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건강 회복을 위한 세계정상회담
  • 김당 기자 ()
  • 승인 199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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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개도국 정상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이는 6월 브라질회의에서는 환경에 관한 ‘지구적’ 차원의 세계전략이 마련될 예정이다.

’92 지구정상회담
어떤 기념비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지구의 황폐화 과정을 역전시킬 수 있다. 그같은 노력이 성공할 희망은 냉전체제의 붕괴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동·서간 이념분쟁이 사라짐에 따라 정치지도자들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환경 위협에 대처하는 데 집중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류 모두가 부딪히게 될 실제적인 위협에 초점을 맞춰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기회를 새롭게 맞이하고 있다. ―레스터 R. 브라운(미 월드워치연구소 소장)

 중병을 앓고 있는 지구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한 기념비적인 모임이 오는 6월 브라질에서 열린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최하는 유엔환경개발회의(UN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 UNCED)가 그것인데 외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세계 70여개국 정상들이 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사실 2차대전 이후 서로 편을 가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동서남북으로 끼리끼리 정치·경제적인 울타리를 쌓는, 숱하게 많은 정상모임들을 보아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그랬고 지금은 공중분해된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그랬다. 또 G7이니 G24니 하는 서방선진국 정상회담이 그랬고 비동맹회의가 그랬다. 그리고 이런 자리에서 요리되는 식단의 차림표는 대개 무기 아니면 돈이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선진국과 개도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것은 처음이다. 더욱이 UNCED에 참석하는 세계 정치지도자들이 종래의 군축이나 통화량조절, 무역협정 같은 ‘국가적’ 차원을 넘어선 ‘지구적’ 차원의 세계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회의는 이례적이다. 이번 회의를 유엔환경개발회의라는 공식 명칭 대신 이른바 지구정상회담(Earth Summit '92)이라는 별칭으로 곧잘 부르는 까닭도 그런 배경에서이다.

70여 정상 등이 참여하는 사상최대 회의
 브라질회의는 정상들과 정부대표단을 비롯, 기업인과 이른바 NGO(Non-Government Organization ; 비정부 민간단체) 대표 등 약 2만명이 참석하는 사상최대의 국제회의가 될 전망이다. 유엔에서도 민간부문의 협조와 견제 없이는 지구환경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점에서 NGO의 참여를 각국 정부에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맨먼저 NGO 인정을 받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대표2명을 파견하기로 확정했고 그밖에 공해추방운동연합·YMCA 등이 대표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

