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해직언론인 원상회복 눈앞에
  • 문정우 기자 ()
  • 승인 198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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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3당 특별법안 국회 통과할 듯. 原狀協은 “5공언론청산 계속” 다짐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해직언론인 보상 · 복직관련 특별법안’의 통과 여부는 언론계뿐 아니라 이 땅의 지식인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유신독재와 5공시절 부당한 권력에 맞서 스스로 고난의 길을 걸은 언론인들이 잃어버린 세월을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독재에 시달리며 움츠러들었던 지식인들에게 참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지난 10월20일 野3당의 통일안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野3당은 제안이유에서 “80년의 언론인 강제해직, 언론사통폐합은 국민의 생존권을 박탈한 반민주적 폭거로서 그 과정에서 해직된 언론인의 명예회복과 원상회복을 위해 특별조치법을 마련한다”고 밝히고 “75년 <동아일보> <조선일보> 해직사태도 동일한 정신에서 명예로운 해결이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은 △80년 언론인 강제해직과 언론사통폐합조치에 의해 해직된 언론인을 대상으로 하며 △해직일로부터 89년 12월말까지 해직 당시의 직급 및 호봉기준 봉급총액의 60%를 국고에서 지급하며 △해당언론사는 복직희망자의 복직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해직언론인 심사를 위해 문화공보부장관 소속으로 심의위원회를 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75년 해직자수는 <동아일보>에서 1백21명, <조선일보>에서 32명이며 80년 해직자수는 전국 언론사에서 1천명을 헤아린다. 75년 해직자의 경우 해직자와 회사간의 복직 및 보상협의가 진행중이며 80년 해직자는 약 3백여명이 복직했다.

해직언론인들에 대한 원상회복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언론청문회가 열리면서부터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해직언론인들의 단위조직(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을 중심으로 원상회복운동이 전개되어 왔으나 언론청문회를 기점으로 기자협회, 언론노련 등 현직언론인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해를 넘겨 지난 월10일 동아투위, 조선투위,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민주언론운동협의회 등 해직언론인단체와 기자협회, 언론노련, 한국방송프로듀서엽합회 등 현직언론인단체는 전국해직언론인상회복쟁취협의회(이하 원상협)를 발족시켰다.

이때부터 원상협을 중심으로 75 · 80년 해직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와 특별조치법안 마련 및 법안의 국회통과를 위한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특별법안의 국회상정 추진은 공안정국이 시작되면서 계속 답보상태에 있다가 지난 10월 野3당이 원상협이 마련한 특별법안을 원안 거의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이루어지게 됐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 없어

이 법안은 野3당과 일부 무소속의원 등 모두 1백69명의 이름으로 제출된 만큼 이번 회기중 국회통과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정당에도 표면적으로는 이 법안의 통과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의원이 없어 전망은 한결 낙관적이다. 법안이 통과된 후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全斗煥전대통령이 백담사로 갈 때(88.11.23) 대국민사죄 성명을 통해 삼청교육대 사건과 공직자 · 언론인 해직문제, 인권침해 사례 등에 대해서 사과하며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천명한 바 있고, 盧泰愚대통령도 그 사흘 뒤 “지난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는 사면과 함께 광주민주화운동, 80년 공직자 해직과 삼청교육대사건, 인권침해 사례 등 지난 시대 잘못된 공권력 행사로 억울하게 피해 본 분들께 보상과 함께 명예회복이 되도록 하겠다”고 공권력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약속한 바 있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의 통과가 언론계 전체에 끼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동아> <조선> 해직자의 원상회복문제가 타결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또 이 법안은 제안이유에서 80년의 통폐합도 반민주적 폭거였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통폐합으로 피해를 입은 언론사 사주들의 통폐합 원인 무효화 움직임을 가속화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언론계내의 5공청산 · 독재청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원상협측은 언론계내의 5공청산이 완전히 이루어지려면 △80년 언론ㄴ인 강제 해직 진상규명 및 정부 · 언론경영층을 ㅎ포함한 해직책임자의 공식사과 △해직언론인의 완벽한 원상회복과 피해에 대한 배상 △5공시절 언론계에 침투한 권력형 특채 · 특진자의 처리 △기자정신의 회복 등이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특별법안의 국회통과는 원상협측의 5공청산목표의 일부분인 셈이다.

원상협은 지난 3일 관악산 제4야영장에서 ‘해직언론인 원상회복을 위한 등반대회’를 열었다. 이날 모임에는 崔一男 80년해직언론인 협의회장, 魯香基기자협회장, 權永吉언론노련위원장 등 원상협 7개단체의 회원 2백여명이 참석, 언론계내의 5공청산을 다시한번 결의했다. 그들의 의지가 뒤틀린 한국언론의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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