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방한, 정말 안 되겠니?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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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비자 내주지 않기로 결정…불교계 등 “입국 못하게 할 명분 없다” 비난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상원암 주지 귀산 스님은 지난 5월20일부터 22일까지 난생 처음으로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5월23일부터는 동참자들과 함께 3천배를 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비자를 내달라’는 것이 스님이 거리로 나선 이유다.

1994년부터 2003년 2월까지 10년간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살았던 귀산 스님은 “달라이 라마가 갖고 있는 평안하고 특별한 에너지를 우리 나라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말했다.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티베트 사람들의 정신적인 스승이자 198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 라마는 지난 5월16일 인도 주재 한국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했다. 6월7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종교지도자대회’와 6월15일부터 17일까지 광주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광주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들 행사를 주최하는 만해사상실천선양회와 김대중도서관이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는데, 이미 인도에서는 그가 한국을 방문하는 일이 확정된 것처럼 보도되었다.

그동안 불교계와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여러 차례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정부가 달라이 라마와 불편한 관계인 중국을 의식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산 스님은 “정부가 (중국에) 알아서 기고 있다. 자주적인 길을 걷겠다는 노무현 정부가 비자를 내주지 않는다면 어떤 정부가 비자를 내주겠나. 순수한 종교·문화 행사이기 때문에 내주지 않을 명분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인권 국가로서 너무나 부끄러운 일”

달라이 라마가 한국 비자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에는 방문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왜 비자를 신청한 것일까.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달라이 라마의 측근인 레충오라클이 두 달 전 한국을 방문했었다고 말했다. 레충오라클은 전반적인 국내 분위기를 파악하고 강화도 보문사에 들러 달라이 라마의 한국 방문을 위한 기도를 한 뒤 돌아갔다. 달라이 라마는 72세라는 나이, 종교·문화 행사라는 내용, 노무현 정부의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비자 신청’ 카드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달라이 라마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외교부 조원명 동북아2과장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달라이 라마에게 비자를 내주는 것이 국익에 이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직 관련 단체에 공식적으로 통보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세계종교지도자대회 준비위원장인 동국대 연기영 교수는 “만약 정부에서 끝까지 비자를 내주지 않는다면 인권 국가를 자처하는 나라로서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과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타이완을 방문한 적이 있고, 일본에도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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