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가는 ‘부산 월계수’
  • 부산·이흥환 기자 ()
  • 승인 1992.02.2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YS텃밭, 박철언 의원 사조직 활동 주춤…회원들 권력향배 따라 ‘눈치보기’

 “나는 월계수가 아니다.” 14대 총선으로 ‘金泳三 바람’이 불기 시작한 부산 곳곳에서 요즈음 들리는 소리다. 朴哲彦 의원의 사조직인 월계수회 회원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말은 북방 ‘나들이’ 등으로 박의원의 정치적 위상이 한창 치솟았을 때 그를 “떠오르는 태양”이라고 주저없이 칭송하면서 “부산의 반이 김영삼 계열이라면 나머지 반은 박철언 계열”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이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풍향계를 주시하면서 권력의 향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의 이런 말은 “나는 살고 싶다”는 절규쯤으로 들린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경남 일부 지역의 월계수회원들이 회원임을 부인한다고 해서 반드시 박의원에게 반기를 들고 김대표 계열로 돌아섰다고 해석 할 수는 없다. 親김영삼을 자처하기에는 김대표의 정치적 입지 역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월계수회원이 아니라는 것은 결국 ‘좀더 눈치를 봐야겠다’는 뜻이다.

 《시사저널》이 10개월 전인 지난해 4월 월계수회를 커버스토리(제75호)로 다루었을 때 접촉했던 ㅇ·ㅂ·ㅊ씨 등 부산의 일부 월계수회원들은 “월계수회는 정치단체가 아니라 단순한 친목단체일 뿐”이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이 월계수회원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총선을 코앞에 둔 92년 2월 이들 중 일부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딱 잡아떼거나 “월계수회와는 발을 끊었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월계수회는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의원 사조직의 일부일 뿐이다. 또 다른 사조직인 미래민족연구연합회(미민연)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ㄱ씨는 “미민연과 월계수회는 서로 다른 조직이며, 언론에 보도된 조직은 전체 조직의 극히 일부이다”라고 말하면서 자신도 조직의 전체 윤곽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의 각 구의회에는 평균 5명의 월계수회원이 구의원으로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년 전 미민연 관계자로부터 부산지부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한 적이 있는 ㅈ씨는 “부산의 월계수회원들은 겉으로 드러내놓고 활동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김영삼 대표의 지역 기반이 견고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산이 친김영삼 일색 만은 아니다. ㅈ씨는 “2년 전만 해도 5만~6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등 박의원의 사조직이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최근에는 주춤한 상태”라면서 “그러나 김영삼씨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 한 월계수회의 입김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월계수회가 겨냥하는 바도 바로 이 점이다”라고 지적한다.

 월계수회원들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체를 경영하는 재력가들이며, 수평조직의 한 ‘점’을 형성해 이사급으로 활동하면서 20~30여명의 회원을 관리한다. 월계수회원이라는 신분 노출을 꺼리고 박의원의 다른 사조직에 이중으로 소속되기도 한다. 월계수회원이 야당조직에 들어가 활동하거나 여권내의 타조직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다른 조직원끼리는 상호간에 상대방의 신분을 알지 못하는 조직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일부 조직원이 같은 조직내 회원의 돈을 노려 사기극을 연출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조직 노출이 심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면 곧바로 다른 조직을 결성하는 것도 월계수회 산하조직의 특징이다. 부산에 최근 들어 ‘새정신실천운동회’가 발족되어 가동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부산지역의 일부 권력지향적인 재력가들이 박의원의 ‘권력’주변에 모여드는 이유는 명백하다. 사업상 권력의 ‘그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대표가 이 점을 모를 리는 없다. 그러나 김대표의 대응책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 야당 생활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과 기존의 재력가 등이 김대표의 중심 인맥이라면, 월계수회의 핵심 조직원들은 새롭게 부상한 30대 또는 40~50대의 신진 재력가들이다. 게다가 김대표로서는 이 신진 재력가들이 월계수회 등 박의원의 사조직에 가담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대안으로 제시할 만한 ‘매력적인 카드를 내밀지 못하고 있다.

 한 야권 인사는 박의원 사조직의 성격에 대해 “예측불가능한 정치적 미래를 담보로 재력가들을 규합한 것”이라면서 “아직 조직의 초동단계이긴 하지만 전국적인 선거 등 유사시에는 꽤 힘을 발휘할 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