정치인 범주에서 빠질 수 없게 되었다. 더구나 정치인 세대교체를 통한 제2정계개편설이 보ㆍ혁구도를 전제로 깔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정치권내 위상이 높아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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