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 타고 빼어난 연기 보러 와요”
  • 소성민 기자 ()
  • 승인 1996.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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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서울연극제 열려···34편 참가해 10월 15일까지

 
창극활성화를 위하여 77년 출범한 “서울연극제”가 성년식을 치르고 있다. 올해로 20회째인 서울연극제는 9월1일부터 서울 시내 각 공연장에서 열리고 있다. 10월 15일까지 펼쳐질 이번 연극제에는 공식 참가작 열두편,자유 참가작 스물한편, 공식 초청 공연작 한편을 합해 총 서른네 편이 참가했다.

 이번 연극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제작비를 지원받는 공식 참가작의 자격요건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는 창작 초연작끼리만 경연을 펼쳐왔으나 올해부터는 재공연되는 창작극이나 각색 · 번역 극까지 공식 참가하고 있다. 이처럼 자격 제한을 완화한 이유는 창작극이 충분히 활발해졌다는 자신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참가작 서른네편 가운데 번역극은 총 아홉편, 그나마 공식 참가작으로 뽑힌 번역극은 두 편에 불과하다.

참가작 대부분 관객·비평가 검증 받은 작품

 희곡 심사작보다 실연 심사작이 더 많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연극제는 제 11회 때부터 희곡심사로만 참가작을 선정하던 종래 방식에서 벗어나 실연 심사까지 겸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희곡 심사작이 더 우세했다. 하지만 올해는 공식 참가작 열두편 가운데 일곱편이 실연 심사를 거쳐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서울연극제가 앞으로 관객과 비평가들에게 “검증된”작품인 실연 심사작위주로 가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날 보러와요>와<지하철 1호선>은 검증된 작품의 우수성을 잘 보여준다. 극단 연우무대가 제작한 <날 보러와요>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하여 진실의 의미를 탐색하는 내용으로, 희곡·연기·연출 삼박자를 고르게 갖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하철1호선>은 실제 지하철처럼 객석이 꽉꽉 들어차는 대학로 연극가의 최고 흥행작이다. 서울에 돈 벌러 온 중국 연변의 조선족 처녀가 겪는 우여곡절을 지하철 1호선을 배경으로 엮은 자품이다.

 94년 서울연극제에서 극단 맥토의 뮤지컬 <번데기>가 대상을 수상하다 연극계는 이를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뮤지컬은 갈수록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연극제에서 공식 참가작으로 선정된 뮤지컬로는 <지하철1호선>말고도 <블루사이공><님의침묵>이 있다. 최근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뮤지컬 <96 고래사냥>을 연출한 이윤택씨는 뮤지컬이야말로 앞으로 연극계를 주도할 장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밖에 이번 연극제는 종전에 문예회관 대·소극장으로 국한했던 공연 장소를 예술의 전당소극장이나 국립극장 소극장,정동극장등 서울시 전역으로 확장했다. 공연기간도 늘어났다. 또 연극제 참가작을 할인된 가격인 7천원에 볼수 있는 “서울티켓”도 지난해보다 4천장 더 발행했다.

 내년에 서울에서 열릴 “세계 공연예술 축제”를 의식한 듯한 서울연극제의 변신을 두고 ,연극전문가들은 서울연극제가 “뉴 웨이브”(미국)나 “아비뇽 연극제”(프랑스)처럼 세계적인 연극제로 성장하려면 현재의 경연 방식에서 잔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우 교수는 서울연극제가 진정한 잔치가 되려면 청소년과 장년 관객까지 끌어들일 다양한 소재를 개발 하고, 외국인 관객까지 유도할 창극이 나 탈품 등 “한국적”장르에 대한 지원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연극협회 정진수 이사장은 서울연극제 방식을 경연에서 잔치로 바꾸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고 말했다. 잔치가 되려면 오랜 공연 전통을 가진 서구 선진국들처럼 초청 작품을 선택할 폭이 넓거나, 초청한 작품들의 제작비를 모두 지원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어느 조건도 충족 시킬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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