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재, 사퇴해야 대권 쥔다”
  • 김재일 정치부차장 ()
  • 승인 199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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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당 鄭大哲의원

 “김대중 총재는 야권통합과 차기정권 획득을 위해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신민당은 하루빨리 김총재의 1인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광역의회 선거 참패 후 김총재의 거취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지난 6월24일 신민당 의원 ·당무위원 합동회의에서 대중 총재는 야권통합과 차기정권 획득을 위해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 "신민당은 하루빨리 김총재의 1인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 "서 정대철 의원은 열변을 토했다. 김총재가 카리스마적인 권위를 누리는 신민당 내 분위기에서 다른 의원들이 입 밖에 꺼내기 어려운 말을그는 했다. 30여명의 발언자 중 야권통합과 김총재의 거취문제를 거론한 사람은 정의원과 이상수 의원이 고작. 그는 발언 후 동료 의원들로부터 "김총재 물러가라는 사람이 먼저 당을 떠나라"는 핀잔을 받았는가 하면 "총재 면전에서그 정도의 발언을 할 수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야당이 깨어나고다시 태어나야 한다는말을 여러번 했다. 앞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야권통합에 나서겠다는 정의원을 통해 야권통합과 야당의 체질개선 방향을 들어봤다.

야권통합과 김총재의 2선 후퇴를 주장한 후 당 밖의 반응은어떻습니까?
많은 격려전화를 받았습니다. 나를 통합파라고 질타해오던지역 주민 한분이 돌아가셔서 발언 바로 다음날 상가에 갔어요.조문객 대다수가 호남 출신이었는데 대부분이 "바로 정답을 말했다. 김총재는 당권은 내놓고 대권을 겨냥해야 한다"고 말해서 나 자신도 깜짝 놀랐습니다.

김총재가 의원 ·당무위원 합동회의에서 재신임받은 후 통합서명파가 지리멸렬한 상태가 돼버린 것처럼 보입니다 야당통합이 멀어져버린 것 아닙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신민당의 야권통합추진위원회의 활동 외에 민주당의 통합파와 열심히 만나고 있습니다. 끝난 것이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입니다(그는 통합서명파인 노승환 ·김종완 의원과 함께 신민당의 9인 야권통합추진위에 참여하고 있다) . 빠른 시일 내에 각 당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 나을 것입니다.

신민당 일각애서는 이번 선거에서 '몰락한' 민주당과의 통합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합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신민당이 '호남당'으로 비춰지고 있는 현실에서 비호남권 정서를 가진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야당은 역시 민주당이지요. 민주당과의 통합은 그만큼 상징성이 있고 우선돼야 합니다. 민주당과의 통합이 이뤄지면 국민들은 "늦게나마 정신 차렸다"고 환영할 것입니다.

통합서명파의 중부권 신당 창당 움직임과 함께 정의원의 이름도 거명됐지요?
호남 지지세력을 배제한 당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온당하지 않아요. 야권이 더 분열될 뿐입니다. 통합의 중간과정으로생각해볼 수는 있으나 고착화되면 곤란합니다. 중간과정으로서도 신당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것이 지금의 제 입장입니다.

