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 제정
  • 박준웅 편집위원 ()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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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정신질환의 예방과 환자의 치료, 사회 복귀, 권익 보장을 내용으로 한 정신보건법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 법안에 환자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 의견이 맞서 있다.

 

 

 찬       송수식 서울적십자병원 정신과 주임과장.

 

선진국의 정신보건정책은 대형 정신병원의 수용 기능을 치료 시설로 대체하는 것이다. 환자가 사회에 복귀하여 살게 하는 것이 정신보건법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정신보건법에서 입원 치료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정신보건법은 정신지환의 예방ㆍ치료ㆍ사회 복귀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정립되지 않은 현실에서 우선 치료와 사회 복귀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 치료 기능이 없는 보지 시설의 요양원(수용소)을 의료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켜 정신과 의사의 지도하에 치료의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

 

정부는 병상 증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치료 인력 확보, 환자에게 필요한 재활 시설을 위해 전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가 발표한 현재의 병상 수는 사회복지 법인인 수용시설의 수용인원수를 병상 수로 계산한 것이다.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치료 시설로 보완 확충하는 데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치료 인력은 제도적인 보완으로 큰 예산없이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강제입원 조항이 명문화되면 시행 과정에서 남용이나 악용의 소지가 있지 않겠는가. 특히 정치적으로 악용되어 부당한 인권 침해의 가능성도 우려된다. 동의입원 규정은 가족이 환자를 유기하는 사례로 악용될 수 있다.

 현재 입법예고된 정신보건법은 평가임원제를 도입하고 정신과 의사 2명의 일치된 의견을 요구하고 있어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줄어 들었다. 법이 없음으로써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치료 기관이 아닌 요양원에 강제 수용당하는 것이 인권 침해이다. 흔히 정치적 악용의 소지를 논하나 정신질환자를 위한 법이라는 측면에서 법의 악용을 의심한다는 것은 전반적인 정치 불신의 소산이다.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는 정신보건법이 아니더라도 얼마 든지 있지 않은가.

 

강제입원 판정에 있어 의사마다 어느 측면을 더 보느냐에 따라 소견이 다를 수 있고 오진의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인권을 따지다보니 중소 도시나 면 단위에서는 실질적으로 시행이 어려운 정신과 의사 2명의 진단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문제 조항은 오히려 강화된 느낌이다.

 

정부는 병상 부족을 정신보건 현실의 주요 문제점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장기 입원을 하고 있는 환자는 대부분 생활보호대상자들이다. 이들은 인구의 10% 미만이면서 전체 병상의 70% 가량을 점유하고 있고, 평균 4년여 입원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제대로 퇴원한다면 우리나라 병상은 반 이상이 빌 것이다.

 생활보호대상환자들을 위해서도 정신보건법은 필요하며 치료 시설에서 혜택을 받아야 한다. 그것보다 이들의 사회 복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되어 있는지를 먼저 묻고 싶다.

 

우리나라 정신병상의 75% 이상이 명칭만 정신요양원 또는 정신병원이지 사실은 수용 시설이다. 현재의 안대로라면 정부의 정신보건법안은 수용 격리 위주의 법이다.

 현재의 정신보건법이 만족할 수 있는 법이라기보다는 정신질환자 수용 시설을 의료 시설화하기위한 과도기적인 법이라고 본다. 앞으로 이상적인 법을 만들기 위한 전제로 보고 이 법을 찬성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정신요양원은 의료기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기도원 등의 사설 기관을 약간의 시설 정비만을 하고 정신질환자를 수용ㆍ치료하는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맡긴 것이다. 이제 정신보건법 제정으로 이들을 완전한 의료 기관으로 인정한다면 지금까지의 인권 유린은 물론 각종 부조리를 정부가 방조하거나 공모한 셈이 된다.

 지금까지 보사부는 환자의 인권 유린을 어쩔 수 없이 묵인 방조해 왔다. 이건 절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일보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라고 믿고 싶다. ■

 

 

반  류선영 변호사.

강제입원 규정을 악용해 타인을 정신병자로 몰아 수용소에 집어넣는 일이 있을 수 있고, 또 실제로 있었다. 정신의학 남용의 가능성을 법적으로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정신보건법은 치료와 재활을 위한 법이지 이러한 정신의학의 남용을 막는 법이 아니다. 불법 구금에 대한 현행 형법과 인신 구속에 관한 절차에 대한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정신의학의 남용을 막을 수 있다. 보사부가 입법 예고한 정신보건법의 입퇴원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오히려 정신의학의 남용에 합법성을 부여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정신질환자는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여의도광장 택지 폭주사건이나 공중전화로 인한 살인사건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충격적인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정신보건법이 제정된다고 반드시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재활이 촉진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탈리아는 정신보건 현실의 악화를 막기 위하여 정신보건법을 폐지하기까지 하였다. 인권을 가진 정신질환자를 예방적 조치로서 강제 입원이라는 형태의 인신 구속을 하기 위하여는 기본권 제한의 원리인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판단은 발달된 현대의 정신의학으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어떠한 통계와 연구도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정신질환자가 아닌 사람의 범죄율보다 높다는 것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위와같은 불이익을 받을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신질환자의 대표적인 범죄도 여의도 질주범을 들고 있으나 이는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에 커다란 책임이 있다. 여의도질주사건은 사망 2명, 부상 17명의 일방통행도로의 역질주 범죄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단지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라는 이유만으로 전자는 대서특필하였으나 후자는 그렇지 않았다. 정신질환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정신질환의 치료 방법은 다른 어떤 의학보다도 다양하고 각 치료 방법의 효과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사이비 치료가 많이 등장한다. 이런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정신보건법이 필요하다.

 보사부가 입법예고한 정신보건법을 살펴보라. 이러한 정신보건의 사이비 치료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 있는가. 단지 인권 침해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정신요양원이나 기도원의 양성화 규정만 있을 뿐이다.

 

정신질환자 치료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치료 비용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하다.

 현재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는 생활보호대상환자들에 대하여는 생활보호법과 의료보호법에 의해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는 일단 회복되어 사회에 복귀하더라도 계속 의학적 추구 관리를 해야 재발을 막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법이 필요하다.

 정신보건법은 사회 복귀를 위한 시설로 정신요양원을 규정하고 있을 뿐, 사회 복귀를 위한 다양한 방법과 시설기준, 의료전달 시스템 등에 대하여는 침묵하거나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러한 법안으로는 정신질환자의 사회 복귀가 이루어질 수 없다.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은 사회에 어떤 요구를 하지 못한 채 긴 세월을 은둔과 암흑 속에서 살고 있다. 이를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양성화해서 국민 정신보건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정책은 정신병상의 확충 이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신보건법안의 규정 중 바로 시행될 수 있는 조항은 정신질환자의 입원에 대한 법적인 근거 제공, 인권 침해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요양원ㆍ기도원 등의 합법화, 이들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환자의 입원에 대한 합법성 부여, 대형 정신병원의 설립이다. 정신보건법안은 국가의 정신 보건에 대한 전면적 지원으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자의 격리 수용을 위한 절차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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