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정권을 가지고 놀았다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6.08.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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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후원자 강금원씨 인터뷰

 
‘고성방가(高聲放歌).’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씨(53·창신섬유 회장)가 구속되자, 기자들은 죄명을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 강씨는 말이 많다는 이유로 언론의 주목이 되었다. 질타도 많이 받았다. 2003년 대선 캠프에 불법 자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그는 공금 횡령과 세금 포탈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강씨는 “맹장 수술한다고 배를 쨌다가 여드름만 짰다”라고 말했다.

이후 강씨는 입을 닫았다. 반성 중이라고만 했다. 그러던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8월22일 <시사저널>과 만났다. 인터뷰하는 동안 그가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한 화법을 구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8월16일 친노 그룹인 ‘국민참여1219 포럼’(국참) 창립 기념 강연회에 연사로 나서 삼성을 비판해 화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가 삼성을 비판한 배경을 궁금해하며 노대통령과의 관련성까지 추측을 넓혔다.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정치인·교수·공무원·기업가들이 잘못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해 이성을 되찾자는 의미다. 싸우지만 말고 과거의 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자는 취지로 강연한 것이다. 나도 반성할 것 많다. 같이 반성하자는 것이다.

특히 삼성 쪽에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기업의 소유와 상속, 좋다. 그러나 ‘우리 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경영자’라고 하는 건 오만이다. 삼성이나 현대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몰아가고 있다. 오만이다. 그래서 봐달라고 하는 건 논리가 아니다. 사람 가지고 노는 것이다. 열심히 하겠다면 먼저 잘못된 점을 반성해야 한다. 그 이후에 용서와 화해가 필요하다.

기업하는 사람에 대한 반감은 없다. 하지만 잘못된 가치관을 끝까지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반도체가 영원히 될 것이라고 믿는 건 무리다. 반도체가 몰락하면 삼성이 그대로 무너진다. 조언으로 생각해야 한다. 왜 다른 나라는 반도체 안 할까?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흑백 텔레비전처럼 반도체는 앞으로 중소 기업이 할 영역이다. 더구나 삼성은 세라믹 반도체 기술의 80%를 사오고 있다. 외국에서 돈 벌어 온다고 해도 국가에 기여하지 않으면 돈 장사일 뿐이다. 이건희 회장과 김승연 회장이 해외로 도피했을 때 회사 잘 돌아갔다. 감옥에 가봤더니 외국에 나가 있는 것보다 회사일 보기 편했다. 사주가 바뀌는 것은 별 상관없다.

왜 삼성인가?

삼성이 언론사 간부, 고위 공무원, 판·검사들을 왜 그렇게 많이 고용한다고 보는가? 나쁜 짓을 해서 그렇다.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 사람들을 수백명 고용해서 삼성이 성장한 것 아니다. 언론사 고위 간부가 재벌에 얼마나 많이 가야 하는가. 기업이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광고 나눠주고 돈 장난을 하고 있다. 비겁한 일이다. 기업은 기업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 첨단 기술을 가진 중소·벤처 기업들은 대단히 어렵다. 이들 회사가 죽기살기로 기술을 개발하고 대기업이 채용하면 고용에도 기여하는 일이다. 그런데 삼성은 철저히 장사 논리로 국내 기업 제품을 오히려 안 쓰고 있다. 1원 차이만 나도 수입한다. 삼성과 거래해서 망하는 회사 많다. 이건 기업인의 치욕이다. 삼성은 중소 기업과 상생, 그런 것 안 한다. 혼나야 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국민의 존경을 받으려 하는가?

삼성이 환원한다고 한 8천억원은 이건희 회장이 가지고 있는 돈을 낸 것이 아니다. 투자자가 있는데 회사 돈을 낸다? 월권이다. 위기를 모면하려고 비겁한 짓하지 말고, 8천억원을 우수한 중소 기업과 같이 가고자 하는 데 썼다면 훨씬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일만 생기면 돈 내고 폼 재고 언론 플레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의 가치관을 바꿔야,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희망이 있다.

삼성에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삼성은 두려운 존재가 됐다. 부모가 준 유산을 지키는 것 중요하다. 남보다 많이 얻은 사람이 겸손해야 한다. 그런데 기고만장하여 제왕 같은 짓을 하고 있다. 시가 총액 1백50조원 정도 되는 회사에서 30% 정도 소유권을 받았다. 50조원을 상속했으면 25조원은 세금으로 내야 한다. 27억원가량 세금을 낸 것으로 안다. 국회의원들과 친하다고 법을 주물렀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다 세금 내는데 부자들은 모조리 빠져나간다. 이것이 정경 유착의 대표적인 사례다. 도덕적인 문제다. 파출부가 집주인보다 세금을 더 내는 나라는 좋은 나라가 아니다. 자가용 비행기 타는 사람들이 세금도 안 내면서 세금 때문에 못 해먹겠다고 한다. 언론은 세금 폭탄이라며 때리고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세금 전체가 문제 있다고 한다. 세금 폭탄 맞은 사람 보았는가? 악덕 투기꾼 말고는 없다.