야권통합과 김총재의 2선 후퇴를 연결시키는 논거는 무엇입니까?
야당통합은 우선 다가오는 총선을 잘 치르기 위해서지요. 늦었지만 야당통합이 이뤄지면 산술적 계산 외에 상승효과가 있을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우리당이 호남권 밖에서 얻을 수 있는 표는 빤해졌잖아요. 비호남권에서의 김총재에 대한 거부감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김총재가 앞에 버티고 있는 한 야당통합이 어렴다고 볼 때 김총재의 당권 퇴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총재가 아무리 진선진미한 존재이고 유능하더라도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 국민이 식상해하는 측면이 있어요 . 아쉬움을 남기고 2선으로 물러난다면 국민이 틀림없이 "김대중 다시 나와라" 할 것입니다. 또한 그의 밑 세대가 당을 이끌게 함으로써 차세대를 키워주는 효과가 있고 당의 신선미를 재생시켜줄 것입니다. 김총재의 입장에서도 당권 퇴진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되는 거지요. 야권통합 없이는 집권이불가능하고 김총재의 2선 퇴진 없이는야당통합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당권이 아닌 대권이 목표인 이상 당권을 양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김총재의 정치행태상 2선 후퇴가 가능할까요?
총재직 사퇴를 기대하고 또 하리라고 믿습니다. 김총재께서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허물어지는 집처럼 된 당에서 그분이라도 버티고 있어야겠지요. 지금 당장 물러나라는 것이 아니라 총선 전 적절한 시기에 그분의 뜻과 판단에 따라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그분의 뜻과 판단'이라고 하쳐는데 그것이 바로 신민당의 한계 아닌가요?
당내에서 가장 강도 높은 발언을 할 수 있는정의원께서 그런 표현을 쓴다는 것은 신민당의 '1인 체제'와 경직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당권 도전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 말입니다. 신민당뿐만 아니라 다른 당도 지도자의 영단에 의지하기는마찬가지입니다. 호남 출신 의원들도 개인적으로는 나의 '김총재 2선 후퇴' 의견에 동조합니다. 국회의원으로서는 공천을 받는 것이 우선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fa지요. 더러는 '포로' '인질' 둥의 자◎적인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만 강하게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적절한 시기가 돼서도 '영단'이 내려지지 않을 때 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
전팍 지구당 위원장들의 서명을 받는 작업에 들어갈 것%다. 원외 지구당 1백50명 중 당장이라도 1백명 이상의 서명 받아낼 수 있습니다 지금도 뜻있는 당원들로부터 성화가 대판해요. 통합될 때까지 꾸준히 힘을 모아 압력을 가할 것입니다.

14대 총선 전에 김총재의 2선 후퇴, 또 이에 따른 야당의 통합이 가능하리라고 보십니까?
물론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자멸하기 때문입니다. 야당통합은 절대절명의 명제입니다. 이번 괌역선거는 통합 없이는 자멸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어제와 오늘의 평가를 내일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야당통합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애국심이 없는 사람으로 보면 됩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야권의 대권 주자로는 김총재 외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민주당쪽의 이부영 부총재와 이철 · 장석화 의원도 나의 견해에 동의하고 있고 박찬종 부총재도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 아닌 줄로 압니다 .

6월22일 김총재가 불참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 분위기와 24일 김총재가 주재한 의원 ·당무위원 합동회의의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김총재 앞에서는 의원들이 기를 문퍼는 이유가 뭡니까?
신민당의 한계지요 . 우선 그분이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막후 조정 내지는 사전 정지작업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정의원께서는 지난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야당통합이 실패했기 때문에 선거에 졌다"는 성명서를 내고 대변인직을 사퇴했고. 지난 신민당 창당대회 때는 전당대회 의장직을 거절하는 등 김총재의 심기를 거슬리는 행동을 자주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인터뷰 중에도 듣기에 따라서는 불경스러운 말을 많이 하시는데‥‥
심기가 불편하실 거예요, 군대에서는 골치 아픈 친구를 일컬어 흔히 '고문관'이라고 하는데 내가 그 고문관인 셈이죠. 그러나 그것이 옳은 길이고 그분과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총재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그분이 대권을 한번 잡는 것이 소망이기도 합니다.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소위 '물갈이론'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십니까?
당의 체질개선, 개혁의 맥락에서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지, 김총재의 완전사퇴라든지 하는 '불순한' 입장에서 세대교체를 주장하면 안됩니다. 또 세대교체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에 따라야 합니다. 나는 국민이 김총재를 아직 버리지 않았다고 봅니다. 따라서 김총재의 완전 퇴진에는 반대합니다.

