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연극 도·소매 하는 ‘문화 달타냥’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10.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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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국내 최초 ‘아티스트 마켓’ 쇼틱

 
김종헌 쇼틱 대표(39)는 뭔가 새로운 일, 도전해볼 만한 일이 생길 때면 소설 <삼총사>에 나오는 달타냥을 떠올린다. 패기와 용기로 무작정 부딪혀보는 달타냥처럼, 그도 성큼성큼 나아가 새로운 관문을 두드렸다. <난타>로 유명한 PMC프로덕션 기획실장 직을 그만두고 1997년에 영국 런던으로 떠날 때도 그랬다. 오로지 세계적인 뮤지컬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를 만나 그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감행한 일이다.

2000년에 귀국해 PMC로 복귀한 다음 <난타> 전용관 설립 책임자로 일하고, 뮤지컬 <달고나> <뮤직 인 마이 하트>를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린 프로듀서 김종헌은 올 초 PMC프로덕션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다시 달타냥을 떠올렸다. “독립을 준비할 때 세 가지 조건이 있었다.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고, 그러면서 남들이 필요한 것을 하고, 20년 동안 해온 공연 쪽 일을 하자.”. 국내 최초의 아티스트 마켓 쇼틱은 이렇게 탄생했다.

쇼틱이 하는 일은 뮤지컬·연극 공연 콘텐츠 도·소매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콘텐츠 도매업을 보자. 쇼틱은 조광화·오은희 등 중견 작가를 비롯해 왕용범·장유정·성재준·김혜성·박초롱 등 신예 그룹 33명과 인연을 맺고 있다. 쇼틱이 주도해 창작자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개발한 다음에 다른 제작사에 제작을 넘기거나 자체 제작을 한다. 콘텐츠를 다른 제작사에 넘기면 고객이 제작사가 되니 도매업이고, 직접 제작을 할 경우는 소매업이 되는 셈이다. 올해 무대에 올린 뮤지컬 <키스 미 타이거> <살인사건>은 전자에 속하고, 쇼틱이 충무아트홀과 공동 제작한 뮤지컬 <컨페션>은 후자에 속한다. 콘텐츠 도매업은 아티스트 마켓과 연결된다. 쇼틱과 인연을 맺고 있는 창작자들이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그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제작사와 연결시켜준다. 계약이 성사되면, 수수료 1%를 받는다. 창작자가 계약 대행을 원할 경우에 대행도 한다. 그래서 쇼틱을 두고 ‘공연 복덕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07년 공연 목표로 창작 뮤지컬 여덟 편 준비

이런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를 시작한 배경으로는 뮤지컬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를 들 수 있다. 김종헌 대표는 “올해만 뮤지컬 100편이 무대에 올려졌고, 연간 관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정말 놀라운 성장세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는 외국 뮤지컬보다 국내 창작 뮤지컬이 주류를 이루고, 창작 뮤지컬을 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라고 말했다. 그럴려면 자연스레 양질의 공연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쇼틱의 실험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다. 창작자와 계약자가 연결된 것만 15건을 넘어섰고, 쇼틱이 주도한 뮤지컬 세 편이 무대에 올려졌다. 대본과 음악이 완성된 뮤지컬 <첫사랑> 워크숍도 조만간 열린다. 직접 제작을 할지, 다른 제작사에 판매를 할지는 미정이다.

쇼틱은 교육 분야에도 힘을 기울인다. 올해 프로듀서 과정을 시범적으로 해보았다. 김대표가 보기에, 대학의 ‘예술 경영’ 과정은 비영리 단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실제 졸업생의 95%가 상업 단체로 들어가는 현실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현장에 강한 실무진들이 직접 강의를 하는 단기 코스를 개설했다. 수강료 10만원에 강의를 듣고, 뮤지컬 세 편을 보는 방식이었으니, 쇼틱에는 수익 사업이라기보다는 투자인 셈이었다. 김종헌 대표는 이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본다. 앞으로는 창작 클래스를 글·대본 쪽과 음악 쪽으로 나누어 개설해볼 계획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1·2년차 실무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쇼틱의 향후 계획은 탄탄하다. 2007년 공연을 목표로 현재 창작 뮤지컬 여덟 편을 준비 중이다. <내 마음의 풍금>(음악 조규찬), <소리도둑>(글 조광화·음악 김혜성), <기생이야기>(동아수출공사·에이콤·쇼틱 공동제작), <구미호>(음악 이동준), <마법의 성>(음악 김광민) 등등. 참여하는 면면이 화려하다. 내년 말쯤에 무대에 올릴 연극도 준비하고 있다. <포도밭 그 사나이>로 TV브라운관에서도 성가를 올린 뮤지컬 배우 오만석씨가 출연할 예정이다.

내년도 라인업만으로도 결과가 궁금해진다. 이 에너지 많은 프로듀서이자 제작자가 또 어떤 일을 추진할지. 그에게 물었다. 원래 ‘저지르는 스타일’이냐고. 그는 “맞다. 나는 지금 안 하면 한 맺힐 것 같은 일은, 나중에 후회할지라도, 선택한다. 오늘 행동에 대한 선택권이 없으면 내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역시 ‘공연계의 달타냥’다운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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