노대통령과 측근들이 삼성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참여 정부 들어 삼성 공화국의 성벽은 더욱 견고해졌다.

삼성이 정권을 가지고 놀았다. 삼성의 로비에 말려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대통령이 왜 그렇게 삼성을 미워하냐고 하더라. 삼성, 이것 하나만은 항명했다. 대통령께 처음으로 항명한 부분이 삼성 문제다.

노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말이 많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이 조직이 군사 독재 문화에서 단련되었다. 공무원 사회와 기득권들이 그런 문화에 길들여져 안 바뀐다. 공무원들이 눈치보는 데 선수다. 공무원이 동의 안 해서 어려움이 있다. 언론이 동조해줘야 한다. 언론이 옳은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르게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신문 보면 이 정권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만 보자. 세계에서 작전권 행사 못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군대가 1천명, 1만명밖에 없는 나라도 작전권이 있다. 세계 열한 번째 경제 대국이 못한다면 다른 나라는 어쩌란 말인가. 미국 식민지여야 산다는 게 무슨 말이냐. 옛날에 청나라에 조공은 바쳐도 군 작전권은 안 넘겼다. 5년 전 작전권 회수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태도를 바꿔 대통령을 ‘조지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 국론을 분열시키는 언론이 조선시대 당파싸움 하던 사람들과 다른 게 무언가. 언론은 잘한 것은 칭찬하고 여론을 모아줄 때는 모아줘야 한다.

언론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것 아닌가.

안 바꾸면 깨부숴야 한다. 그런데 조·중·동 건드려서 언론에 쥐어 터지니까 피해버린다. 삼성을 건드려서 쥐어 터지니 피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에 (국민이 정부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잘못 했으면 맞아야 한다. 옳게 살면 나쁜 언론들은 재미가 없다. 부정하게 살아야 뜯어먹을 것이 있다. 일부 언론은 나라가 망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아르헨티나나 필리핀처럼 권력이 야합을 하라고 한다. 기업도 국민을 그런 식으로 협박하고 있다.

국민들은 노대통령이 언론의 변화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노사모와 국참이 생긴 것은 노대통령에게서 정의로움과 용기를 발견했고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한 말씀 하면 대통령이 경박하게 말 많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댄다. 대통령은 가만히 있고 자기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 자기들이 나서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비겁하다.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국회의원이 민생 법안을 볼모로 정치 투쟁해서는 안 된다. 권력 잡겠다고 깡패 같은 짓만 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법대로 해야 한다. 검찰이 자의적 판단으로 이 정도는 봐주고, 국회의원들한테 법 만들라고 하면 협박하니….

 
국민들은 노대통령이 역사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 일은 대통령이 아니라 시민 운동으로, 가치관 운동으로 해야 한다. 열린우리당 내 국참이 당원 모임인데 이번에 그런 취지로 모인 것이다. 재벌도, 유권자도 반성해야 한다고. 축구 응원할 때 지역 감정을 갖는 것까지는 좋은데, 세상에 옳고 그름을 지역 감정으로 판단하고 있다. 나라 망하는 일이다. 살인·강도 저지른 사람을 같은 동네라고 봐주자는 것이 말이 되나. 기득권을 얻고 성공한 사람들은 나라가 망하거나 말거나 편히 먹고 살면 된다는 식이다. 언론은 말실수한 것만 물고 늘어지고, 앞 뒤 자르고 이상한 쪽으로만 왜곡하고 있다. 옳은 이야기를 선의로 받아주지 않는다. 무조건 언론 탓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목표를 위해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홍보도 부족했다. 이 정부가 잘못한 것 맞다. 이 정부가 다 잘한 것은 아니다. 내 입으로 못할 일도 많다. 잘못한 것 패면 받아들일 준비돼 있다. 그런데 언론은 쓸데없는 일로 꼬투리만 잡는다. 

현 정권이 나라를 도박 공화국으로 만들었다는 오명을 썼다. 바다이야기와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언론이 대표적으로 헛소리하는 것이다. 이번에 치고 나갈 것이다. 명계남이 바다이야기가 무언지 아느냐고 묻더라. 재미있다는데 같이 가서 한번 해보자고 하더라. 게임 업체 사람들하고 인사라도 하고, 저녁이라도 먹었느냐고 물었는데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명계남이 돈을 벌었다고? 어렵다. 매일 차비가 없어 고생한다. 한두 번이 아니다. 가슴이 무너진다.