 회의 또한 정부대표들이 참석하는 일정과 병행하여 국제환경기술박람회 세계지도회의 국제언론인대회 국회의원대회 같은 관련 행사가 함께 개최된다. 그밖에 행사로는 1만여명의 NGO 대표가 참여 예정인 글로벌 포럼을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 과학 학술 체육행사도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어서 전통적인 리오 카니발에 버금가는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독특한 경축행사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제2의 우루과이라운드(UR) 또는 그린라운드(Green Round)라는 명칭에서 암시하듯 우리 정부의 처지로서는 축제와는 거리가 먼 불편한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이같은 우려는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엄격한 환경 규제와 수준높은 환경관련 기술을 개발도상국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 비관세 무역장벽을 쌓는 무기로 삼으려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번 회의를 앞두고 벌써부터 환경문제의 새로운 남북문제화 및 환경규제의 무역장벽화 경향을 둘러싼 선진국 대 개도국간의 대립으로 회의가 원만하게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이번 회의가 열리게 된 배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지난 72년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첫 세계환경회의가 환경선언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그 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리오회의는 환경실천을 담보하고 있는 셈이다. 리오회의에서는 우선 환경보전의 기본원칙을 규정하는 ‘지구헌장’과 21세기를 향한 구체적 행동지침인 ‘의제 21’을 채택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채택된 규범들이 강제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냉전체제 붕괴 이후 앞으로 전개될 신국제질서에서 중심적 사고의 틀로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협약 채택 둘러싸고 각국 대립 예상돼
 또 그동안 각국이 기존의 여러 회의를 통해 제안한 국제환경제도의 개편방향도 논의될 예정인데 이는 지구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유엔기구 개편이나 기구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89년 헤이그회의나 제44차 유엔총회 등에서 나온 각국안을 보면 기존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환경보호 역할을 부여하자는 영국안에서부터 안보리에 버금가는 환경보호이사회 설치를 제안한 뉴질랜드안, 별개로 집행권한을 지닌 생태보전이사회를 신설하자는 소련안, 거의 유명무실한 신탁통치위원회를 환경기구로 바꾸자는 비정부간 차원의 제안, 그리고 UNEP의 전면적인 강화안 등이 나와 있는데 이 또한 그린라운드의 중요 의제로 부각될 것이다. 한국은 마지막 안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채택을 둘러싸고 남북간 또는 각국간에 무엇보다도 첨예하게 대립양상을 띨 것이 예상되는 것은 당장 구속력을 갖고 산업구조 및 경제질서에 영향을 끼칠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산림의정서 등이다. 이중 기후변화협약은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끼칠 것이 우려된다.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를 야기시키는 대표적 물질은 이산화탄소이다. 88년 유엔환경계획과 세계기상기구에 의해 설립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전 280PPM이던 대기중 탄산가스 농도는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벌목 등으로 90년 현재 350PPM 수준에 이르렀으며 2030년이면 산업혁명 이전의 2배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그때의 지구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5~4.5℃, 해수면은 20~140㎝ 상승할 전망이다.

 기후변화협약 채택과 관련, 그동안 5차례의 정부간 회의가 열렸는데 최종회의는 오는 4월에 열릴 예정이다. 현재 진행중인 기후변화협약 협상에서 EC제국과 일본은 탄산가스 배출량을 2000년까지 90년 수준으로 안정화시키자는 적극적인 입장인 반면에 미국은 자국내 산업에 대한 영향을 감안, 구체적 감축 일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개도국 내에서도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위기에 처할 군소 도서국가들(AOSIS)은 매우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반면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화석연료 사용 감축에 따른 기름값 하락과 수입의 감소 때문에 구체적 감축일정에 적극 반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에너지사용량 증가율이 15% 수준을 넘는 데다가 91년 에너지 소비증가율(16.7%) 또한 경제성장률(8.9%)의 2배에 이를 만큼 높아 탄산가스 배출규제는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동안의 기후변화협약 협상에서 “개도국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무 부과 반대” 및 “개도국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이전 체계 마련”을 강조해왔다. 특히 정부는 최근 협상에서 중동산유국 및 호주 등과 함께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에 대한 특별한 고려의 필요성을 주장, 이를 협약초안에 포함시켰는데 이 조항이 최종안에서도 계속 살아남을지는 미지수이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보고에 따르면 산림벌목 등 생태계 파괴로 인해 멸종되는 지구상의 생물은 해마다 2만5천~5만종에 이르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2000년까지 무려 50만~1백만종이 멸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생물다양성협약에 대한 협상은 순수한 의미에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와 책임 및 국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키로 했던 만큼 국가간 이견이 별로 없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각국이 유전공학의 발달로 각종 유전자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면서 생물다양성 자체를 새로운 형태의 자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어 이 또한 유전공학 기술이전 등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상반된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형편이다.

 주로 열대림을 보유하고 있는 개도국들은 자국 영토 내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자신들의 자원으로 간주, 배타적 독점권을 주장하고 있다.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유전자원을 활용할 때 사용료를 낼 것과 유전공학으로 제조된 새로운 유전공학 물질에 대한 공동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어 유전자원에 대한 자유접근과 유전공학 기술 및 신물질에 대한 독점적 지적소유권을 주장하는 선진국들과 대립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부존량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이른바 G7 프로젝트로 선정된 유전공학 발전을 위해 유전자원의 수입이 불가피한 만큼 개도국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정부는 개도국의 기술이전 요구에는 부분적으로 동조하면서 가능한 한 선진국에 대한 기술접근을 꾀해야 할 처지이다.

