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총리, 중산층지지 업고 재집권 ‘턱걸이 입학’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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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오늘

 한물 간 정치인이라는 일부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 12년 동안 집권해온 헬무트 콜 총리가 10월16일 실시된 연방하원(분데스탁) 선거결과 여전히 중산층의 지지를 받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콜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민당 연정이 사민당 등 야당 연합에 매우 근소한 차이로 승리함으로써 앞으로 정국운영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옛 동독당 후신인 민사당은 동베를린 선거구에서 4명이나 당선시킴으로써 비례대표 의석을 포함해 모두 30석을 차지해 정국의 변수로 떠올랐다.

 기민당은 선거 전에 다소 부정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던 것과는 반대로 자매 정당인 기사당과 함께 총 유효득표의 41.5%로 2백94석을 확보해 36.4%로 2백52석을 얻은 제1 야당 사민당을 눌렀다. 또한 연정 참여 정당인 자민당은 6.9%를 얻어 하원 진출을 위한 득표 하한선인 5%를 무난히 넘겨 47석을 얻었다. 이에 따라 기민당.기사당.자민당 연정은 하원의석 6백72석 중 3백41석을 얻어 과반수를 넘기는 데 간신히 성공했다.

경제 회복세로 인기 만회
 동.서독 통일 후 처음 실시됐던 90년 12월 총선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선거는, 90년보다 16석이 늘어난 6백72석의 연방하원 의석을 모두 교체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띤다. 사민당은 올 초까지만 해도 인기도에서 기민.기사당을 앞질러 수권 정당으로서 채비를 갖추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전후해 사민당이 내세운 각종 정책과 당의 이미지 홍보 면에서 사민당 지도부가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는 데 실패한 뒤 지지율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게다가 통일 후유증으로 2차대전 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진 독일 경제가 올해초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 기민당 연정측이 겨우 인기를 되찾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

 전문가들은 기민당이 과반수나마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은 독일 중산층의 이익을 대변해온 콜 총리의 끈질긴 정치 생명력에 있다고 본다. 83,87,90년 선거에서 연달아 승리를 기록한 콜 총리는, 대외 정책에서 독일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과 독일군의 해외 분쟁지역 파병 추진 등을 내세워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집권 12년째인 콜 총리는 이번 승리로 4년을 더 집권하게 돼 14년을 집권한 콘라드 아데나워 전 총리를 앞지르게 됐다. 69년 라인란트-팔즈 주 지방자치 단체장으로 선출되어 정치에 뛰어든 콜 총리는 서민적이고 어눌해 보이는 성격 때문에 그를 주인공으로 한 풍자와 유머가 유행하기도 했다.

 불안한 승리를 거둔 콜 총리가 앞으로 옛 동독지역 경제 건설, 6백90억 마르크(약 36조2천9백40억원)로 추산되는 재정 적자 등 이른바 ‘통일 비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궁금하다.
卞昌燮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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