명계남씨가 게임 관련 업체의 사외이사를 했다.

먹고 살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전에는 명계남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월 1천만원 수입은 벌었다. 그런데 노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되어 먹고 살 길이 없어졌다. 돈이 없어서 아는 사람 회사에 사외이사로 취직한 것이다. 말이 나올까 봐 지금은 내 회사에 와 있다. 한 달에 두 번만 오라니까 너무 자주 온다.

바다이야기와 전시작전권 그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거 딱 걸렸다. 칠레와 FTA 할 때 나라 망한다고 했다. 그때 망한다고 했던 언론과 학자들 다 어디 갔나. 야당에서 경제 살리자고 하는데 뭐 하고 있나. 미국이 이스라엘, 캐나다, 멕시코 등 일곱 개 나라와 FTA 협상하고 있다. 모두 좋아진다. 수출 경쟁력이 생기면 국가 경쟁력도 높아진다. 협상 전략상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을 뿐이다.

FTA에 대해서는 노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진보 세력과 한겨레·경향 등 진보 신문에서도 반대한다.  

무식해서 그런다. 공부를 더 해야 한다.

그렇게 필요한 일이면 무시하고 가면 되는 것 아닌가. 국가보안법과 사학법도 그렇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이끌고 가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누가 농민을 자극하는가. 언론과 야당이다.

안희정씨가 사면됐다. 후견인으로서 아끼는 마음이 각별한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사면 아니다. 징역 다 살았다. 복권이다. 안희정 복권을 보는 눈이 진실했으면 한다. 올 연말 지나면 복권은 저절로 이뤄진다. 아무 문제가 없다. 안희정은 개인의 부정부패가 아니다. 정치 관행에 대한 죄값은 이미 치렀다. 

그렇다면 그냥 두지 왜 복권시켰나?

복권은 정치적 판단이다. 안희정은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다. 우선 당에 복귀해 소신껏 바른 정치를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들어가는 것은 본인도 부담스러워할 테고. 당 복귀는 사면 복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른 이유가 있는데 내가 말하기는 곤란하다.

골프장 사장인데 이해찬 총리 골프 파동을 어떻게 생각하나.

주말에 노는 것까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총리쯤 되면 만나는 사람을 가려야 했다. 대권 욕심 때문이라고 본다. 좋은 사람들과 골프쳤으면 좋았을텐데. 
 
노대통령 이름만 대면 아무것도 안 된다. 선거마다 전패하고 있다.

잘못된 것 바꾸자는 사람들이 선거에 떨어질 것 같으면 안 나온다. 첫째 문제다. 그리고 선거에 나오면 자리를 요구한다. 그런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된다. 정치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게 정치다. 사람이 없다. 가치관도 의리도 없다. 세상이 짜증 나는 게 그런 이유에서다. 선거 전략도 틀렸다. 옳다고 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전략을 선택했다. 지더라도 깨끗하게 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꿈과 희망을 주려고 정치하겠다는 사람들이 악수만 했다. 질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꿈과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집 하나 사고, 아이들 교육 잘 시키고, 편히 살았으면 하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소박한 꿈이다. 그 꿈이 멀어지고 있다. 1970년대에 비해 GNP가 20배 이상 늘었고, 주택도 늘어났다. 하지만 명문대 나오고 직장 좋아도 집 못 산다. 왜 그렇게 됐는가? 정치의 잘못이다. 과거의 정치권들이 불의와 타협해서 부동산 정책을 그렇게 만들고, 세금도 엉망으로 만들었다. 공무원들이 시비를 많이 걸어 정책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의 구조적 문제가 깊어진 데는 현 정부가 잘못한 부분도 있다. 김병준씨가 부동산 정책에 깊이 간여했다. 어떻게 됐나. 언론이 이간질해서 떨어뜨렸다. 그러니 해볼 도리가 없다. 그래도 갈 거다. 개망신을 당해도 옳다면 밀고 나가겠다. 

현 상태에서 보면 정권 재창출은 어려운 것 아닌가. 특히 노대통령과 가까운 쪽에서는.

국참1219가 우리에게 숨겨진 것을 일깨우자고 분연히 일어섰다. 우리의 행동이 미흡했다고 생각하고 국참1219가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하고 있다. 또 이룰 것이다. 주변에서는 나선다고 말린다. 돈도 있고 부족한 것도 없는데 왜 나서서 병신되느냐고 한다. 그러면 누가 일을 하나. 우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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