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 바꾸고 새로난다”
  • 이흥환ㆍ서명숙 기자 ()
  • 승인 1990.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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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ㆍ민주 몸 부풀릴 준비

재야인사ㆍ야권 원로 영입 위해 줄다리기 한창

  ‘축소판’ 정기국회가 막을 내리자마자 이번에는 정가의 온신경이 여야의 당내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평민당의 경우 선거정국에 대비, 재야 및 영남권 인사와 구야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아예 당 간판을 내리고 새 이름의 ‘문패’를 내걸 채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새 당명으로 ‘민족통일당’ ‘민주통일당’ 등이 거명되고 있다.

  평민당의 변신은 다목적용이다. 우선 지역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영광ㆍ함평 보선에서 당선된 경북 칠곡 출신 李壽仁 의원을 통해 영남지역의 교수와 지식인 그룹 20여명에게 입당 교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야권원로들도 입당 교섭 대상이다. 李萬燮 전국민당총재, 柳致松 전민한당총재, 金相賢 전통일민주당 부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조차 이들의 입당이 평민당의 당세 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영입 대상자 중 한 사람인 ㄱ씨는 “이대로는 평민당이 지자제를 치르기 힘들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김총재를 직접 만나 복안을 들어본 후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다.

  재야쪽의 영입대상은 보다 광범위하다. 吳忠一ㆍ조남기 목사, 李愚貞 교수, 韓勝憲 변호사 등 구체적으로 거명되는 인사들 외에도 종교계ㆍ여성계 등 각 분야에서 평민당에 비판적 지지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인사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문제는 민주당에서도 재야인사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영입교섭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재야를 놓고 평민ㆍ민주 양당이 줄다리기를 하는 셈이다. 재야 출신인 평민당의 ㅂ의원은 “어차피 재야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민당의 신당 창당 구상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당 내부 정리다. 우선 영남출신의 서울 원외지구당 위원장 10여명을 연고지로 재배치해 불모지를 개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서울의 빈 자리는 재야에서 영입한 참신한 인물로 ‘수혈’한다는 것이다. 또한 호남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즉 13대에 들어와 활동이 저조한 현역의원을 포함, 출신지역에 안주하고 있는 인물들을 행정력과 전문지식을 겸비한 새로운 인물로 대폭 교체하는 한편 기존 조직을 무리없이 가동시키기 위해 위원장급에 해당하는 새 직책을 도입하는 방안이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해당 지역 인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ㅈ의원은 “연말까지 지도체제 및 조직 재정비, 영입대상 접촉 등 일련의 과정을 밟은 후 1월초쯤 뚜껑이 열릴 것”이라고 진단한다. 지도체제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거론된 것은 총재ㆍ대표최고위원ㆍ최고위원으로 짜여지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다.

 李基澤씨의 총재직 사퇴 이후 ‘제2의 창당’ 작업을 은밀히 추진해온 민주당은 평민당의 ‘범야권신당’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李哲 사무총장은 “평민당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신당을 추진하는 바람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다. 영입 작업에 차질이 많다”고 털어놓는다.

 그동안 민주당이 영입을 추진해온 세력은 크게 두 갈래. 그 하나는 야당 원로 그룹으로 이기택 총재 사퇴 직후부터 총재 권한대행 영입설이 나돈 高興門씨를 비롯 李重載ㆍ芮春浩씨 등이다. 비공식적으로는 이기택 전 총재가, 공식적으로는 金鉉圭 총재권한대행이 이들과 교섭하고 있다. 김대행은 “이야기가 잘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통합야당 아래서만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주장해온 이중재씨 등이 과연 선뜻 움직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李富榮ㆍ?延坵ㆍ呂益九ㆍ柳寅泰씨 등 통추회의의 ‘민주연합’ 세력은 평소 운동권과 가까운 이철 사무총장, 노무현 의원이 맡고 있다. 최근 이 두의원은 민주연합 합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부영씨와 빈번한 접촉을 가졌지만, 아직 확답은 받아내지 못한 상태다. ‘야권통합 결렬의 책임을 진다’는 총재 사퇴카드가 이들 재야 세력에게 상당한 명분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야권통합을 외쳐온 이들 세력은 아직도 국민운동 방식으로의 야권통합 가능성에 미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주당의 제2의 창당이 표면적으로는 ‘기득권을 포기한 채 기존 당의 깃발까지 내린다’는 것이지만, 결국은 평민당 내 平民硏처럼 흡수되지 않느냐 하는 우려가 재야세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렇듯 아직까지는 눈에 띄는 소득은 없지만, 내년 1월중순경에 열릴 전당대회에서 외부세력이 대거 참여한 ‘신당’을 선언하기 위해서는 1월초순까지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영입 작업에 매달릴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편 제2의 창당을 선언하는 전당대회를 전후해 등원 문제도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등원거부가 실패한 전략임을 자인하고 ‘다음 국회부터 등원’으로 의견을 모은 민주당은 ‘창당’의 여세를 몰아 등원을 자연스레 거론하다는 방침이다.

 지방의회 선거와 대권고지를 향해 느긋하게 범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평민당과 달리 제2의 창당에 당운을 건 민주당의 입장은 초조하다. 이렇듯 입장은 다르지만 양당이 추진하는 신당 작업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몸’을 부풀리는 물리적 변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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