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열린우리당을 덮친 4개의 쓰나미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11.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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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완패당한 이후 ‘정치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열린우리당에서는 요즘 백가쟁명식 정계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2일 있었던 당 의원총회에서는 정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기자들로부터 ‘당을 깰 힘도 없다’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논의만 무성하고 실질적인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열린우리당을 겨냥해 사방에서 외풍이 몰아치고 있다. 첫 번째 외풍은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몰고 온 ‘한·민 공조’라는 동풍이었다. 현실 가능성은 작지만 큰 틀의 정계 개편 논의가 시작되자 이후 김근태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연합 등 다양한 연대 모형이 나왔다.

다음 바람은 동풍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맞바람, 서풍이었다. 퇴임 이후에도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노대통령의 말에 친노 의원들은 당 사수 깃발을 높이 올렸다. 노대통령이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오영교 전 행자부장관,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 문재인 전 민정수석을 정무특보로 임명하고 정치적 보폭을 넓히자 친노 의원들은 ‘리모델링론’으로 화답했다.

열린우리당을 움직이는 4개의 손, 한화갑 노태우 김대중 고건

세 번째 바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몰고 온 북풍이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정부의 포용 정책이 흔들릴 기미가 보이자 홀연히 등장한 김 전 대통령은 ‘햇볕 정책’의 정당성을 역설한 후, ‘분당 원죄론’을 내세워 ‘통합 신당론’의 불을 지폈다. 김 전 대통령이 몰고 온 북풍의 영향은 컸다.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의장, 천정배 의원 등 열린우리당의 유력 대권 주자들이 모두 이 바람을 타고 ‘통합 신당론’을 주장했다.

마지막 바람은 독자적으로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몰고 온 남풍이다. 여권의 정계 개편 논의가 가파르게 진행되자, 고 전 총리는 그동안의 소걸음을 끝내고 ‘독자 신당론’을 내세우며 속도를 높였다. 정계 개편의 중심에 서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다. 고 전 총리의 신당 창당 소식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호남 지역구 의원들은 들썩거렸다.

11월2일 있었던 고 전 총리의 독자 신당 창당 선언은 그동안 그가 보여주었던 신중한 행보와 다른 것이어서 많은 기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같은 날 있었던 열린우리당 의원 총회나 김대중도서관 후원회보다 훨씬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날 측근이 기자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 사건이 밝혀지면서 고 전 총리의 본격적인 정치 행보는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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