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체증은 이용자 책임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0.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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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봉투 쓰고 기재원칙 지켜야 첨단설비 제기능

 체신부는 12월1일부터 내년1월10일까지 한달간을 ‘우편물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하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대목을 노리는 백화점의 홍보물에서부터 送舊迎新의 뜻을 전하는 연하장에 이르기까지 올해 예상되는 연말연시 우편물은 약4억2천만통. 인력난 때문에 연말마다 번번이 진땀을 흘려온 체신부는 컴퓨터를 도입하여 지난 7월 문을 연 ‘서울우편집중국’ 덕택에 올해는 우편물소통이 그 어느해보다도 원활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편물 중에는 컴퓨터가 처리할 수 없는 규격 위반품이 많아 서울우편집중국이 제기능을 다할지는 미지수이다. 서울우편집중국 申明休 국장은 “카드나 연하장 중 규격외봉투는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야 한다”면서 최근 늘어난 기업체의 홍보물도 우편체증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우편물은 수취인의 손에 도달하기까지 우체통→접수우체국→운송→배달우체국→배달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편집중국은 우체통에 모인 우편물이 배달우체국에 전달되기 전가지의 분류과정을 컴퓨터로 처리하게 된다. 일본 홍콩 싱가폴에 이어 아시아에서 4번째로 지난 85년부터 3백72억원을 들여 서울 용산에 세웠는데 유럽에선 보편화된지 오래이다. 현재 서울시내 21개 우체국중 서울중앙, 광화문, 동대문, 서부서울을 제외한 17개국의 우편물이 이곳을 거치는데 하루처리물량은 약 1백70만통으로 이는 서울시 전체우편물량의 3분의 2에 달한다.

  우편물은 규격에 맞지 않으면 기계에 집어넣을 수조차 없기 때문에 ‘규격봉투’이어야 컴퓨터처리가 가능하다. 체신부에서는 개인서신ㆍ기업홍보물, 초청ㆍ연하장용 등 4종류로 표준규격봉투의 크기를 정하고 있는데, 이외에도 가로×세로가 최소 140×90㎜, 최대 235×120㎜ 안에 들어가면 기계처리가 가능하다. 규격에 ‘합격’한 우편물은 광학구분기(OCR), 영상구분기(VCM), 최종구분기(LSM) 등 3종류의 컴퓨터에 의해 분류작업에 들어간다. 우편번호를 컴퓨터가 읽어 바코드로 기입한 후 기입된 바코드에 의해 행선지별로 분류처리되는 우편자동분류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편번호칸 테두리가 ‘적색’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빨간 필터가 끼워진 광학구분기는 이 칸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숫자로 읽는다. 적색이 아니면 비씨카드봉투에 인쇄된 회원번호는 물론, 검은색 우편번호칸이나 봉투의 무늬도 숫자로 오독하여 ‘처리불능’상태가 된다. 따라서 타자나 컴퓨터프린트로 우편번호와 주소를 인쇄하는 경우에는 번호칸을 삭제하고 우편번호만 정체로 또박도박 인쇄하는 것이 좋다는 게 기술과 田暎鎬씨의 설명이다. 또 숫자를 직접 쓸 때에는 칸에 닿지 않도록 정확하게 써야 한다.

 

카드 제작업체의 무신경도 체증 부채질

  ‘우편번호 판독전자장치’는 독일 AEG사 제품으로 독일 기술진에 의해 소프트웨어조정작업을 거치긴 했으나 한국인의 습관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흘려쓴 숫자는 1을7로, 6을 0로, 3을 8로 잘못 읽게 된다. 우편번호 기재불량으로 광학구분기를 지나쳐버린 우편물은 2단계로 영상구분기에서 처리된다. 작업자가 비디오화면에 떠오른 편지봉투의 우편번호를 읽어 해당 우편번호의 바코드를 인쇄하는 ‘반자동’작업이다. 신명휴 국장은 “광학구분기가 우편물의 80%를 처리하고 나머지를 영상구분기에서 처리하는 것이 선진국 수준이나 우리나라 광학구분기처리는 60%선이다” 라면서 판독저해요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편번호불량상태(우편번호칸 색상위반 15%, 우편번호기재상태불량 10%, 우편번호미기재 3%)를 고치면 우편처리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우편번호 불량품들은 카드주문업체나 제작업체, 그리고 아무런 의식없이 사용하는 이용자의 ‘합작품’이라는 게 체신부의 지적이다. 소년잡지나 여성잡지에 끼워져 있는 절단용 응모엽서들은 대부분 크기ㆍ우편번호기재칸이 규격미달로 이용자의 잘못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카드 자체에 꽃을 붙이고 만화를 그리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의 ‘팬시용품’ 역시 낙제품. 봉투가 현란한 무늬와 색채로 뒤덮여 우편업무를 지연시키는 데 한몫 톡톡히 한다(우편번호를 적은 앞면은 흰색 또는 70% 이상 반사율을 가진 밝은 색이 원칙).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카드전문업체 ‘바른손’ 디자이너 金錫鎬씨는 “우편물의 규격이 권장사항이어서인지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의식이 카드업계 전체에 퍼져 있다”고 전한다.

 

신용카드우편물 회원번호기재 말아야

  최근에는 각 업체들이 컴퓨터로 처리한 각종 우편물을 다량으로 발송하고 있어 심각한 적체의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나 비씨카드용 ‘창봉투’에는 우편번호와 나란히 회원번호가 적혀 있거나 내용물이 봉투보다 작기 때문에 주소가 보이지 않아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술과장 王鎭元씨는 지금까지 규격을 위반한 다량 우편물발송업체 5천5백여곳 앞으로 협조공문을 띄웠다고 했다. 그는 “최근 개인발송우편물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기업의 우편물은 꼭 전달되어야 할 우편물배달마저 지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기업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 왕씨는 또 같은 우편번호끼리 모아 묶어보내면 3천통 발송시 5%의 우편요금을 감면해준다고 덧붙이면서 각종 백화점의 신용카드사용명세표, 의료 및 자동차 등 제보험서류는 연말을 피해 발송해주면 우편물소통이 한결 원활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체신부 우정국 국내우편과 韓松吉 행정사무관은 “주소불명이 집배원들의 가장 큰 고충”이라면서 이사할 때 우체국이나 동사무소에 비치된 ‘주소이전신고엽서’를 기입하여 제출하는 ‘시민의식’이 높아지면 집배원의 ‘다리품’이 한결 덜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연말우편물은 20일부터 31일까지 평상시의 3~4배가 몰려 절정을 이룰 것으로 체신부는 내다본다. 연하장을 보내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10일부터 조기발송하면 우편물이 분산되어 우편체증을 덜 수 있다. 또 송년모임안내장이나 청첩장 등 시한성 우편물은 속달로 부치지 않더라도 각 우체국의 ‘특별창구’에 접수시키면 다른 우편물보다 한발 앞서 취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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