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 마침표 안 찍는 미국의 속셈
  • 로스앤젤레스 · 남유철 기자 ()
  • 승인 199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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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에서 협정 반대파 득세… 소비자 대표도 “큰 손해 본다” 성토



오는 12월1일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비준 투표를 단행하는 미국 상원은 본격 논의에 들어 가기 위한 사전 준비로 ‘가트(GATT) 청문회’를 열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와 관계되는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상무위원회에 속속 증인으로 불려나오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을 담당하는 상무위원회는 묘하게도 이 협정 때문에 피해를 본 주의 의원들이 대다수 포진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사실 확인’을 위한 청문회면서서도 협정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협정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을 질타하난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캔터는 치명적인 패배 안겨준 인물”
알래스카 주 출신인 테드 스티븐스 상원의원은 “일본과 한국은 미국에 마음대로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제품은 이들 국가에서 높은 무역 장벽에 부닥치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는 이런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포문을 열었다.

우루과이 라운드를 지지하는 소비자연합의 마크 실버겔드 대표는 “우루과이 라운드는 기본적으로 관세를 내리자는 약속이다. 소비자 처지에서 관세 인하는 상품 값이 내려간다는 좋은 소식이다”라고 옹호론을 폈다. 그러자 대표적인 반론자인 어니스트 홀링스 상무위원회 위원장은 “도쿄 라운드 때도 당신 같은 사람들은 가트가 경제를 진작하고 일자리를 늘린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왜 도쿄 라운드 이후에도 무역 적자와 실업자는 계속 늘어나기만 했냐”고 훈시 같은 반론을 10분 가까이 늘어놓았다.

미국 행정부는 우루과이 라운드가 세계 경제를 살리고 미국 경제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우루과이 라운드 폐해론’이 압도적이다. 특히 의회의 폐해론은 ‘위헌론’에 이르러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창설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권한이 미국 의회의 입법 권한은 물론 국가의 신성한 주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미국 의회는 이런 이유로 가트 사무국의 국제기구화를 세번이나 거부했었다).

무역 분쟁이 발생하면 세계무역기구는 이에 대해 심사판정을 하게 된다. 세계무역기구가 판정을 내리면 회원국은 반드시 이를 수용하도록 되어 있다. 위헌론자들은 세계무역기구의 이런한 분쟁 판정권이 미국의 주권을 제한한다고 보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의 강력한 심사분쟁조정권은 바로 미국 정부가 원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우루과이 반대론자들은 이를 가장 심각한 반대 사유의 하나로 들고 있다.

하버드 대학 로렌스 트리아브 법학 교수는 “일단 세게 무역기구가 제재를 결정하면 이를 번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전 회원국이 합의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세계무역기구를 탈퇴하지 않는 한 세계무역기구의 판정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미국의 주권을 제한할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햇다. 우루과이 라운드를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식 삶’의 포기를 의미한다고까지 주장하는 미국의 소비자 운동가 랠프 네이더씨는, 우루과이 라운드로 미국인들은 낮은 수준의 환경 제품, 어린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제품, 동물들을 학살해 만든 제품 등을 강요 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세계무역기구에서 단 한 표의 권리밖에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미국은 국제 기국에 거부권 없이 참여한 적이 없다.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한 표밖에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네이더씨는 미키 켄터 무역대표를 향해 미국 역사상 미국정부에 가장 치명적인 폐해를 안겨준 인물로 기록될 것이라며 독설의 칼날을 들이댔다.

12월 초 의회 통과 불확실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을 그토록 원했던 미국이건만 의회에서는 현재 미국이 피해를 본다는 쪽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일반 국민은 아예 관심조차 없다. 오는 12월1일 비준 투표를 하는 상원에서 통과될지는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협정에 서명한 백여 나라 이상이 미국 의회가 비준하는 것을 보고 비준하기 위해 미국 의회만을 쳐다보고 있다. 미국이 참가하지 않는 우루과이 라운드란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부 우루과이 라운드 반대론자들은 우루과이 라운드를 미국이 한국의 쌀시장을 개방키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키 캔터 미국 무역대표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우리의 시장 개방을 강요하는 인물로 비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의회의 가트 청문회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피해자는 미국이고 가해자는 한국과 일본이다. 도대체 누구의 그림이 옳은 그림인가.

- 로스앤젤레스 · 南裕喆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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