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거물‘북풍조작’관여”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8.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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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고위 관계자“정형근 · 이명박의 윗선”… 이회창에게 불똥 튈 가능성도

“정형근 · 정재문 의원등 야당 인물 몇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 진행되는 북풍 수사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더 확대될 것이다. 있는 사실 그대로 밝혀낼 것이다. 우리는 안기부 출신이 아닌 한나라당 거물급 인사가 북풍 조작사건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임 파악하고 있다. 다만 검출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이름을 밝히기는 곤란하다.”새 정부에서 북풍수사를 다루고 있는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발언이다.

 이 고위 관계자가 말한 한나라당의 거물급 인사는 누구일까. 발언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북풍조작사건에 개입한 구 여권의 거물급인사는 적어도 현재까지 언론에 거론된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여권이 지목해 온 북풍사건 관련자는 정형근 · 정재문의원과 서울시장에 출마한 이명박 전 의원 정도.

 안기부 출신인 정형근 의원은 현재 안기부내 자기 인맥을 통해 북풍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6일 검찰 기자실에서 오익제씨가 DJ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한 안기부 고성진103실장은, 안기부내 대표적인 정의원 인맥으로 꼽힌다. 이명박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북한 노동당 조직부 제1부부장 장성택을 비밀리에 만나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이회창 후보를‘띄우는’문제를 협의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북한 상층부는 이같은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정재문의원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역시 극비리에 북한의 안병수 조평통위원장 대리와 두 차례 만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직후 DJ를 음해하는 일련의 편지사건이 국내외에서 터져 정의원이 막후에서 북풍공작을 연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명박 전 의원이 성사시키지 못한 사안을 재시도 했다는 설도 있다.

 정치권에 불어 닥친 북풍수사의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는 것과 관련해, 안기부의 북풍공작에 대한 검찰수사를 통해 기득권 세력의 메커니즘을 무너뜨리고, 그 위에 새로운 권력의 틀을 건설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개혁의 걸림돌인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그 싹부터 자르겠다는 발상이다. 앞서의 고위 관계자는“(북풍수사가)새로운 전형을 창출하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북풍수사와 관련한 여권의 지향점이 새 정권의‘기반다지기’에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당장 정치권의 관심은 북풍수사가 어디까지 확산되느냐 하는데 쏠려 있다. 물론 표적은 한나라당.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회창 한나라당 명예총재에게‘불똥’이 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지난해 구 여권이 이회창후보 당선을 전제로 △남북정상회담개최 △이산가족 상봉 추진 △북한 관광개발 참여 등 북한측과 비밀교섭을 벌였다고 주장해 왔다. 여권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정 불가피론’도 예사롭지 않다. 자민련 박태준 총재는 3월9일“정국이 더 꼬이더라도 북풍사건이 현실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중지할 수는 없다”라며, 북풍이 정치권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여권이 검찰의 북풍수사와 관련해 야당이 요구해 온 국정조사권 발동을 전면 수용한 것도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대목이다. 그 동안 한나라당은 검찰의 북풍수사가 여소야대의 틀을 깨기 위한 야당파괴카드라며,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해왔다. 물론 북풍사건관련자가 안기부 고위간부를 포함한 구 여권의 핵심인사들이고, 따라서 증인채택에 대한 여야의 의견차이로 국정조사가 십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여권이 야당의 국정조사권 발동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 자체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반증이다. 한마디로 자기들이 피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북풍공작사건을 국회에서 다루어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여권은 검찰의 북풍조작사건 수사는 국회의 국정조사와 별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수사를 통해 가려낼 것은 철저하게 가려내면서 정치보복이라는 야당의 공세에도 정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나라당에 몰아친 북풍의 진행방향은 전적으로 검찰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吳民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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