야당의 체질 개선론이 설득력 있게 주장됩니다만.
아무리 지도자가 유능하더라도 독주한다면 당은 동맥경화증에 걸립니다. 당내 민주주의가 이뤄지기 위해 언로가 트이고 하의상달이 잘 돼야 해요. 또 야당은 책임지는 정치를 펼쳐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구조는 운동권을 혐오하는 중산충이 증폭돼 있습니다. 가투정치, 힘의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아요. 그뿐만 아니라 계획적이고 과학적인 정치가 요구됩니다. 감으로 하는 정치는 현시대와 맞지 않다는 말이지요. 야당은 조직의 보수성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현재 야당은 '매력 없는 사람들의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어요. 진취적 기풍을 불어넣기 위해 야당은 여성 청년 중산층과 공무원 군인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또 과감히 그들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야권이 재정비되고 거듭 태어나는 자세를 가진다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선거결과와 관련해 당내에 지구당 위원장 책임론도 제기했는데. 기초 ·광역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지구당 위원장으로서 할말은 없습니까?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중구의 18개 동 중 1개 동만 빼고는 한명씩만 뽑았지요. 서울 전체 4백여개 동 중 한명 뽑는 데서 야당이 이긴 데는 다섯 곳 정도밖에 안됩니다. 사람 모자라고 돈 없고‥‥ 야당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어요.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셋 다 근소한 표차로 떨어졌습니다. 하느라고 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야권통합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야권통합은 다른 대의명분보다는 의원 각자의 다음 선거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 아닌가요?
물론 그런 측면이 있지요. 선거 후 이대로 가다가는 본인 뿐 아니라 신민당, 그리고 야권 전체가 공멸한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위기의식이 전부는 아니지요. 정당은 수권을 위해 존재하고, 야권이 통합되지 않는 한 정권교체는 불가능합니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야권분열은 특히 젊은 충의 정치불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봐요. 저는 정치의 신뢰회복을 통한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야권통합에 임하고 있습니다. 연이은 선거를 치르면서 야당은 합쳐져야 하고 거듭 태어나아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겁니다. 선거결과에 낙망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밝은 내일을 위해 좋은 경고요, 예고편이라,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야당의 대오각성과 환골탈태의 계기가 된 셈이지

야권통합의 방향은?
우선 민주당과 당대당 통합을 이룬 후 나아가 온건 재야 등 야권의 모든 세력과 대동단결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번 선거에서 활약한 시민연대회의 · 경제정의실천연합 둥과도 손을 잡는 철태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시민운동은 독자적으로 환성화 돼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따라서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인사들을 정치권에서 충원하는 식이 되어야겠지요, 문제는 김총재의 거취인데 , 김총재가 2선으로만 물러나면 입당하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김총재의 총재직 사퇴 후 집단지도체제의 라인업까지 대충 김총재께 말씀드렸고 또 계속 진언할 작정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금동원 여건도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야권통합과 김총재의 위상, 그리고 야당의 체질 개선은 맞물려 돌아간다고 볼 수 있지요.

김총재가 당직을 제안한다면?
(웃음) 글쎄요. 제의가 오기 전에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네요, 총재더러 물러나라는 사람에게 차례가 오겠어요? 당직 제안을 받는다 해도 야권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입장에서 수락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선거직이라면 모르지만‥‥모든 노력을 오직 야권통합에만 쏟을 각오입니다.

김대중 총재를 평한다면.
대단히 노력하시는 분이고 판단이 탁월합니다. 수많은 어려움을 헤쳐왔고, 죽었다 싶으면 다시 살아나곤 하는 경륜 · 역량 · 애국심이 뛰어난 분입니다. 그러나 너무 완벽주의자여서 덜 인간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약점이랄 수 있겠지요.

언젠가 대권에 도전해볼 생각이 있으십니까?
(운음) 희망이겠지요. 대권까지 감히, 그렇게‥‥ 제대로 된 정당의 지도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요즘 내각제 개헌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만. 김총재가 내각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내각제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 즉 민족통일이 시대적 과제인 시점에서 내각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권력의 분점이 목적이라면 모르겠으나 정권의 교체에는 내각제가 맞지 않아요. 그렇지 않겠지만, 만의 하나 김총재가 내각제로 선회한다면 일생일대의 악수가 될 것입니다. 그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선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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