 그밖에도 브라질회의에서는 온실효과의 주범인 탄산가스의 흡수원이자 생물다양성 보존에 필수불가결한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산림의정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선진·개도국간의 이견으로 의정서 형식이 아니라 그보다 완화된 ‘원칙적인 선언’의 형태로 채택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유해폐기물과 독성화학물질의 국가간 이동 억제와 이동할 때의 철저한 감시기준 설정문제 등이 논의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유해물질 수입국이나 장기적으로 폐기물의 해외반출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안에 발효될 바젤협약(89년 3월 채택) 가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아울러 UNCED에서는 해양 의제와 관련, 해양 오염방지 및 생물자원 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검토·채택할 예정인데 이 또한 우리나라 수산업에 직접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가 유엔 정회원국으로 가입한 제46차 유엔총회는 92년말부터 공해상의 대규모 유자망조업을 전면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어선 1백40여척과 선원 4천여명이 연간 8만여톤의 오징어를 어획하는 우리나라 유자망어업은 전면폐지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유자망이 무차별적으로 불필요한 어족자원과 돌고래 거북 바다새 등 바다생물까지 살상하는 생태계 파괴적인 어로방식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는 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유자망어업을 수산업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안일하게 대응해온 데 따른 자업자득으로 간주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와는 거리가 먼 강 건너 불로 여겨지던 지구환경 문제가 어떻게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의정서(87년 9월 채택, 89년 1월 발효)일 것이다. 사실 염화불화탄소(상품명 프레온)는 이제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물질 중 하나로 꼽혀왔다. 에어컨 냉장고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각종 전자제품 생산에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는 이 물질만큼 냉매 발포 세정제로써 성능이 뛰어난 물질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굳이 경제원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이 대체물질을 개발하려고 들 때는 지금 쓰고 있는 것보다 더 값이 싸거나 오래 쓸 수 있는 물질이 필요할 때이다. 그런데 이제 인간은 순전히 환경적 요인 하나 때문에 값싼 프레온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환경외교 주도권 잡으려는 미국
 부시 미 대통령은 최근 프레온가스를 비롯한 오존층 파괴물질의 미국내 사용금지 시기를 당초 예정된 99년에서 95년말까지로 4년이나 앞당길 것을 발표했다. 부시의 조처는 90년 발효된 신대기정화법에 의거한 것이라 별도의 입법조처 없이도 발효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업체의 수출에 당장 큰 타격이 오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몬트리올의정서 가입을 서둘러 2월27일 이전까지 신청서를 접수시킬 방침이다. 미국이 이처럼 오존층 파괴물질 사용금지 조처를 앞당긴 데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정찰기와 성층권조사위성이 지난 1월 교차비행 조사중 포착한 산화염소(CIO) 구름 사진을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NASA에 따르면 염화불화탄소의 화학적 부산물인 CIO라는 물질이 집적된 구름층을 포착한 것은 예견된 결과이지만, 예정된 조사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달이나 앞당겨 언론에 공개할 만큼 NASA연구팀도 깜짝 놀랄 만한 심각한 현상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태양의 해로운 자외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해주는 오존층에 뚫린 구멍이 남극뿐 아니라 멀지않아 러시아 스칸디나비아 독일 영국 캐나다 그리고 뉴잉글랜드 북부지역 상공으로까지 확대될 것을 예고하는 이 조사결과가 바로 부시의 즉각적인 조처로 이어진 것이다.

 부시의 조처는 지구정상회담을 앞두고 환경외교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오존층의 구멍은 더 넓게 뚫렸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환경외교의 신시대가 그만큼 더 활짝 열렸음을 의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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