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노무현 쌍꺼풀 수술”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9.25 10: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티즌들 ‘웃기는 노무현 시리즈’ 유포…“탈권위 현상” “레임덕” 양론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공통적으로 거치는 과정이 있다. 임기 초에는 각종 용비어천가로 찬사를 듣다가 임기 말이 되면 자신을 희화화한 유머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대통령은 퇴임하고 유머 시리즈를 남긴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유머 시리즈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잔상을 결정짓는다. ‘이순자가 심심하면 전두환도 심심하다를 네 자로 줄이면 ‘이심전심’이 된다’는 전두환 시리즈와 ‘제주도를 국제적인 ‘강간(‘관광’을 잘못 발음한 말)도시’로 만들겠다’는 김영삼 시리즈는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이들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유머 시리즈와 함께 기억될까? 지난 여름, 인터넷을 달궜던 ‘노탓 놀이’가 노대통령의 이미지를 기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탓 놀이’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다 노무현 탓이다’라고 핑계를 대는 놀이다.

대표적인 노무현 시리즈는 '노탓놀이'

‘노탓 놀이’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특성은 아무런 논리가 없다는 것이다. 아기 곰이 고양이에게 쫓겨 나무 위에 갇힌 것도 노무현 탓이고, 축구 국가대표팀이 경기에 진 것도 노무현 탓이며, 연예인이 실연한 것도 노무현 탓이다. 네티즌은 ‘곰이 나무 위에 갇힐 때까지 노무현은 뭐 했나’ ‘국가대표팀이 지는 동안 노무현은 뭐 했나’ ‘실연하는 동안 노무현은 뭐 했나’라고 댓글을 달았다.

‘노탓 놀이’의 또 다른 특성은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노사모 출신의 한 정치인은 “나도 ‘노탓 놀이’에 중독되었다. 골프 치다 공이 잘 안 맞으면 혼자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고 투덜거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정치인은 ‘노탓 놀이’에 대해 “국민이 ‘비논리의 논리’로 노무현 정부의 ‘독선적인 논리’를 비난하는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노대통령이 전직 대통령과 어떻게 비교되는지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 시리즈’와 ‘개 시리즈’다. ‘소 시리즈’는 역대 대통령에게 소를 한 마리 주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에 대한 것이다.

이승만: “이 소는 미제군.”
박정희: “새마을 운동에 써야겠군.”
전두환: “잡아서 부하들과 나누어 먹어야겠군.”
노태우: “잡아서 가족들과 먹어야겠군.”
김영삼: “잡아서 현철이에게 보내야겠군.”
김대중: “북한에 보내야겠군.”
노무현: “니 그 쌍꺼풀 어디서 했노?”

‘소 시리즈’ 2부에는 국회 임명 동의안 처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이 등장한다. 노무현 시리즈의 특성은 이슈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쌍꺼풀 수술을 한 것을 보고 전효숙씨도 쌍꺼풀 수술을 하기로 했다.
전씨는 서울대병원 의사들에게 누가 둘의 수술을 담당했느냐고 물었다.
했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 중 한 의사가 손을 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 노 대통령이 소에게 쌍꺼풀 수술을 어디서 했느냐고 묻는 것을 봤다.”

개 시리즈 역시 각 대통령의 캐릭터를 집 지키는 개의 특성으로 비교한 것이다. 개 시리즈는 노대통령이 말실수가 잦다는 것을 꼬집는다.

전두환·김대중·노무현에게는 풍산개가 한 마리씩 있었는데 도둑이 와도 도무지 짖지를 않았다.
개에게 물으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전두환 개: “우리 주인 재산이 달랑 28만원인데 짖을 게 뭐 있나?”
김대중 개: “우리 주인 아들이 도둑인데 어떻게 짖나?”
노무현 개: “우리 주인이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는데 나까지 짖으란 말인가?”

이 개 시리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전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이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해 ‘도둑이 들려니까 개도 안 짖더라’라고 말한 것에 반박하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업그레이드된 ‘개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신상진 의원: “도둑이 주인이면 개가 짖지 않는다고 하더라.”
김양수 의원: “개는 먹을 것이 있으면 짖지 않는데,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주변에 먹을 것이 너무 많아 짖지 않았나 보다.”
김기현 의원: “개는 들리지 않으면 짖지 않는다.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 때문에 짖지 않은 것 아닌가?”
박찬숙 의원: “대통령 주변의 애완견만 짖지 않았다. 짖은 개도 많이 있었다.”

 
다른 전직 대통령 관련 유머 시리즈와 노무현 시리즈가 다른 점은 조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노무현 정부의 ‘책임 총리’로 꼽혔던 이해찬 전 총리다. 이런 유머의 특성은 유머에 상당한 ‘악의’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과 이해찬이 골프를 치러 가다가 사고가 발생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다.
기자들이 몰려들어 병원장에게 물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살릴 수 있습니까?”
“가망이 없습니다.”
“이해찬 총리는 살릴 수 있습니까?”
“그도 가망이 없습니다.”
“그럼 누구를 살릴 수 있습니까?”
“국민을 살릴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우군인 노사모도 노무현 시리즈에 등장한다.

지단이 왜 마테라치에게 박치기를 했는가?
마테라치가 지단에게 “너, 노사모지?”라고 해서.

노무현 시리즈 중에는 노무현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을 겨냥한 것들도 있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는 아부로 유명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방귀를 패러디한 ‘방귀 시리즈’가 바로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귀를 뀌었다.
다음날 한나라당의 논평과 언론 보도는 다음과 같았다.
‘불안한 대통령, 이제 방귀까지 뀌어.’
‘품위 잃은 대통령의 언행, 이제 도를 넘었다.’
‘언론에 대한 적개심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대통령, 이제 막가자는 것인가.’
‘방귀 뀌는 것이 서민 대통령인가.’
‘세금 내기 아까운 독가스 정권.’

다른 전직 대통령보다 일찍 유머 시리즈가 기승을 부리는 것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노무현 정부가 ‘탈권위’를 추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레임덕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라는 해석도 있다. ‘노무현 시리즈’의 때 이른 창궐은 무슨 의미일까? 요즘 유행하는 ‘착각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머다.
노무현의 착각,
대학생들은 다 자기 지지하는 줄 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