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이란 대통령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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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팀 16강 탈락해 독일 방문 무산…예선전 내내 입국 찬반 시위

 
독일월드컵 D조 예선 결과 아시아의 강호 이란이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가장 반길 사람 가운데 하나는 독일 경찰이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자국팀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독일을 방문할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조별 리그 때부터 이미 이란 대표팀 경기장 앞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갈려 시위를 벌이는 정치 유세장이 되어왔다. 경기가 벌어졌던 프랑크푸르트·뉘른베르크·라이프치히에서는 유태인을 포함한 수백 명의 시위대가 아흐마디네자드에게 항의하며 행진했다. 유태인들이 항의한 것은 그가 이스라엘을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규정하며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부정했다고 알려져서다.

정말 그가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부인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독일 내 일부 극우파들은 거꾸로 그가 나치를 인정했다며 좋아하기도 했다. 이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그를 둘러싼 집회와 시위는 물론, 그의 독일 방문을 허락할 것인가를 두고 독일 정치계(혹은 유럽연합 의원들까지)가 벌여온 설전도 일단 막을 내리게 되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하는 문제는 독일 내 이란인 사회 내부의 문제이기도 했다. 망명 이란인들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반대하지만 그를 두고 ‘속 시원하다’며 좋아하는 이란인들도 많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 온라인판은 6월22일자 기사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제목은 <축구가 정치를 이겼다>였다. 경기장 밖에서는 정치적인 견해 차로 대립하던 이란인들이 경기가 시작되자 뭉쳐 응원하며 하나로 합쳐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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