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도 ‘울며 빚 먹기’ 십상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8.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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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개최 예정 부산시, “가뜩이나 재정 어려운데…”

 지역 감정에 발목 잡힌 것은 월드컵뿐만 아니다. 월드컵과 비슷한 기간에 열리는 2002년 아시안게임도 상황이 비슷하다. 95년5월 부산 개최가 결정된 아시안게임은 재정이 극도로 어려운 부산시를 크게 압박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아시안게임 개최권 반납을 비롯한 보완 대책에 관한 논의가 지역 차별로 비칠까 봐 선뜻 입을 못 열고 있다.

 현재 부산시 재정 상태는 말이 아니다. 총부채가 2조원이 넘고, 올해도 5천억원이 부족할 전망이다. 대회 개최에 드는 비용이 5천억원에 이른다고 보면, 아시안게임은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다.(아시안게임 비용 추산치는 기관 별로 조금씩 다른데, 대체적으로 경기장 건설을 비롯한 직접 비용이 2천5백억원, 여기에 사회간접시설 확충 등 간접 비용을 보태면 1조5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달에 새로 취임한 안상영(安相英)부산시장의 취임 일성이 빚 없는 시정, 즉 ‘자립시정’이었을 정도다.

 원인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김영삼 정부가 그동안 상대적으로 낙후한 부산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대형 사업들을 무리하게 벌인 것이 가장 크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첫해에 개최 여론이 제기된 아시안게임이 좋은 예다. 부산시는 그로부터 3년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서 대만의 가오슝을 제치고 일찌감치 개최지로 확정되었다. 부산시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과, 대만 개최를 극력 반대하던 중국의 입김덕이 컸다. 부산시는 아시안게임 외에도 가덕도 신항만과 지하철 2호선 건설 같은 대형 사업을 추진해 왔다.

 또 다른 문제는 아시안게임 기간이 월드컵과 중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월드컵조직위원회는 한국과 일본의 기후 특성 때문에 6~7월로 되어 있는 개최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렇게 되면 9월에 열릴 아시안게임과 중첩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런 우려 때문에 국내 체육계에서는 한대 부산 아시안게임을 2001년에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 게임의 ㄱㅍ정을 바꾸어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포기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부산시는 초긴축 재정 운영과 외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씀씀이를 줄이고, 외국 돈을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특히 시유지(市有地)를 대규모로 개발해 외국 기업들에 매각한다는 대담한 발상을 실행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자 유치를 위한 이런 댁ㅍ모 택지 개발 사업이 오히려 재정난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뒤떨어진 지역 경제를 살리자고 유치한 아시안게임이 여러모로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리가 없는 지적도 아니다.     
金芳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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